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 경례+SON도 침묵' 지옥의 평양 원정 남북전 뒷이야기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9.10.16 05:13 / 조회 : 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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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손흥민(가운데)을 비롯한 한국과 북한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현지 취재는 물론, TV 생중계가 불발됐으니 현재로서는 한국의 경기력이 어땠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현재로서는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를 통해 전달된 제한된 정보와 경기 후 전해진 뒷이야기를 통해 상황을 유추할 뿐이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37위)은 15일 오후 5시 30분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북한 축구 대표팀(FIFA 랭킹 113위)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앞서 2연승을 거둔 한국은 2승 1무(승점 7점)를 기록하게 됐다. 북한 역시 2승 1무(승점 7점)를 마크했으나, 골득실에서 앞선 한국(득실차 +10)이 조 1위, 북한(득실차 +3)이 2위에 각각 자리했다. 한국과 북한의 역대 상대 전적은 7승9무1패가 됐다.

◇ 초유의 이메일 경기 내용 전파... 30분 전 긴박하게 전해진 '무관중 경기'

지난 1990년 통일축구 이후 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역사적인 평양 원정 경기였다. 하지만 한국 팬들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TV 생중계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 상황은 평양 현지에 파견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로부터 오로지 메일을 통해 국내 협회 관계자를 거쳐 한국 언론으로 전달됐다. 이마저도 선수 교체와 경고 등 간단한 사항만 전달될 뿐이었다.

그래도 협회 관계자는 하나의 정보라도 더 전달하기 위해 최선의 힘을 다했다. 협회 관계자는 "FIFA와 AFC 라이브(중계)보다 5분 정도 빠르게 전달했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해 빠른 시간에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당초 경기 전 평양서 열린 매니저 미팅에서 4만 관중(김일성경기장 총 좌석 5만석)이 들어찰 거라는 예상을 했다. 하지만 경기 시작 30분을 앞두고 관중이 없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결국 이날 경기는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협회 관계자는 "대사관 직원들로 보이는 외국인들만 보였을 뿐 외신 기자도 없었다"면서 "이는 아시아축구연맹(AFC)와 사전의 조율된 사항은 아니었다. 또 홈 경기 마케팅 권리(입장권 판매 등)는 주최국의 축구협회가 갖고 있기 때문에 AFC에서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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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펼쳐진 태극기 앞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대표팀 선수단.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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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장 정일관(왼쪽에서 두 번째)와 한국 주장 손흥민(오른쪽에서 두 번째) 및 경기를 관장한 카타르 심판진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경기장 감시하는 인민군 포착, 원정팀의 지옥'... 거친 경기 속 신경전도

북한은 그동안 홈에서 무척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무승부로 지난 2005년 3월 이란전 패배 후 14년째 평양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북한은 과거 평양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예선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 1-0, 2014 브라질 월드컵 2차 예선에서는 일본을 1-0으로 각각 제압한 전력이 있다. '원정팀의 지옥'이라 불릴 만한 평양이었다.

한국도 이날 점수만 놓고 보면 답답한 경기력 속에서 고전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인조 잔디 적응 여부도 큰 변수였다. 전날(14일) 평양에 입국한 대표팀은 약 50분 동안만 김일성경기장에서 훈련했다. 인조 잔디에 적응할 시간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국은 경기 내내 북한의 거친 수비에 고전한 것으로 보인다. 전반 20분이 넘어서 협회 관계자는 "선수들 간 팽팽한 긴장감이 있어 한 차례 충돌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경기감독관이 안전요원을 대기시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안전요원이 진짜 안전요원인지, 인민군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경기장에는 인민군이 관중석 곳곳에 배치돼 감시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현장서 경기를 관전한 요아킴 베리스트룀 주 북한 스웨덴 대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 국가가 연주되자 인민군들이 거수경례를 했다"며 영상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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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이 텅 빈 가운데, 북한 인민군이 일정한 간격으로 선 채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요아킴 베리스트룀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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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이 진행 중인 가운데, 0-0 스코어를 알리는 전광판 밑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경기 후 전해진 뒷이야기 '경기 과열+후반전 아쉬운 기회 놓쳐'

경고도 많이 나왔다. 북한은 전반 30분 리용직, 후반 1분에는 리은철이 각각 경고를 받았다. 물론 한국 수비진도 경고를 받았다. 후반 10분 김영권, 후반 17분 김민재가 차례로 옐로 카드를 받았다. 협회 관계자는 "후반전에도 경고가 나오는 등 경기가 과열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후반 막판 몇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협회 관계자는 경기가 끝난 뒤 "후반 24분에는 김문환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또 경기 후반 몇 차례 아쉬운 찬스가 있었다"면서 뒷이야기를 전했다.

한국은 최고의 전력으로 최선을 다했다. '에이스' 손흥민은 풀타임을 소화했다. 또 후반 시작하자마자 나상호 대신 황희찬, 후반 10분 황인범 대신 권창훈, 후반 34분 황의조 대신 김신욱을 차례로 투입했다. 내세울 수 있는 공격수들을 모두 앞세워 총공격을 퍼부은 것이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한국의 공격수들 모두 고전 끝에 득점에 실패했다. 지난 1월 카타르와 아시안컵 8강전(0-1 패) 이후 8경기 만에 나온 무득점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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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후 인사를 나누는 한국과 북한 선수단.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AFC와 벤투 감독 모두 주심 언급 "골키퍼보다 더 바빠", "경기 자주 끊었다"

이날 경기를 참관한 AFC 경기 감독관을 통해서도 뒷이야기가 전해졌다. AFC는 경기 후 "한국은 손흥민-황의조-나상호, 3명이 최전방에서 공격을 했다. 북한은 정일관과 한광성이 나섰다"면서 "이날 주심을 본 카타르 출신의 압둘라흐만 알 자심은 리영직, 리은철(이상 북한), 김영권, 김민재(이상 한국)에게 경고를 주는 등 골키퍼보다 더 바쁘게 움직였다"고 적었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의 공식기자회견 소감이 '시간 차'를 두고 한국에 전해졌는데, 심판의 관한 언급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벤투 감독은 "주심이 경기를 자주 끊으면서 중단된 시간이 많아 평상시 경기와 다르게 전개됐다"면서 "아쉽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현재 조 1위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조 1위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갈 것"이라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이후 추가 질문 없이 기자회견은 종료됐으며, 믹스트존 인터뷰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장을 떠난 선수단은 북한이 제공한 버스를 타고 숙소인 고려 호텔로 이동했다. 경기장서 호텔로 이동하는 데에는 15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버스는 50km 내외의 저속 운행을 했다.

이제 대표팀은 16일 오후 5시 20분 평양을 떠나 베이징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이어 오후 9시 40분 베이징을 출발해 17일 0시 45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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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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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 선발 베스트11. 뒤쪽 관중석에 인민군 복장을 한 사람들도 보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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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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