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유상철 감독, 아픈 몸에도 끝까지 팬서비스... '승패 초월한 눈물 우정'

인천축구전용경기장=김우종 기자 / 입력 : 2019.10.2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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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경기를 마친 뒤 팬들과 함께 일일이 셀카를 찍고 있는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오른쪽). /사진=김우종 기자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둘은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다. 벨기에와 3차전에서는 유상철(48)이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트렸고, 이임생(48)은 붕대 투혼을 보여줬다. 그리고 둘의 우정은 여전히 뜨거웠다.

이임생 수원 삼성 감독은 투병 중인 유상철 인천 감독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눈물을 참지 못했다. 승패를 초월해 이 감독은 유 감독의 건강만 염려하고 또 걱정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비록 아픈 몸이었지만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을 향한 팬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27일 오후 4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2019 하나원큐 K리그1 파이널B 35라운드 홈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0-1로 뒤진 후반 45분 명준재가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값진 승점 1점을 챙겼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는 유 감독을 보기 위해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인터뷰실에 입장한 유 감독은 순간 "너무 많이 오셔서 깜짝 놀랐다. 결승전을 하는 느낌 같다"며 웃었다. 유 감독은 지난 19일 성남FC전에서 승리한 뒤 황달 증세가 심해져 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24일 퇴원해 이날 벤치를 지켰다.

유 감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안 좋았던 수치들도 많이 좋아졌다"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 뒤 "구단은 제게 몸을 추스르는 게 우선이라고 했지만, 전 병원보다는 현장에 있는 게 회복도 빠르고 더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회복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유 감독의 인터뷰가 끝난 뒤 이임생 수원 감독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분위기는 많이 달랐다. 유 감독의 미소와는 달리 이 감독의 얼굴은 침통했다. 이 감독은 "조금 전에 라커룸에서 유 감독을 만나 울었다. 제가 안아주는 것밖에는 해줄 게 없더라. 꼭 희망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말을 차마 이어가지 못했다. 이 감독의 입가는 계속해서 파르르 떨렸다.

이날 경기장 곳곳에는 유 감독의 쾌유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현수막에는 '유상철 감독님의 쾌유를 빕니다', '건강하게 그리고 강하게 우리와 함께해요'라는 응원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현역 시절, '유비' 유 감독을 상징하는 등번호는 늘 6번이었다. 전반 6분이 되자 인천 팬들은 미리 약속한 대로 1분 간 유 감독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수원 팬들도 잠시 응원을 멈춘 뒤 박수를 보냈다. 잠깐이나마 그라운드에서 승패를 초월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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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는 유상철 감독과 이임생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 후 이 감독이 먼저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이 감독은 "우리도 최선을 다했고 상대도 최선을 다했다. 유상철 감독을 위해 인천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었다"고 했다. 이어 긴 침묵 끝에 "마지막 희망이 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힘겹게 말하며 다시 한 번 울먹였다. 그런 이 감독을 향해 취재진의 질문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눈물을 머금으며 떠난 이 감독을 뒤로 하고, 유 감독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왔다. 유 감독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맙고 칭찬을 해주고 싶다. 현재 우리 팀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선수단 미팅 때 '우리에겐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고 이야기했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어 '이 감독이 자꾸 운다'는 취재진의 언급에 유 감독은 웃으며 "(이)임생이가 제 친구인데, 덩치만 컸지 마음이 여리다. 그걸 뭐, 제가 그러지 말라고 하긴 좀 그렇고…. 그저 고맙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어 그는 "저는 우리 선수들과 마지막 경기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경기 후 선수단 출입구 쪽에는 여전히 많은 팬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유 감독은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한창 이야기를 나눈 뒤 밖으로 나왔다. 많은 지인들과 인사를 나눈 그가 마지막으로 발길을 옮긴 쪽은 팬들이었다. 유 감독은 팬들과 함께 일일이 '셀카'를 찍으며 자신을 걱정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유 감독은 경기 전 '팬들의 감사 응원을 본 마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뭐라 말씀을 드러야 할 지…. 감사하고 감동을 받았다. 그래도 항상 어려운 팀을 맡으면서 안 좋은 소리도 듣고 격려의 소리도 들었는데, 아프다는 소식에 격려의 글과 메시지를 보며 회복이 빨랐던 것 같다. 그래서 '아, 그래도 참 나쁘게 살지는 않았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제일 중요한 건 감사 드린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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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감독의 건강 회복 기원 메시지를 담은 인천 팬들의 현수막.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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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경기 중 유상철 감독(왼쪽)의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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