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르라! 미디어데이 장악한 야전사령관 류중일, 후진 없는 리더십 [★현장]

고척=한동훈 기자 / 입력 : 2019.10.05 18:18 / 조회 : 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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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류중일 감독이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 참가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사진=LG트윈스
'나를 따르라!'

대한민국 육군의 지휘관 양성소, 보병학교 부대마크에 새겨진 구호다. 야전의 지휘관은 항상 전장의 선봉에 서 솔선수범하며 부하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미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56)은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포부를 밝히며 마치 야전사령관 같은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야말로 후진 없는 '앞으로 앞으로' 리더십을 발휘해 좌중을 휘어잡았다.

스포츠를 전쟁에 비유하자면 감독은 전군을 이끄는 수장이다. 개전을 앞둔 수장의 한 마디는 전군의 사기를 좌우한다. 특히나 포스트시즌 같은 초단기전에선 객관적인 전력보다 기세와 분위기가 강한 영향을 미친다. 선수들이 전의를 불태우게 만들고 사기를 고취시켜야 하는 감독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류중일 감독은 이날 완벽한 심리전을 펼쳤다. 강한 자신감이 상대에 대한 무례 혹은 도발로 받아들여지는 한국 사회 분위기 속에서 류중일 감독은 '3연승'을 외쳤다. 선수단을 향해 강한 신뢰를 공개적으로 드러내 투지를 끌어 올렸다.

키움 장정석 감독이 "팬들께 최선의 결과물을 선사하겠다"며 무난하고 교과서적인 출사표를 먼저 던졌다. 그러자 류중일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되도록 빨리 끝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겠다"고 훅 들어왔다. 류 감독은 또 1차전 선발을 공개하는 순서에서 3선발까지 모조리 발표했다. 류 감독은 "1차전 윌슨, 2차전 차우찬, 3차전 켈리다"라 발표하며 한 술 더 떠 "3명으로 끝내겠다"고 확인사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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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가한 LG 차우찬, 김현수, 류중일 감독(왼쪽부터). /사진=LG트윈스
류 감독은 KBO리그 최초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 4년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위업을 이룩한 명장이다. 현역 10개 구단 감독 중 가장 화려하고 범접할 수 없는 커리어를 자랑한다. 한국시리즈만 해봐 와일드카드, 준플레이오프 모두 처음이지만 승리를 향한 확신은 그대로였다. 와일드카드 1차전을 앞두고는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 붙어보고 싶다"고 큰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우물쭈물하거나 주저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간판타자 김현수가 최근 부진하다는 질문이 나오자 류중일 감독은 "우리 김현수 선수는 최고의 타자다. 잠깐의 슬럼프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일부터 정말 잘 칠 거다"라 잡음을 차단하며 옆에 있는 김현수에게 "부탁합니다"라 농담까지 건내는 여유도 뽐냈다.

외국인타자 페게로가 좌투수 약점이 드러나고 있는데 대타 계획이 있느냐 묻자 "전혀 없습니다"라 단칼에 잘라 말했다. 와일드카드서 고우석이 잠시 흔들린 순간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도 "고우석은 우리 마무리투수다. 이정후가 나오든 박병호가 나오든 고우석이 막아주길 바란다"고 한 치의 고민도 노출하지 않았다.

LG는 명백한 도전자다. 투, 타 객관적인 전력서 열세다. 키움과 시즌 상대 전적도 7승 9패로 밀린다. LG의 3연승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류중일 감독은 '언더독'의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확신에 찬 자신감을 드러냈다. 백전노장 류중일 감독이 모두가 지켜보는 공개 행사인 미디어데이서 개인적인 바람을 경솔하게 내던졌을 리 없다. 선수단을 향한 메시지이자 스스로 다지는 각오일 것이다. 류중일 감독의 준플레이오프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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