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지옥이다' 박종환 "변득종 役, 처음 느껴본 숙제"[★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19.10.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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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종환 /사진=플럼액터스


"'타인은 지옥이다' 작품 만족도는 상중하 중 '상(上)'이에요. 가족들이 안도하는 느낌이에요. 그동안 제 배우 활동을 응원하고 지켜봐주셨는데 이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지금까진 수동적이고 배회하는 역할들이 많았는데 이번엔 목표점이 확실하고 행동에 대한 에너지를 확인하신 것 같아요."

배우 박종환(37)이 데뷔 10년 만에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 2008년 영화 '보통소년'으로 데뷔해 단편, 인디영화 '나의 싸움' '잉투기' '서울연애' '침입자' '백역사' '우는 방' 등에 주연으로 출연했지만, 상업영화 '베테랑' '검사외전' '가려진 시간' '원라인' 조단연으로 출연한 것만큼 인지도를 얻기 힘들었다. 드라마로는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더러버' '프로듀사' 등에 출연했다.


매체, 그 중 드라마 출연과 캐릭터 특성에 따라 인지도가 갈리는 환경이니 박종환을 인식시키기엔 지금껏 무리가 있었다. 정규 드라마도 2015년 '프로듀사' 이후 4년 만이었다. 박종환이 OCN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변득종을 만난 것은, 그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였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상경한 청년이 서울의 낯선 고시원 생활 속에서 타인이 만들어낸 지옥을 경험하는 미스터리. 원작인 동명의 네이버웹툰이 누적 조회수 8억 뷰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트랩'에 이어 OCN 두번째 드라마틱 시네마(Dramatic Cinema)로 제작된 작품.

박종환은 극중 윤종우(임시완 분)가 머무는 고시원의 306호 남자 변득종과 307호 총무 변득수로 쌍둥이 1인 2역을 맡아 연기했다. 이 가운데 변득종은 심하게 더듬는 말투와 기괴한 웃음소리로 허술한 듯해 보이지만, 이면에 잔혹한 본성을 숨기고 있는 인물이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박종환이 수줍게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잔상을 강하게 남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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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종환 /사진=플럼액터스


-'타인은 지옥이다'가 종영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모여서 작품에 임했는데 감사하다. 연기를 하며 나 스스로를 지옥 같은 느낌으로 만들기도 했는데, 많은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작품이어서 뜻깊었다.

-박종환에게 이번 작품에서 지옥 같았던 때란?

▶스스로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행동도 과대포장을 하면서 강박을 느꼈다. 필요 이상으로 생각이 많아졌던 것 같다. 주저하기도 했다.

-변득종 캐릭터가 많이 강렬하다 보니 촬영이 끝나도 몰입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지 않았나.

▶촬영을 마치자 마자 빠져나오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다만 아직 말 더듬는 행동들, 말 막힘 현상이 편한 자리에서 말을 할 때 툭 나오긴 하더라.

-이창희 감독의 디렉팅이 자유로운 편이었다는데, 연기할 때 판단 지점이 쉽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맡은 인물은 어떻게 연기해도 일관성에서 멀어질 수 있어서 연기하는 데 부담은 없었다. 변득종을 연기하며 파생된 인물의 관계를 자유롭게 보여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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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종환 /사진=플럼액터스


-원작 웹툰의 인기가 많았다. 원작의 틀을 깨야하는 부담은 없었나.

▶원작을 익히 먼저 알고 시작해서 오히려 제한적인 느낌은 못 받았다. 내가 어떻게 살을 붙이고 변주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웹툰 원작을 보면서 재미있게 느낀 점은 어딘가 비어있는 부분을 읽는 사람이 같이 채워나가는 것 같았다. 드라마는 그런 부분을 구체화시킨 것 같았다.

-촬영 중 맹장이 터지는 일도 있었는데.

▶원인을 모르고 맹장이 터져서 촬영할 때 어려움을 몰랐는데, 나중에 제작진에게 미안함은 있었다. 복귀해서 힘을 내서 촬영하려고 했다.

-변득종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모습이 기괴하기도 하지만 귀엽다는 반응도 있었다.

▶처음에 왜 이 인물이 그렇게 행동할까 고민했다. 그렇게 웃었던 건 변득종이 살면서 겪은 나름의 생존 본능이었던 것 같다. 아마 힘든 상황을 몇 번 넘길 수 있던 습관인 것 같다. 실제로 우리 조카가 예쁨 받으려 방글방글 웃는 거라는 걸 느껴서 변득종의 생존본능을 이해하게 됐다.

-변득종만의 기괴한 아우라를 어떻게 구축하려고 했나.

▶원작을 기준으로 삭발도 했다. 상황에 인물을 녹이니 그로테스크함이 묻어났던 것 같다. 순수한 인물이어서 가늠이 안 되는 부분이 상황과 만나 더 증폭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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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종환 /사진=플럼액터스


-극중 고양이 사체가 나오는 장면도 기괴함을 증폭시켰다.

▶다행히 나는 직접 고양이 사체를 보는 장면을 찍진 않았다. 나도 고양이를 좋아하고 지인 집에서 고양이를 대하는 시간이 있어서 내가 만약 그 장면을 직접 찍었다면 기분이 좋진 않았을 것 같다. 한 번은 감독님 집에 간 적이 있는데, 감독님이 나보고 '고양이 털이 왜 이렇게 많이 묻어 있냐'며 캐릭터랑 비유해서 놀리더라. 마침 지인 집에서 고양이를 예뻐해 주고 왔던 터라 오해를 푼 적이 있었다.(웃음)

-세트장에 들어가는 것 자체로 공포감이 조성됐겠다.

▶음산하다. 지하 3층에 세트장을 짓고 촬영했는데 고시원 안은 더 음산했다. 확실히 세트장에서 주는 가라앉는 기운이 있었다. 세트장이 정말 리얼하게 만들어져서 제작진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원작 웹툰 김용키 작가가 '키위'(변득종) 캐릭터에 가장 애정을 보였다.

▶원작자 분께서 그렇게 말해주시니 천만 다행이다. 촬영하면서 충돌에 입체감이 생기고 내가 1인 2역을 하다 보니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나에겐 두 명을 연기하는 게 숙제였다. 판타지 안에서 인물이 쌍둥이가 맞는지 정확히 짚기 힘들어서 열어놓고 촬영을 했다.

-남은 2회에서 변득종이 줄 반전이 있을까.

▶큰 반전은 없을 것이다. 쌍둥이 중에 변득수는 죽었고, 변득종이 형제의 죽음을 슬퍼한다. 그게 이야기 끝까지 가는 동력이다. 서로가 서로를 복제할 수도 있단 느낌이었다.

-살면서 '타인은 지옥'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나.

▶그런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다. 남 탓을 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을 안 하게 된 것 같다. 특히 배우 생활을 하면서는 내 역할 하나 온전히 해내기도 바빠 남 탓을 할 여유가 없었다. '타인은 지옥'이란 생각이 들기 전에 스스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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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종환 /사진=플럼액터스


-이번 작품을 통해 뒤늦게 박종환이란 이름을 알리게 됐는데.

▶하나의 이미지에 갇히지 않는 건 좋지만, 대중에 내가 인식되는 게 더디다는 불리함이 있구나 싶다. 이번 작품에서도 나를 인식시키고자 노력한 면이 있었다. 최근 밖에서 나를 알아보는 분들은 "키위다 키위"라고 하신다. 하지만 캐릭터 때문인지 선뜻 못 다가오시더라. 그래서 웃어드리면 변득종이 생각나는지 더 못 다가오시는 것 같더라.(웃음)

-조연으로 활동한 기간이 길었다.

▶배우 활동을 하면서는 힘들지 않았다. 막상 주변에서도 내 모습을 보고 연기하면서는 힘들지 않아보였다고 하더라. 지금은 가족, 지인들의 반응이 만족스럽다. 아직 내 입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나를 더 잘 알리는 게 목표다. 친숙하게 다가서길 바란다.

-영화 출연이 많았다. 앞으로 드라마에서도 박종환을 금방 또 볼 수 있을까.

▶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고 어필을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도 그 와중에 같이 작업을 하자는 분들과 작업을 하게 됐다. 소극적인지도 모르겠지만, 창작자가 배우를 알아봐 줄 때 힘이 된다. 같이 하자고 말해주는 분들에게 내가 소개가 되고 좋은 뜻을 관철시키는 배우가 되고 싶다.

-'타인은 지옥이다'의 결말은 만족하나.

▶계속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장르영화고 스릴러가 가미됐다 보니 이렇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타인은 지옥'이라 말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우리가 일상을 지내다 보면 영화 같은 순간이 현실 같고 현실이 영화 같은 순간이 될 때도 있지 않나. 열어두려고 한다. 윤종우의 실체와 그가 부풀린 상상의 세계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 모른다. 시청자들에게 힘든 일이 있더라도 스스로가 생각하는 힘든 사고를 많이 부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종환에게 '타인은 지옥이다'란?

▶배우를 하면서 한 번도 '숙제'란 단어를 써 본 적이 없는데, 나에게 '숙제' 하나가 끝난 것 같다. 이 작품엔 배우 생활을 할 때 느껴보지 못했던 도전이 있었다. 이번엔 표현도 적극적으로 해보고 하나의 숙제를 잘 마친 것 같다. 아직 그 숙제는 끝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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