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동산고 4번타자 인정!" 농담하자 류현진도 함께 웃었다 [국민감독 김인식의 MLB 通]

콜로라도전 7이닝 3실점 13승+ML 첫 홈런... 류현진 "7회 피홈런은 잘못 던졌다"

신화섭 기자 / 입력 : 2019.09.24 07:17 / 조회 : 4083
  • 글자크기조절
image
류현진(가운데)이 23일(한국시간) 콜로라도전에서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한 달이 넘은 것 같습니다.”


필자가 “정말 오래간만이다”라고 인사를 건네자 류현진(32·LA 다저스)은 이렇게 답했다. 그는 자신이 승리투수가 되면 경기 후 전화를 걸어오곤 한다. 지난 8월12일(한국시간) 애리조나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무려 42일 만의 통화였다.

류현진은 23일 콜로라도와 홈 경기에서 7이닝 6피안타(2홈런) 무사사구 8탈삼진 3실점(3자책)으로 시즌 13승(5패)째를 따냈다.

이날 1회에는 뭔가 불안했다. 볼이 높았고, 초구 스트라이크도 잘 잡지 못해 카운트가 길게 갔다. 1사 후에는 개럿 햄프슨에게 볼카운트 3-1에서 5구째 몸쪽 시속 87마일(140km) 커터를 던지다 선제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곧이어 3번 놀란 아레나도를 다저스 1루수 맷 비티의 실책으로 내보내 투구수가 더 늘어났다. 1회에만 25개의 공을 던졌다. “초반엔 왜 그랬냐”고 묻자 류현진은 “잘 모르겠다. 컨트롤이 잘 안 됐다”고 답했다. 2회부터 안정을 되찾은 이유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고만 했다. 류현진의 대답은 늘 그렇게 덤덤하다.


image
23일(한국시간) 콜로라도전에서 투구하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이날 경기의 결정적인 장면은 류현진의 홈런에 앞서 나온 두 개의 병살타였다. 류현진은 4회 선두 아레나도에게 안타를 내준 뒤 4번 이언 데스먼드를 유격수 병살타로 유도했다. 5회에도 1사 후 샘 힐리어드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드루 부테라를 체인지업으로 2루수 병살타로 잡아내 이닝을 끝냈다.

곧이은 5회말 류현진은 선두 타자로 나서 동점 솔로 아치를 그려냈다.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콜로라도 선발 안토니오 센사텔라를 순식간에 무너뜨린 한 방이었다. 흔들린 센사텔라는 볼넷과 안타 2개로 무사 만루를 허용한 뒤 물러났고, 이어 등판한 제이크 맥기는 코디 벨린저에게 역전 그랜드슬램을 내줬다.

류현진은 5-1로 앞선 7회 2사 1루에서 힐리어드에게 투런 홈런을 맞았다. 이에 대해 류현진은 “잘못 던졌다. 체인지업(시속 83마일·135km)이 너무 (치기) 좋게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다저스 포수 윌 스미스(24)와 배터리 호흡은 여전히 다소 불안해 보였다. 1회에 류현진이 포수 사인에 고개를 젓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image
류현진이 23일(한국시간) 콜로라도전에서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AFPBBNews=뉴스1
홈런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류현진에게 지난 5월26일 피츠버그와 원정 경기에서 우중간 담장을 직접 맞힌 2루타 얘기를 꺼냈다. 필자가 “(오늘 홈런은) 몇 달 전 피츠버그전 때와 똑같은 코스로 간 것 같다. 방망이에 맞는 소리는 그 때가 더 좋았는데 피츠버그 구장이 좀더 넓은가”라고 묻자 류현진은 “다저스타디움과 크기는 비슷한데, 피츠버그 구장의 펜스가 더 높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고교 시절부터 타격도 곧잘 해 ‘동산고 4번타자’ 출신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그런데 필자는 류현진이 고교 3학년이던 2005년 인천 동산고-서울 성남고의 경기를 TV로 봤는데, 그 때 류현진은 4번이 아닌 5번타자로 출전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 얘기를 하자 류현진은 “그 경기는 5번타자로 나간 것이 맞다”고 답했다. 필자가 “오늘 홈런을 쳤으니, 이제 4번타자로 인정을 해주겠다”고 농담을 건네자 류현진도 함께 웃었다.

끝으로 류현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몇 승이니 평균자책점과 사이영상이 어떻니 하면서 얘기들이 많은데,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마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면 성공이다.” 이어 “나머지 경기들에서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기 바란다”고 당부하면서 ‘오랫동안 기다렸던’ 통화를 마쳤다.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야구대표팀 감독

image
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고문은 한국 야구를 세계적 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지도력으로 '국민감독'이라는 애칭을 얻었습니다. 국내 야구는 물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으로서 MLB 최고 스타들을 상대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MLB 경기를 빠짐 없이 시청하면서 분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기자 프로필
신화섭 | evermyth@mtstarnews.com 페이스북

스타뉴스 스포츠국장 신화섭입니다. 독자가 원하는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