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 이변이라고? 5월24일 이후 승률이 가장 높은 팀은 워싱턴이었다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10.25 16:55 / 조회 : 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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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선수들이 24일(한국시간) 월드시리즈 2차전 승리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올해 메이저리그 최고투수 랭킹을 매긴다면 넘버 1과 넘버 1A로 꼽혔을 게릿 콜(29)과 저스틴 밸런더(36)를 앞세운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와일드카드팀 워싱턴 내셔널스에 월드시리즈 첫 두 경기를 패했다.

그것도 휴스턴 안방에서 당한 것이어서 더욱 충격이 컸다. 올해 107승을 올린 메이저리그 최강팀이 리그 최고 에이스 원투펀치를 내세우고도 시즌 93승을 올린 와일드카드 팀에 홈에서 연패를 당한 것이다.

사실 이번 월드시리즈(WS)가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이 점쳤던 것처럼 휴스턴의 일방적인 완승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은 시리즈 시작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에서 올해 107승을 올린 LA 다저스를 쓰러뜨리는 이변을 일으키고 올라온 뒤 NLCS(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4경기 싹쓸이로 날려버린 워싱턴의 상승세가 거셌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워싱턴이 휴스턴의 선발 ‘원-투-스리’ 펀치와 맞설 만한 파워풀한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팀이 휴스턴에 위협이 될 만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워싱턴은 휴스턴에 비하면 분명히 뒤지는 팀으로 평가됐다. 특히 불펜이라는 ‘아킬레스건’이 너무 두드러져 보였다. 워싱턴의 불펜 평균자책점(ERA)은 5.66으로 올해 108패를 당한 같은 동네 팀 볼티모어 오리올스(5.63)보다도 뒤진 메이저리그 전체 꼴찌였다. ‘동네북’이던 볼티모어보다 못한 불펜이었고 전체 3위였던 휴스턴의 불펜 ERA 3.75에 비하면 거의 2점 가까이 뒤졌다.

포스트시즌 경험도 차이가 컸다. 휴스턴은 지난 3년 연속 100승 이상을 올리며 3연속 ALCS(아메리칸리그 챔피언습시리즈)에 오르고 3년 만에 두 번째 월드시리즈에 온 반면 워싱턴은 월드시리즈는커녕 NLCS에 오른 것도 올해가 구단 역사상 처음인 팀이었다.

이런 워싱턴이 모든 면에서 특별한 약점 없이 정상급 전력을 갖췄고 불과 2년 전 월드시리즈 우승도 경험했던 휴스턴을 상대로 승리할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아무리 선발진이 백중세라고 해도 경기 후반에 승부가 불펜 싸움으로 넘어간다면 휴스턴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대부분의 시리즈 전망은 시리즈가 6, 7차전까지 팽팽하게 갈 수는 있어도 궁극적으론 휴스턴이 이길 것이라는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 있었다.

그런데 첫 두 경기 결과는 이런 예상을 크게 뒤집었다. 콜과 벌랜더가 나선 휴스턴에서의 1, 2차전을 워싱턴이 모두 이기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워싱턴 쪽으로 넘어왔다. 이제는 휴스턴이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3경기 가운데 최소한 2승을 올려 시리즈를 다시 안방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조차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휴스턴 입장에선 1승1패를 거뒀어도 만족할 수 없었을 홈 2연전에서 전패를 당했으니 심적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콜과 벌랜더가 나서면 무조건 이긴다는 믿음마저 산산조각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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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의 게릿 콜. /AFPBBNews=뉴스1
반면 워싱턴은 이미 창단 50년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오른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극도로 고조됐는데 적지에서 콜과 벌랜더를 모두 쓰러뜨리고 2연승을 거뒀으니 선수들의 사기와 팬들의 열기가 모두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콜과 벌랜더가 최소 5차전까지는 나올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이젠 워싱턴의 싹쓸이 우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시리즈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휴스턴은 올 시즌은 물론 역대 최강팀 중 하나로 평가되는 팀이다. 그런 휴스턴이 남은 5경기에서 4승을 거두지 못한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는 팀이다. 시리즈가 6, 7차전까지 이어져 휴스턴이 승리하는 시나리오는 맥박이 많이 약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엄연히 살아 숨을 쉬고 있다.

문제는 능력이 있다고 꼭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승부에는 ‘호흡’이 있는데 지금 휴스턴은 완전히 안방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연타를 맞고 휘청거리며 승부의 호흡이 망가진 상황이다. 1996년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2연패를 당한 뒤 4연승을 거둔 것이나 2004년 ALCS에서 보스턴 레드삭스가 양키스에 3연패 뒤 4연승을 거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 두 시리즈는 모두 열세가 예상됐던 팀이 적지에서 1, 2차전을 패하고 안방에 돌아와 저력을 발휘하며 대역전극을 이뤄낸 것인 반면 이번 월드시리즈는 당연히 이길 것으로 생각됐던 팀이 안방에서 팀의 두 기둥투수를 내고도 패한 것이기에 그 타격의 정도가 적지에서 강팀에게 패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충분히 회복불능의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올해와 가장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것은 1986년 월드시리즈였다. 당시 정규시즌 108승을 올린 뉴욕 메츠는 95승에 그친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홈에서 충격적인 2연패를 당했으나 이후 보스턴에 가서 3, 4차전을 따내 시리즈를 다시 뉴욕으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6차전에서 메츠는 연장 10회초 보스턴에 2점을 내주고 3-5로 뒤져 패색이 짙었으나 10회말 보스턴 1루수 빌 버크너의 치명적인 ‘알까기’ 실책에 편승,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뒤 7차전마저 승리해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메츠가 해낸 것을 휴스턴이 해내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메츠가 그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보스턴에 비해 상당한 전력의 우위와 함께 아직도 월드시리즈 역사상 가장 극적이고 유명한 실책으로 남아있는 버크너의 ‘알까기 에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밤비노의 저주’ 효과를 극대화시켰던 버크너의 실책이 없었다면 메츠의 기적 역전 드라마도 없었다.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또한 휴스턴에 비해 떨어진다는 워싱턴에 대한 전력 평가 역시 어쩌면 ‘착시 현상’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은 올해 휴스턴에 비해 14승이나 적은 승수를 올렸고 막판 맹렬한 스퍼트로 간신히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에 나왔기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았지만 사실은 시즌 초반 19승31패의 출발을 제외하면 지난 5개월여 동안 휴스턴과 거의 대등한 성적을 올린 팀이다.

지난 5월24일(현지날짜 기준) 이후 워싱턴의 정규시즌 성적은 74승38패로 휴스턴이 이 기간 중 올린 MLB 최고 성적(74승37패)에 단 반 게임 뒤진 2위였다. 같은 기간 다저스도 74승38패를 기록, 워싱턴과 같은 성적을 올렸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 워싱턴이 현재까지 10승(2패)을 거두고 휴스턴은 7승6패인 것을 보태면 지난 5개월 동안 워싱턴보다 더 많이 승리한 MLB 팀은 하나도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휴스턴과 다저스, 양키스 등 올해 메이저리그 3개의 슈퍼팀이 모두 지난 5개월 동안은 워싱턴에 승률에서 뒤졌다는 것은 그만큼 워싱턴에 대한 평가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사실 워싱턴은 이번 포스트시즌에 투타에서 가장 안정된 전력을 보여주고 있다. 포스트시즌 팀 평균자책점에서 워싱턴은 3.00으로 탬파베이(2.82)와 양키스(2.87)에 이어 3위에 올라 있고 팀 타율 0.255는 모든 포스트시즌 팀 가운데 1위다. 반면 휴스턴의 팀 ERA는 4.03에 그치고 팀 타율 0.216는 세인트루이스(0.201)에 이어 뒤에서 2등이다.

워싱턴은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던 불펜도 최대 무기인 선발진에 최대한 의존하면서 다음 경기 선발투수까지도 주저 없이 구원으로 투입하는 과감하고 적극적인 마운드 운용으로 커버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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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맥스 슈어저.
특히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불굴의 투혼을 보여주고 있는 맥스 슈어저와 새로운 포스트시즌 슈퍼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그리고 포스트시즌 두 번의 선발등판에서 평균자책점 0.71의 눈부신 피칭으로 기대 이상의 기여를 해 주고 있는 베테랑 아니발 산체스 등 선발진의 활약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결과론이지만 다저스가 이 워싱턴에 패한 것은 어쩌면 그리 큰 이변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 시점에서 휴스턴이 이 승부를 뒤집는 것은 상당히 힘들어 보인다. 지금 분위기로는 이번 월드시리즈가 과연 다시 휴스턴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조차 낙관하기 힘들다. 물론 시리즈가 워싱턴에서 끝나지 않는다면 휴스턴에도 희망이 있다. 과연 콜과 벌랜더가 명예회복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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