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하라 마라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기를..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10.15 06:00 / 조회 :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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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2014년이었던 것 같다. 설리가 악플러를 고소했다. 지독한 악성 루머를 끈질지게 퍼뜨렸던 악플러였다. 경찰이 잡았다. 잡고 보니 설리와 당시 동갑(21살)인 명문대학교에 다니던 여학생이었다. 소위 명문대에 다니는 학생이, 동갑내기인 같은 여자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루머를 퍼뜨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사회적인 경종을 울리기 위해 기사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리가 말렸다. 가해자에게서 장문의 편지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이 밝혀지면 전과자가 되고 학교에서 퇴학 되며 취업도 안될 것이라며 선처를 부탁했다는 것이다. 설리가 지인을 통해 전달한 바는, 같은 나이 여자애가 자기 때문에 인생에 좌초된다는 게 미안해 선처를 했으니 기사화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자기 때문이 아니었지만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그 마음을 존중해 기사화하지 않았다.

묻고 가려 했던 이야기를 다시 꺼낸 건, 설리가 5년이 흘러 '악플의 밤'에서 이 이야기를 털어놨기 때문이다. 설리는 '악플의 밤'에서 악플러에 대한 고소 이야기를 하다가 그때는 선처했지만 "다시 고소를 한다면 선처 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선택이 옳았을지, 지금도 어렵다. 설리는 어떤 마음으로 그때 그런 선택을 했고, 5년이 지나 다시 고소를 한다면 선처를 안 하겠다고 했을지, 그 마음의 간극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

설리는 세 편의 영화를 찍었다. '해적'과 '패션왕', 그리고 '리얼'. 영화배우로서 설리를 인터뷰한 적은 없다. 아니 할 수 없었다. '해적'과 '패션왕'은 일절 영화 관련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간담회도 참석하지 않았다. 열애설과 악플러 고소 등을 진행하던 중이라 대외 행보를 자제했다. '리얼'은 기자 간담회에만 참석했다.

설리는 그때도 화제의 중심이었다. 자유분방한 설리를 바라보는 다양한 말들이 쏟아졌다. 누구는 정숙을 요구했고, 누구는 그녀의 자유를 응원했다. 설리는 그런 시선들을 때로는 즐기는 것처럼, 때로는 무시하는 것처럼, 더러는 경멸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런 설리의 모습은 왜곡해 소비되곤 했다. 당시 설리를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설리, "삐~" 사건의 전말..설리를 소비하는 방식'이라고 썼다.

부족하나마 설리를 응원한 건, 배우로서 설리를 영화에서 더 보고 싶었던 바람이 컸기 때문이었다. 설리는 '리얼' 기자간담회에서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리얼'을 하면서 더욱 연기에 욕심이 생긴 것 같다. 이렇게 원했던 게 있었나 싶다."

설리는 '리얼' 개봉 전 이창동 감독의 '버닝' 출연을 한참 논의 중이었다. 이창동 감독과도 만났다. 여러 이유로 결국 불발됐다. 그 자리는 다른 배우에게 돌아갔다. 설리가 '버닝'에 출연했다면, 인생에 만약이란 없지만, 그랬다면 배우로서 설리의 인생은 또 달라지지 않았을까, 못내 못내 아쉽다.

설리는 지난 5일 영화 '메기' 관객과 대화에 참여했다. 영화에 출연한 것도 아닌데 이 행사에 나선 건, 이옥섭 감독과 배우 구교환과 인연이 있고, 무엇보다 '메기'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그녀는 연기와 영화에 대한 애정을 계속 품고 있었던 것 같다.

설리와 나이를 떠나 친구로 지내는 김의성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왜 SNS에 설리를 옹호하는 글을 올렸는지. 김의성은 설리를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악플에 한참 시달렸다. 설리랑 친해서 그런 글을 올렸는지, 어린 여자 연예인에게 쏟아지는 지나친 공격이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물었다.

김의성은 "둘 다"라고 했다. "누가 어떻게 살든, 어떤 사진을 올리든, 왜 그렇게 괴롭히나란 생각이 컸다"고 했다. "좋다, 싫다가 아니라 해라, 마라를 하지 않나. 왜 그렇게 사람들이 남을 가르치지 못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설리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니, 김의성의 그 말이 머리에 계속 맴돈다. 왜 좋다, 싫다가 아니라 해라, 마라를 하는지, 왜 그렇게 남을 가르치지 못해서 안달인지 정말 모르겠다.

부디 악플 없는 세상에서, 하라 마라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기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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