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 |
선동열 전 감독은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의 더 플라자 호텔에서 자신의 저서인 '야구는 선동열'의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선 감독은 "올해 초 야구에 대한 철학이나 생각들을 책으로 표현하면 어떻겠는지 하는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망설였다. 내 스스로 좌절을 극복한 경험담을 젊은이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책을 내게 됐다"라고 말했다.
선 감독은 이 책을 통해 현역 시절 뒷이야기들, 일본에서 겪은 좌절을 극복한 이야기들, 감독 생활, 작년 아시안게임 이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야기 등을 담았다.
선 감독은 "모든 팬들이 선동열이라고 하면 그냥 평탄하고,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고 생각하시더라. 국내에서도 몇 차례 있었지만, 일본에 가서 첫 시즌 실패를 했다. 엄청난 좌절이었다. 2군도 아닌, 3군 교육리그까지 가서 경기를 했다. 그런 부분은 모르시는 팬들이 많았다. 그래서 책에 넣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선수와 감독의 차이를 물었다. 이에 선 감독은 "선수 때는 나만 잘하면 된다. 지도자는 한 팀에 80명~100명씩 있는 선수들을 관리해야 한다. 또한 감독은 책임을 지는 자리다. 첫 번째도 인내, 두 번째도 인내, 세 번째도 인내라고 생각한다. 항상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작년 국정감사 출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선 감독은 "내가 서서는 안 될 자리라고 생각했지만,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한다. 당황하기도 했다.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야구 인생에서 후회되는 순간이다. 야구팬들이 지켜보기에 '부끄럽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좋은 경험을 했다"라며 미소지었다.
책 제목 '야구는 선동열'에 대해서는 "수많은 고민을 했다. 후배들에게 많이 썼던 말 중 하나가 '내 자신과 싸워서 이겨야 남을 이길 수 있다'다. 책에 넣을까 생각했으나, 선동열 하면 야구 아니겠나. 그래서 이런 제목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선동열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뉴스1 |
미국 뉴욕 양키스 연수에 대해서는 "선진 야구인 메이저리그를 보고자 한다. 우리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선진 시스템을 배워와야 하지 않나 싶다. 나이를 생각하면 ⅔정도 살았나 싶다. 남은 ⅓은 야구의 발전을 위해, 팬들을 위해 쓰고자 한다.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선배이자 라이벌이었던 최동원과 일화도 책에 담았다. 선 감독은 "(최)동원이 형하고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때 같이 합숙 훈련을 했다. 나에게 동원이 형은 '우상'이었다. 형처럼 되고 싶었다. 동원이 형 던지는 것을 보면 항상 입을 벌리고 있었다. 감탄이 나왔다. 완벽했다. 나는 왜 저렇게 못하는가 했다. 내가 많이 따라한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프로에서 맞대결 하는 것 자체로도 꿈만 같았다. 운이 좋아서 이기기도 했고, 지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될 수 있었던 것도 동원이 형이 있어서다.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잡기 위해서 노력했다. 동원이 형이 말하는 것은 '기본기'였다. 투수는 러닝 선수, 육상 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던지는 것 외에는 러닝이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야구에 대한 고언도 전했다. 선 감독은 "내가 말하는 것이 100%는 아니다"면서도 "야구 같은 경우, 투수가 중요한 스포츠다. 국제경기를 하면서 류현진처럼 큰 경기를 맡아줄 선수가 없다. 지금 유소년, 학원 스포츠가 우리 때와 다르다. 기본적인 훈련보다, 선수들의 진학만 생각하면서 육성하는 것 같다. 류현진 이후 선수가 나오지 않는 것이 국제대회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나 생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