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영상 트로피가 5개' 월드시리즈, 역대급 선발 대결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10.22 16:38 / 조회 :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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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릿 콜(휴스턴)-맥스 슈어저(워싱턴).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 팬이라면 올해 월드시리즈 매치업을 앞두고 기대감이 폭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월드시리즈에 나서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워싱턴 내셔널스는 특히 선발투수들의 면면이 가히 역대급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화려하다.

2019년은 메이저리그(ML)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이 쏟아져 나온 ‘홈런의 해’였고 또 그 어느 해보다도 불펜투수들의 비중이 커진 반면 선발투수들의 비중은 축소됐던 해였지만 정작 월드시리즈에선 환상적인 선발 마운드 대결이 펼쳐지게 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23일(한국시간) 1차전 게릿 콜-맥스 슈어저를 시작으로 2차전 저스틴 벌랜더-스티븐 스트라스버그, 3차전 잭 그레인키-패트릭 코빈(혹은 아니발 산체스)으로 예상되는 양팀의 선발투수 라인업은 정말 쉽게 우열을 가리기 힘든 역대급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거의 매 경기에서 사이영상 수상 경력 투수가 최소한 한 명씩 선발로 나서며 어쩌면 4차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사이영상 수상자 등판을 보게 될 전망이다.

이들 6명이 보유한 사이영상 수상 횟수는 현재까지 5개(슈어저 3, 벌랜더 1, 그레인키 1)이고 조만간 6개로 늘어날 것이다. 콜 또는 벌랜더가 올해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을 받을 것이 100% 확실하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혹시라도 둘이 투표에서 동점으로 공동수상을 한다면 7개가 될 수도 있다. 역시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슈어저 또는 스트라스버그가 내셔널리그(NL) 수상자가 된다면 8개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에서 이처럼 많은 사이영상 수상자들이 마운드 대결을 펼친 것은 2001년이다. 당시 뉴욕 양키스는 그 때까지 사이영상을 5회 수상한 로저 클레멘스, 애리조나는 3회 수상한 랜디 존슨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그 해에도 나란히 사이영상을 받았고 이후 1개씩을 추가해 역대 사이영상 수상 횟수 1위(클레멘스·7회)와 2위(존슨·5회)에 올라 있다. 올해 시리즈는 총 사이영상 수상 횟수에선 2001년 시리즈에 뒤지지만 수상자 수에선 최소 4명, 어쩌면 5~6명이 될 수도 있어 2명이 12번의 사이영상을 휩쓴 2001년 시리즈를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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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의 저스틴 벌랜더. /AFPBBNews=뉴스1
사이영상 수상자만 많은 것이 아니다. 올해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탈삼진 랭킹 톱10 중 5명이 이번 시리즈에 나선다. 휴스턴에는 메이저리그 전체 탈삼진 1, 2위인 콜(326개)와 벌랜더(300개)가 있고 워싱턴에는 내셔널리그 2, 3, 4위이자 ML 전체 6, 8, 10위인 스트라스버그(251개), 슈어저(243개), 코빈(238개)이 포진했다.

시즌 탈삼진 랭킹 톱10 가운데 절반인 5명이 월드시리즈에 출동하는 것은 이번이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6명 가운데 유일하게 이 명단에 들지 못한 휴스턴의 제3선발 그레인키도 시즌 187개의 탈삼진으로 ML 랭킹 28위에 올라 있다.

특히 콜과 벌랜더를 앞세운 휴스턴 선발투수들은 올 정규시즌에서 상대타자의 28.9%를 삼진으로 잡아내 메이저리그 역사상 팀 최고기록을 수립했다. 특히 콜은 무려 39.9%의 탈삼진율을 기록,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이에 맞서는 워싱턴 선발진은 이번 가을에 탈삼진 기록을 만들어내고 있다. 올 포스트시즌에 워싱턴 선발투수들은 상대타자 36.1%를 삼진으로 잡아냈고 특히 마지막 3경기에서 선발투수가 모두 11개 이상의 삼진을 뽑아내(슈어저 11개, 스트라스버그 12개, 코빈 12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상 처음으로 한 팀 선발투수 3명이 3경기 연속 11탈삼진 이상을 올리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역대급 ‘닥터-K' 파티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어 오르는 이유다.

평균자책점(ERA)으로 봐도 이들 6명은 모두 올해 메이저리그 상위 16위에 올라 있다. 콜(2.50)과 벌랜더(2.58)는 전체 3, 4위, 그레인키(2.93)는 9위이고 워싱턴에서는 슈어저(2.92) 8위, 코빈(3.25) 13위, 스트라스버그(3.32) 16위다. 양팀 선발투수들은 이번 포스트시즌에 피안타율 0.183을 기록 중이다.

삼진과 ERA 모두 원투펀치만 놓고 보면 휴스턴이 우세하지만 ‘빅3’로 보면 워싱턴이 꼭 떨어진다고 말하기 힘들다. 사실 4선발까지 확장한다면 워싱턴의 4선발 아니발 산체스가 이번 포스트시즌 두 차례 등판에서 12⅔이닝동안 단 1자책점만 내주는 에이스급 피칭을 보인 반면 휴스턴은 확실한 4선발이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워싱턴 쪽이 조금 앞선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들의 몸값을 비교해도 엄청나다. 워싱턴의 ‘빅3’ 슈어저-스트라스버그-코빈의 올해 연봉 합계는 7780만 달러로 ML 전체 1위이고 휴스턴의 ‘빅3’ 벌랜더-콜-그레인키의 연봉 합계는 7300만 달러로 2위다. 워싱턴의 빅3 연봉 합계는 올해 마이애미 말린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탬파베이 레이스의 전체 연봉보다 많고 휴스턴 빅3는 피츠버그와 탬파베이보다 많다. ML 역사상 가장 비싼 두 선발진의 맞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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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AFPBBNews=뉴스1
특히 시리즈 1차전에서 펼쳐질 콜과 슈어저의 선발 맞대결은 정말 야구팬이라면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매치업이다. 콜은 아직까지는 ‘사이영상 수상’ 타이틀이 없는 투수지만 올해 성적은 물론 순수한 구위에서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정규시즌에 20승(5패)을 올린 콜은 지난 5월23일 시즌 5패째를 당한 후 5개월째 패배를 모르는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그의 포스트시즌 성적은 더 무시무시하다. 3번의 선발등판에서 22⅔이닝동안 32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단 1점만 내줘 평균자책점 0.40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슈어저는 시즌 기록(11승7패, 2.92)에선 콜(20승5패, 2.50)에게 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부상의 여파로 7, 8월에 거의 뛰지 못했고 복귀 이후엔 한동안 부진을 보였던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슈어저는 포스트시즌에서 3번의 선발과 1번의 구원등판에서 총 20이닝을 던지며 27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2승, 평균자책점 1.80의 맹위를 떨치며 본래 그의 모습을 되찾았다.

특히 마지막 등판인 세인트루이스와 NLCS(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6회까지 노히터를 기록하는 등 7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 11탈삼진으로 막아냈다. 승리를 향한 투지에서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투수다.

콜과 슈어저는 모두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순수한 구위 측면에서 사실상 1, 2위를 다투는 투수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월드시리즈의 기선을 제압할 1차전에서 충돌하는 것은 실로 역대급 빅매치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휴스턴은 탬파베이와 만난 디비전시리즈나, 양키스와 ALCS(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모두 선발보다는 불펜 위주의 팀을 상대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선발 로테이션으로 맞장을 뜨는 팀을 만나게 됐다.

어쩌면 콜과 슈어저의 1차전 결과가 이번 시리즈 전체의 모멘텀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1차전에 이어 5차전에서도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은데 이 두 번의 맞대결에서 어느 한 팀이 모두 승리한다면 그 선수의 팀이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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