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하기도 바쁜데…' SK 괴롭힌 또 다른 적 '악플' [★비하인드]

고척=박수진 기자 / 입력 : 2019.10.18 05:06 / 조회 : 2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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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키움전 종료후 더그아웃으로 복귀하는 SK 선수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기세가 오른 키움과 야구로 싸우기도 벅찬 상황이었지만 SK는 또 다른 적인 '악플'과도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결국 이 여파로 포스트시즌 첫 시리즈서 3연패의 업셋 허용이라는 비극적인 결말로 시즌을 마치고 말았다.

SK는 지난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 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서 1-10으로 대패했다. SK는 플레이오프서 3연패하며 쓸쓸히 짐을 쌌다.

SK의 2019시즌을 돌아보면 역대급 '용두사미'였다. 지난 5월 30일 이후 약 4달간 단독 선두로 군림했지만 8월 중순부터 하락세를 탔다. 결국 9월 28일 대구 삼성전 끝내기 패배를 기점으로 독주 체제가 붕괴됐고, 두산에 밀려 2위로 정규 시즌을 마쳤다. 이후 처진 더그아웃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플레이오프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SK의 후반기 경기력을 보면 독주를 하던 팀이 맞나 싶은 의문이 든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는 SK 선수단을 과도하게 괴롭힌 악플이 한몫했다. 공교롭게 하락세가 시작한 8월 중순부터 '주장' 이재원(31)을 중심으로 한 SK 기사에는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고, 이것들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

단순한 경기력 부진이 아닌 외부적인 것들로 인해 달린 댓글로 인해 더그아웃 분위기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본인들이 인터넷을 멀리하려 해도 선수단의 지인들, 가족들의 고통이 이어졌다. 실제 9월 이후 경기를 살펴보면 SK 투수와 타자들 모두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듯한 경기를 선보인 것이 사실이다. 분명 정상적인 경기력이 아니었다.

이 여파는 포스트시즌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댓글 창에는 SK를 '절대악'으로 간주하는 '이상한 프레임'이 생겼다. 반면 SK를 상대하는 키움은 '절대선'으로 여겨졌다. 결국 SK는 전혀 자신들이 가진 경기력 모두를 펼쳐내지 못했다. 17일 경기를 앞두고 한 SK 선수는 "악플에 정말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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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스트레스에 입술이 터진 염경엽 감독. /사진=뉴시스


코칭스태프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염경엽 감독은 심한 스트레스에 입술이 터졌고, 시리즈 내내 자책했다. 경기에 들어가기도 전에 마치 그로기 상태에 빠진 듯했다. 시리즈 탈락 확정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염경엽 감독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한 시즌 고생하셨다"는 기자의 인사에 악수를 청한 뒤 포옹으로 그간의 마음 고생을 표현했다. 그만큼 패장의 뒷모습은 고독해 보였다.

물론 이를 떨쳐내지 못한 선수단 책임이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는 정신력도 능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구가 아닌 외적 요인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장면이 다시 나와서는 곤란하다. 손차훈 SK 단장은 "내년에는 더 냉정하게 준비하겠다"고 입술을 꽉 깨물며 경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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