[리뷰] '신의 한수: 귀수' 도장깨기가 주는 바둑 액션 쾌감 ①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10.3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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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으로 액션을 한다. 믿기지 않는 이 설정으로 2014년 영화 '신의 한수'가 만들어졌을 때,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이럴 거면 왜 바둑을 두냐는 반응부터 액션의 진수라는 반응까지. 호불호는 갈렸지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300만명이 넘는 관객이 '신의 한수'를 봤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신의 한 수' 두 번째 이야기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귀수'다. 전작으로부터 15년 전 이야기다.

기재는 있지만 환경이 여의치 않았던 소년. 바둑으로 모든 걸 잃었지만 바둑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그러다 내기 바둑의 고수 외팔이 허일도를 만난다. 허일도는 소년을 바둑의 고수로 키운다.


그렇게 스승과 제자는 내기 바둑판을 휩쓴다. 돈을 잃은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는다. 결국 허일도마저 지옥 같은 내기 바둑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스승을 잃은 소년은 홀로 바둑을 공부한다. 무술 실력을 같이 쌓는 건 물론이다. 어느덧 청년이 된 소년은 산에서 내려온다. 그리고 내기 바둑 브로커 똥선생과 같이 전국의 내로라하는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복수를 시작한다. 그 복수의 끝은, 어릴 적 모든 것을 잃게 만든 최고 프로기사 황사범이다.

'신의 한수: 귀수'는 '신의 한수' 세계관을 잇는다. 전편에서 감옥 너머로 목소리만 들렸던 전설 같은 바둑 고수. 귀신의 수라 해서 '귀수'라 불리는 내기 바둑의 절대 고수의 성장사를 그렸다.


'신의 한수: 귀수'는 무협지 서사다. 모든 것을 잃고 사부 밑에서 배운 뒤 하산해 도장깨기로 각지의 고수들을 쓰러뜨린다. 단계별로 절정고수들이 포진해 있고, 마지막엔 끝판왕과 대결이 기다린다. 리건 감독은 '신의 한수' 세계관에 이 무협서사를 잘 이식했다. 바둑으로 액션을 한다는 이 만화 같은 세계관에 친숙한 무협 서사가 결합해 관객을 끌어들인다.

1편과 2편의 가장 큰 차이는, 바둑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어둠 속에서 바둑판을 외워서 두는 맹기 바둑, 같은 색으로만 바둑을 두는 일색 바둑, 사석으로 모은 돌이 내려앉으면 염산이 튀어나오는 바둑판, 100명과 동시에 두는 100인 바둑. 이 각각의 장치는, 다시 각각의 악당 캐릭터들과 결합해 효율적으로 영화를 다음 단계로 이끈다. 자칫 반복되는 대결 구도에 식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사람을 현혹하는 장성무당, 끝없이 판돈을 올리는 부산잡초, 또 다른 복수자 외톨이, 그리고 끝판왕 황사범까지. 캐릭터와 캐릭터성이 분명한 바둑이 흥미를 점점 더 끌어올린다. 바둑을 전혀 몰라도 캐릭터성이 분명하기에 몰입에 무리가 없다.

도장깨기 사이사이에 포진한 액션은 양념이다. 1편이 바둑보다는 액션이 앞에 있다면, 2편은 바둑이 앞에 있고 액션이 뒤에 있다. 액션도 맛깔나다. 액션도 바둑의 캐릭터성과 닮았다. 불을 끄고 랜턴에 의지한 채 벌이는 사투, 일대 다로 벌이는 격투, 1편과 냉동창고와 비견되는 용광로 액션. 이 캐릭터성 짙은 양념이 캐릭터성 짙은 내기 바둑 대국에 단짠을 입혔다.

귀수를 연기한 권상우는 오랜만에 액션으로 돌아왔다. 그의 진가는 코미디보다 액션에서 더 발휘된다. 대사는 적고, 액션은 많다. 리건 감독은 배우로서 권상우의 활용법을 잘 아는 것 같다. 신들린 듯 현혹하는 장성무당 역의 원현준은 좋다. 앞으로 영화에 더 많이 쓰일 것 같다. 똥선생 역의 김희원은 언제나 그렇듯 영화에 안정감을 준다. 외톨이 역의 우도환은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신의 한수: 귀수'는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 작정하고 만화 같은 설정과 그걸 캐릭터로 밀어붙이는 뚝심이 매력이다. 반면 여성캐릭터 활용은 매우 아쉽다. 왜 언제나 누이와 딸은 남성 주인공의 복수를 위해 희생돼야 하는지, 이 서사의 한계이기도 하다.

11월 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추신. 15세 이상 관람가지만 액션 묘사 수위가 제법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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