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날씨의 아이' 흐린 뒤 맑음, 그리고 사랑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10.1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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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소녀가 세상을 바꾼다. 사랑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너의 이름은.'에 이어 다시 소년 소녀가 바꾸는 세상 이야기를 전한다.

가출해 도쿄로 무작정 올라온 16살 소년 호다카. 살 곳도, 먹을 것도, 기댈 곳도 없다. 그런 호다카에게 작은 온정을 베푼 소녀 히나. 호다카는 히나의 친절을 잊지 않는다.


외계인의 비밀, 수수께끼 요괴 등을 취재하는 잡지사에 얼떨결에 취직한 호다카. 비가 그치지 않는 도쿄에 '맑음소녀'를 취재하러 다닌다. 호다카는 그녀가 기도하면 거짓말처럼 비가 멈추고 햇살이 내비친다는 도시전설을 찾다가 히나가 바로 맑음소녀란 걸 알게 된다.

돈이 궁한 두 사람은 날씨를 맑게 해주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환하게 갠 날씨에 사람들이 밝게 웃는 게 그저 좋다. 하지만 맑음 뒤에는 흐림이 찾아오듯, 두 사람은 세계의 비밀 중 하나를 알게 된다. 그리고 예정된 결말이 찾아온다.

'날씨의 아이'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들이 그랬듯 세카이계 애니메이션이다. 세카이계 애니메이션은 거칠게 말하자면 소년, 소녀의 사랑으로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날씨의 아이'는 약간 다르다. 세상을 구하기보다는 "네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도 "괜찮다"고 말한다.


전작 '너의 이름은.'과 비교는 피할 수 없다. 비밀은 더 쉽게 드러나고, 위기는 덜 극적이다. 그렇기에 긴장과 극복이 주는 쾌감은 덜하다. 그럼에도 달달하다. '너의 이름은.'에 이어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래드윔프스 노래들과 궁합을 맞춘 영상이 감정을 해맑게 끌어올린다. '사랑이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있을까' '괜찮아' '그랜드이스케이프' 등 OST는 '날씨의 아이' 흥행에 적잖이 일조할 것 같다.

하늘과 구름과 비와 태양과 날씨에 대한 묘사는 섬세하다. 구름을 뚫고 내리쬐는 햇살의 묘사는, 날씨가 사람에게 주는 행복을 그 자체로 전달한다. 냉정하다가, 낡았다가, 사람냄새 났다가, 정겹게 그린 메트로폴리스 도쿄의 풍광도 볼거리 중 하나다.

주인공 호다카 목소리는 '봉오동 전투'에 일본 소년병으로 참여한 다이고 코타로가 맡았다.

'날씨의 아이'는 갑갑한 집이 싫어 가출해 도시살이 하다가 여자아이에게 반해 위기를 무릎 쓰는 전형적인 남자아이 모험담이다. 흐리기만 한 세상이 맑게 빛나고 그 끝에는 네가 있었다, 는 사춘기 남자아이 모험담이다.

이 남자아이 모험담을 특별하게 만든 건, 설정과 노래 그리고 작화의 힘이다. 특별한 이야기를 보편적으로 전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힘이기도 하다.

10월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추신. '너의 이름은.' 팬들이라면 반가울 카메오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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