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온라인 인신공격, '팬 갑질'에 피멍드는 선수들 [★이슈]

한동훈 기자 / 입력 : 2019.10.23 05:09 / 조회 :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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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지환. /사진=뉴스1
지난 21일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서 이정후가 절친 고우석의 인터뷰를 해명하는 다소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일부 팬들의 심기를 건드려 크게 곤욕을 치른 고우석을 향한 미안한 마음이 엿보였다. 22일에는 오지환의 아내가 악플에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SNS를 통해 밝혔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 박용택은 거의 '갑질' 수준의 질타도 사랑이라고 느낀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용택은 "욕도 애정이 있어야 나온다. 힘든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얼마나 우리를 좋아하시면 저렇게까지 하실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팬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이렇듯 선수들은 팬들의 비난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다. 프로 스포츠가 팬들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선수들은 대부분 자신을 향한 화살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본인이 감수하고 견뎌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선수들이 받는 상처의 크기도 더욱 커졌다.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소비되는 기사에는 익명으로 가려진 댓글이 반드시 따라온다. 선수들도 프로 선수이기 이전에 사람인지라 SNS 계정 하나 쯤은 가지고 있다. 팬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위해 일부러 만들기도 한다. 팬들과 접촉 면적이 늘어난 만큼 악의적인 공격에도 무차별 노출됐다.

시즌 초반 A투수는 상대 타자 몸에 투구를 맞힌 뒤 곧바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SNS 테러를 당했다. 입에 담기 힘든 험한 욕설이 난무한 메시지가 쏟아졌다고 한다. B투수도 몸에 맞는 공을 내준 뒤 상대팀 팬들의 분노를 샀다. 건방진 표정을 지었다는 것이다. 일부 팬들은 선수 탓에 그치지 않고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에까지 피해를 끼쳤다.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 합숙 중인 고우석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친구 이정후와 나눈 사담을 인터뷰 도중 공개했다가 혼쭐이 났다. "4경기만 하고 오라"고 했다가 키움을 응원하고 두산을 무시했다는 오해를 산 것이다. 밤 늦은 시간 성난 팬의 SNS 메시지를 받았다. 고우석은 자신의 SNS에 정중하게 공개 사과까지 하며 고개를 숙였다. 오히려 이정후가 나서서 미디어데이 때 "어느 팀이 됐든 4경기에 끝내라고 한 것"이라 바로 잡았다.

피해자들은 대개 비난의 수위보다는 공격 대상이 자신을 넘어 주변으로 확대될 때 고통을 호소한다. 오지환은 인신공격성 악성 댓글을 지난해부터 무더기로 겪어왔지만 꾹 참아왔다. 올해에는 아내와 아이를 책임지는 가장이 됐다. 차명석 LG 단장도 최근 늘어난 악플에 대해 "나는 참을 수 있는데 아이와 아내가 보면서 마음을 아파한다"며 아픔을 하소연했다. 팬들의 선을 넘는 폭력적 '갑질'에 선수들도 지쳐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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