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 포레르빠쥬, ‘매일매일 전투하라’

채준 기자 / 입력 : 2019.10.0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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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펍지


‘매일매일 전투하라’

지난해 한국을 들끓게 만들었던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연상하게 하는 말이다. 또 상당히 강렬한 느낌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처럼 강렬한 이름을 가진 여성용 백 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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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배틀 백/사진제공=포레르빠쥬


바로 프랑스 명품 ‘포레르빠쥬’를 대표하는 여성용 백 ‘데일리 배틀백’이 주인공이다. 포레르빠쥬는 국내 갤러리아 백화점에만 있는 명품으로 데일리 배틀백이 인기를 얻고 있다.

포레르빠쥬의 히트상품에 전투적인 이름이 붙은 것은 업체의 역사에서 기인한다. 명품백을 만들기 전 포레르빠쥬는 명품 무기를 제작했던 최첨단 기업이었다. 나폴레옹의 칼을 비롯해 대 문호인 뒤마, 발자크를 매료시킨 총을 개발하기도 했다.


18~19세기 프랑스 역사에 빠질 수 없는 ‘포레르빠쥬’ 가문

‘포레르빠쥬’는 명품 무기를 제작했던 가문명이다. ‘포르레빠쥬’는 1717년 프랑스 황실 및 귀족들에게 총과 갑옷, 검 같은 최고급 무기와 가죽 케이스를 납품하는 공방에서 시작, 황실이 수여한 무기 제작 특허를 다섯 번이나 획득하며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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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르빠쥬가 제작한 나폴레옹 기병도 /사진제공=포레르빠쥬


‘포레르빠쥬’는 이후 왕조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무기를 공급하며 독보적 위상을 자랑했다. 특히 프랑스 혁명 당시엔 ‘자유’를 갈망하는 혁명군에게 무기를 제공하는 등 18~19세기 프랑스 역사에 빠질 수 없는 가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레르빠쥬’의 장인들이 제작한 무기와 가죽 케이스는 단순히 전쟁이나 사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국가의 중요한 행사에 사용되거나 귀족들의 진귀한 선물로 통용됐다. 이러한 위상은 발자크, 샤토브리앙, 뒤마, 위고 등 프랑스 대문호들의 작품에 수차례 등장하며 예술품으로 인정받았다. 이에 ‘포레르빠쥬’ 무기류는 파리 앵발리드의 군사 박물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런던의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 등에 전시되어 있다.

18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포레르빠쥬 장인들이 만든 무기들은 전쟁만을 위한 도구가 아닌 그 자체로서 예술로 인정받아 행사 및 의식에 사용됐으며, 왕족 및 귀족들 사이에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한 진귀한 선물로 활용되었다

이중 루이 16세의 사냥 총과 도금한 은으로 만든 나폴레옹의 기병도, 마리앙투아네트의 사냥총, 나폴리의 왕 조아킴 뮈라의 마노와 자개로 장식된 검 세트 등은 지금도 ‘포레르빠쥬’의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나폴레옹 1세의 외아들 레글롱을 위하여 1814년에 제작된 한 쌍의 권총은 ‘포레르빠쥬’의 신화적 무기의 전형으로, 이 명품은 2014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30만 유로에 거래됐다.

대통령들 중에는 1879년 프랑스의 폴 쥘 그레비 대통령은 멕시코의 돈 마뉴엘 곤잘레스 대통령에게 ‘포레르빠쥬’의 사냥총을 선물했다. 오늘날 42만5,000달러의 가치로 추정되는 이 무기는 같은 품목에 있어 전 세계에서 가장 고가의 아이템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7대에 걸쳐 300년간 계승된 무기류 보관함의 제작 노하우는 현재 핸드백 및 가죽 브랜드 제작 기술로 빛을 발하고 있다. 무기를 제작했던 가문의 역사는 ‘매혹을 위한 무장(Armed for Seduction)’이라는 브랜드의 철학으로 계승됐다. 제품에 갑옷 비늘을 연상시키는 ‘에카이유’ 패턴을 비롯하여 제품명은 물론, 디자인 자체에 무기와 관련된 요소로 스토리텔링을 가미했다. 특히 권총 모양의 포켓은 ‘포레르빠쥬’만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포레르빠쥬, 문학 속에서 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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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르빠쥬가 제작한 좌우 2연신 라이플(위)은 품격과 귀족적인 문양이 돋보이며 1879년 프랑스의 폴 쥘 그레비 대통령이 멕시코의 돈 마뉴엘 곤잘레스 대통령에게 선물한 ‘포레르빠쥬’의 사냥총은 당대 최고의 선물이었다./사진제공=포레르빠쥬


“기적 같은 명중도를 보이는 이 권총들은 어머니가 내게 주신 것인 데, (포레)르빠쥬의 아뜰리에 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 권총들은 훗날 이탈리아에 파견된 군대에서 유명세를 떨쳤다.”<알렉상드르 뒤마, My Memoirs, 1852>

“선생, 나는 파리 르빠쥬에서 사격 교육을 마쳤소.”<발자크, The Wild Ass’s Skin, 1831>

포레르빠쥬의 명성은 18~19세기 유수의 대문호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브랜드이다. 발작, 샤토브리앙, 뒤마, 위고 등 프랑스 대문호들은 물론, 러시아의 푸시킨까지 18~19세기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그들의 작품 속에서 수 차례 언급하며 찬양을 마다하지 않았다.

총기의 비늘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에카이유’ 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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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간 이어온 포레르빠쥬의 독특하며 우아한 패턴으로 18c갑옷(왼쪽)의 문양에서 현재 명품(오른쪽)으로 발전했다/사진제공=포레르빠쥬


‘포레르빠쥬’를 상징하는 패턴은 프랑스 황실 및 귀족에게 납품하던 갑옷, 칼, 총기 등에 각인되어 있던 비늘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만든 ‘에카이유(Ecaille/Fish Scale/비늘)’ 문양이다.

‘독특한 고유 패턴인 ‘에카이유’는 ‘포레르빠쥬’만의 특허 디자인으로, 19세기 프랑스 리옹에서 사냥용품 제작을 위해 발명된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방수된 코튼 캔버스 위에 프린팅 된다. 이후 ‘에카이유’가 새겨진 캔버스는 왁싱 및 그레이닝 등 총 7단계를 거쳐 최종 제품이 완성된다.

이 밖에도 ‘포레르빠쥬’는 단순한 알파벳 이니셜을 넘어서 숫자, 메달, 테슬 등 다양한 키트를 활용하여 수백가지의 조합으로 개인의 취향 및 희소성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퍼스널리제이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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