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설리는 떠났지만..엇나간 마녀사냥식 분풀이[윤성열의 참각막]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9.10.18 11:13 / 조회 : 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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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설리가 지난 1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평소 우울증이 심했던 그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타살 혐의점은 없었다"고 1차 구두 소견을 내놨다. /사진=김창현 기자


"누구는 삶과 죽음을 고민하며 눈물 흘릴 시간에…남자들에게 온갖 성희롱에 시달리며 우울하고 괴로워했을 시간에…당신은 고기를 먹고 있었군요."

"XX욕하고 싶은 거 참는다."

"그녀가 그룹에 탈퇴하고 활동을 잠정 중단할 때 왜 보고만 있었습니까. 어린 여자와 잠자리가 힙합 하는 이들 사이에서 성공의 마지막 단계라지요."

지난 14일 고(故) 설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그룹 다이나믹 듀오 최자의 SNS에 달린 댓글들이다. 생전 고인과 교제한 사이였던 그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비난의 화살이 쏟아부은 것이다. 최자의 추모글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은 또 한 번 '악플'을 퍼부었다.

고 설리는 세상을 떠났지만 연예계 '악플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생전 '악플'로 인한 심적 고통을 호소했던 고인의 죽음으로 '악플'을 근절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엇나간 마녀사냥식 분풀이가 또 다른 피해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자를 향한 비난이 쏟아지자 동료 가수 핫펠트는 "당신이 현명한 척 달고 있는 댓글이 얼마나 한심한 얘기인지 알고 있나"고 지적하며 "수박 겉핥기처럼 가벼운 님의 이야기들 일기장이나 카톡 대화창에나 써라.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있는 사람에게 소금뿌리지 말아 달라. 당신은 그럴 자격이 없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지나친 확대해석과 논리적 비약이 비통에 빠진 동료들에게 2차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전날 가수 김C도 설리에 대한 추모글을 올렸다가 '악플'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됐다. 생전 고인과 일면식도 없었다는 그가 심경을 전한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의견이 다수 등장했고, 이번 일과 관련 없는 개인 사생활 문제까지 거론됐다.

생전 고인과 f(x) 멤버로 함께 활동했던 크리스탈은 반대로 SNS에 애도글이 남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됐다.(그는 묵묵히 빈소를 지키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출연했던 JTBC2 '악플의 밤'은 '악플'에 쿨하게 대처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고인의 죽음 이후 '악플 테러'를 받으며 별안간 폐지 위기에 처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확인도 되지 않은 악성 소문들이 떠돌아다닌다.

이쯤 되면 '건강한 비판'이 아닌 '무분별한 비난'이다.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이다. 마치 항간에 들풀처럼 일어난 '악플 근절' 운동을 비웃기라도 하듯,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 여전히 그들을 난도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책임을 전가하듯 무분별하게 내용을 퍼 나르는 일부 언론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치열한 고민 없이 '설리는 누가 죽였는가'에 프레임에 갇혀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세상을 재단하는 행태는 곱씹어봐야 한다. 고인의 애도에 집중하기보단 각자의 추모 방식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고인의 죽음을 계기로 '악플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해진 것은 분명하다. 정치권에선 '악플 방지법' 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늘고 있다. 좀 더 과감하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결단해야 한다. 또 다른 아픔이 생기지 않도록 깨어 있는 존중과 배려,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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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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