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정원' 정영주 "에너지+오늘의 애착=25년차 배우"[★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19.10.27 08:00 / 조회 : 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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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영주 /사진=카라멜이엔티


배우 정영주(48)가 MBC 토요드라마 '황금정원'에서 악의 중축으로 활약했다. 인생을 뿌리째 도둑맞은 여자가 자신의 진짜 삶을 찾아내기 위한 과정을 담은 미스터리 휴먼 멜로 드라마 '황금정원'에서 정영주는 모든 악의 씨앗이자 열매인 신난숙 역으로 극의 전반을 장식했다.

신난숙 행동의 모든 근간은 '모성애'였다. 다만 '뒤틀리고 병든 모성애'가 다른 엄마들과 달랐다. 자신의 딸 사비나(오지은 분)를 재벌가 자리에 바꿔치기 한 후 입성했지만, 28년 전 원래 자리에서 내쳐진 '진짜 은동주'(한지혜 분)와 조우하며 또 다른 악을 낳고 모두가 파멸의 길로 들어서는 충격적 결말을 맞았다.

정영주는 '황금정원'에서 사비나(오지은 분)의 생모이자 매니저 신난숙 역을 맡아 연기했다. 신난숙은 28년 전 은동주(한지혜 분)를 버린 장본인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한 순간에 악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 됐다. 딸 사비나를 재벌가에 입성시키기 위해 뭐든지 하는 '성공의 화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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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영주 /사진=카라멜이엔티


-'황금정원'이 지난 26일 60부로 종영했다.

▶긴 호흡의 드라마를 처음 해봤는데 끝나서 시원섭섭하다. 무대는 주연을 하다가 조연, 앙상블을 할 수 있다. 드라마에서 나는 비교적 빨리 미니시리즈를 했다가 주말극을 하게 됐다. 주말드라마를 할 수 있겠냐는 반응도 있었는데 소속사에서 추천을 했다. 대본을 보니 막장요소는 있었지만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도전했다. 초반에 캐스팅이 됐는데, 난숙이가 드라마의 축이더라.

-신난숙은 악의 중심에서 그 끝을 달리는 인물이었다.

▶시청자들이 악역에서 기대하는 부분들이 크시더라. 나는 악역, 선역을 나눠서 연기를 해본 적은 없었다. 대본에 충실하게 연기했다. 상황과 대본에 대해서만 숙지해놓고 현장에서는 상대방의 리액션을 보고 같이 연기했다. 캐릭터에 대해 현장에서 찾아갔던 면이 컸다.

-신난숙을 연기하면서 일상에서도 달라진 점이 있었나.

▶신난숙이 참 못됐더라. 실제로는 아들한테 통화를 하다가 "신난숙 같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아들과 어디 가서 주문을 할 때 과격하게 얘길 하면 또 신난숙 같다고 하더라.(웃음)

-신난숙은 특히 캐릭터 몰입이 많이 요구됐다. 몰입에서 빠져나왔나.

▶캐릭터를 길게 끌고 가는 편은 아닌데 끝나고 일주일 정도는 여운이 갈 것 같다. 그래도 빨리 털어내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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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영주 /사진=카라멜이엔티


-'황금정원'을 통해 새로운 시청자 반응도 받았을 것 같은데.

▶사촌동생이 모니터링하고 보내준 댓글로 '저런 것들은 씨를 말리고 껍데기를 벗겨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 몰입해서 쓰신 것 같았다. 예전 작품 '토지'의 박원숙 선생님과 같다고도 비교를 했더라. 보통의 악역은 앙칼짐과 예민함이 있는데 나는 단단하고 우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떤 네티즌이 '못된 시어머니 랭킹'을 매겨주셨는데 내가 거기서 4위였다. 그 중 '따귀 때리기 최고'로는 1위였다.

-공연을 많이 했던 배우여서 신난숙의 '또렷한 발성'이 인상적이었다.

▶힘을 뺀다고 뺀 거다. 내 발성을 처음 들으면 연극적이라 들을 수 있다. 그 캐릭터로 봐주시면 좋은데 내가 무대를 많이 해서 더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 나는 카메라를 관객같이 생각하고 연기했다. 나중에 보니 신난숙이 말에서 설득력이 있는 캐릭터였다. 작가님 또한 난숙 캐릭터 대사에 산문적인 표현을 많이 썼다. 문어체가 많아서 평소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호흡과 다르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전작 '열여덟의 순간'에서도 결이 다른 깊은 모성애를 보여줬다.

▶'열여덟의 순간'에선 매를 맞았다. 힘든 상황 속에서 엄마의 힘으로 방어하고 버티는 모습을 보여줬다. '열여덟'에서는 맹목적인 아들 바라기로 연기를 했다.

-신난숙의 엘레강스한 스타일링이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소속사 실장님이 대본 공부를 같이 하면서 내가 생각한 의도대로 표현을 해주셨다. 화려하면서 저급하지 않게 보여야 했다. '이런 옷을 누가 입나' 싶게 화려했는데 내가 그 옷을 입고 있더라.(웃음) 메이크업 할 때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고, 액세서리도 원래 좋아해서 다양하게 보여줬다. 전작 '부암동 복수자들' '나의 아저씨' 등 웬만한 작품에서도 직접 참여를 많이 했다. 옷 공부를 잠깐 했기 때문에 애정을 가지고 결과도 잘 나오는 것 같다. 체형상 아무 거나 소화할 수 없다 보니 내 체형에 어울리는 걸 많이 따져서 입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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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영주 /사진=카라멜이엔티


-정영주의 본 무대는 공연이지 않나. 무대 카리스마가 큰 배우다.

▶무대는 나에게 빼놓을 수 없다. 시작도 거기서 했고. 내가 무대를 할 줄은 몰랐는데 25년을 연기하고 있더라. 원래는 아버지의 반대가 있었는데 뉴욕, 서울에서 뮤지컬 '명성황후'를 하니 '네 길이면 끝까지 가라'고 하시더라. 사실 아버지 말은 중요하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무대에 계속 서고 싶다. 공연하는 배우들이 요즘 매체에 많이 왔는데, 예전엔 '서로 다른 판에서는 연기를 못 한다'는 터부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엔 다들 잘 한다. 나 또한 뮤지컬을 할 줄도 몰랐고 TV를 할 줄도 몰랐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정영주'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작품 선택도 점차 고민이 됐다.

-정영주가 25년 간 연기를 할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황금정원'에서 김영옥 선생님도 했던 대사인데 '강한 놈이 끝까지 가는 게 아니고 끝까지 간 놈 이 강한 것'이 맞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연기를 하러 가는 게 신나지만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날들이 켜켜히 쌓여 25년이 된 것 같다. 그날그날 주어진 걸 해냈을 뿐이다. (공연)가족들을 좋아하다 보니 일도 많더라. 과거엔 '이벤트 정' '버라이어티 정'으로 불린 적도 있다. 내 에너지가 받아낼 수 있었으니 가능했던 것 같다. 오늘에 대해 집착하고 애착을 가지니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앞으로도 그렇게 갈 것 같다.

-미래의 정영주는?

▶25주년은 아직 나에게 설익은 느낌이다. 30주년이 되면 공감할 수 있는 노래와 이야기를 하면서 디너쇼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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