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 "나는 왜 힘든 역할만 할까?..그래도 멋지다" [★FULL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9.10.19 09:30 / 조회 : 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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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천우희 / 사진=나무엑터스


배우 천우희(32)가 '연기력'을 내려놓고 기교 없는 모습으로 30대 여성을 그려냈다. 영화 '한공주'부터 '곡성', '우상'까지 강렬한 얼굴을 쓰고 관객을 만났던 천우희는 올해 JTBC '멜로가 체질'에 이어 영화 '버티고'에서 실제 본인이 지나고 있는 30대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천우희는 뭔가를 연기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영화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 분)이 창 밖의 로프공과 마주하게 되는 아찔한 고공 감성 무비다. 그녀는 30대 계약직 디자이너 서영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절벽의 끝에 선 서영이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과, 그 끝에서 희망을 만나는 모습까지 담아냈다. 극한의 클로즈업 속 천우희의 얼굴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천우희를 집적 만나 '멜로가 체질'과 '버티고' 이야기를 들었다.

'멜로가 체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멜로 연기 소감은 어떤가.

▶ 사실 '멜로가 체질' 전에는 멜로라는 장르에 관심이 없었다. 다른 이야기가 더 재밌었고, 제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갔다. 그러다가 일상에 닿아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에서도 '지금 너의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기회가 돼 두 작품 연달아서 제 나이에 맞는 현실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기했다. 얼마 전에 '우상'팀이 만났는데, 한석규 선배님이 조언을 해주셨다. 한석규 선배님은 '멜로가 체질' 전에도 저에게 '우희야, 너는 있는 그대로 해라. 너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안 보여서 있는 그대로 하면 된다'라고 이야기 해주셨다. 멜로가 가능 할 때 많이 하라고 하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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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천우희 / 사진=나무엑터스


'멜로가 체질' 이후로 더욱 멜로 장인이 되는 것 아닌가.

▶ 그랬음 좋겠다.(웃음) 인간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면서 소중한 것이 사랑이라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맞어. 인생에서 가장 소중 한건데 나는 왜 진부하다고 생각했을까'라고 느꼈다. 앞으로도 끌리는 이야기들이 있다면 멜로를 하고 싶다.

'버티고'에도 멜로가 있다.

▶ '버티고'는 멜로가 중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상처 받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그런 이야기가 표면적으로 보이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서영이라는 한 인물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다.

'버티고'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이것이 본격 성인 연기'라고.(웃음) 그 전에는 제가 나이가 보이지 않거나 제 나이보다 어린 역할을 했다. 그래서 평소에도, 배우로서도 제 나이보다 어리게 보더라. 그것이 나쁘지 않지만 저도 성숙한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새로운 모습을 원했다.

'버티고' 속 직장 여성을 표현하기 위해 주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나?

▶ 서영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사람들과의 관계라든지, 대화라든지 하는 것에 대해 물어봤다. 하물며 출퇴근 찍는 것을 어떻게 하는지 같은 디테일 한 것도 물어봤다. 또 의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직장인으로서 최대한 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고 많이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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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버티고' 스틸컷


그동안 강한 캐릭터,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많이 보였는데, 이번 모습은 새롭다.

▶ 제가 그 동안 에너지를 분출하는 연기도 했었지만, '한공주' 같이 내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도 했다. 저는 나름대로 두 가지 역할 다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다. 둘 다 쉽지 않다.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할지 항상 연출과 함께 고민하고, 찾아가는 방식으로 연기했다. '버티고' 서영은 서사적인 면에 기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인물의 감정선을 쭉 따라가다 보니까 어떤 기교를 부려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도 뭔가 내가 '연기한다'라는 생각을 한 것을 아니지만, 이번 역할은 어디 하나 기댈데가 없다. 제가 끌고가야 되니까, 진심으로 해야 됐고 그 진심으로 하나하나 만들어내려고 했다.

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인 "당신은 떨어지지 않아요. 괜찮아요"가 본인에게 굉장히 특별한 의미라고.

▶ 그 대사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 그 대사가 마치 실제 저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저는 그동안 배우 일을 하면서 건강한 정신과 뚝심으로 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각을 못했지만 상처 받고 힘든 시기가 있었다. 그게 저에게는 지난해였다. 1년간 푹 쉬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을 때 '버티고'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그 마지막 대사가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 대사를 통해서 내 힘겨운 시기를 연기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하게 됐다.

실제 30대 천우희는 어떤 사람인가.

▶ 우리는 20대를 지나왔기 때문에 30대는 뭔가를 이루고, 자리 잡아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제가 생각해도 30대는 20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경력이 쌓였지만, 일에도 미숙한 부분도 있고 사람 대할 때 어색할 때도 있고 어정쩡한게 많은 나이인데,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많다. 그 어중간한 나이가 제일 좋기도 하다. 어중간한 나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나이 같다. 저도 서른이 갓 넘었을 때는 '이제 나도 30대야' 하는 불안과 기대감이 있었다. 서른 하나, 서른 둘에 가장 불안하고 조급했다. 그러다보니 의욕이 떨어졌던 순간도 있었다. 힘든 순간 오히려 지나고 보니까 그런 조급함 덜어놨고 그 두 작품 하면서 조금은 더 자유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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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천우희 / 사진=나무엑터스


천우희는 맞거나 힘든 역할을 많이 한다. '버티고'에서도 그런 힘든 장면이 있다.

▶ 사람들이 저에게 한국에서 힘든 역할은 다 한다고 하더라.(웃음) 그런 것 같다. 저도 한때는 남들은 예쁘고 참하고 공주 같은 거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래도 나름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연기를 선택하고, 그것을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기에, 연기적으로는 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지치고 힘들때도 있지만 계속 하고 싶다.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 그때 그때 바뀌고 다르다. 요 근래에는 조커를 봤다. 충격적이었다. 배우가 갖고 있는 내제된 강한 흡인력일 수도 있고 분석적인 연기적 재능일 수도 있는데 놀라웠다. 요즘 배우들끼리 모이면 다들 '조커' 봤냐고 한다. 그러면서 연기하는 사람들은 '조커'를 보면 자괴감에 빠져서 안된다고 한다.(웃음) '조커'라는 캐릭터가 한국에서는 보여지기 힘든 캐릭터다. 가상의 인물이 실존 캐릭터처럼 시리즈 나오고 그런 것이 부럽다. 저도 그런 판타지를 해보고 싶다. 또 멜로도 더 해보고 싶고 액션도 하고 싶다. 차기작은 '앵커'로 11월 크랭크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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