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 유희관이 말하는 #희관존 #태극마크 #느림의 미학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9.09.23 05:17 / 조회 : 9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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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의 투구 모습.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약간 울컥하네요….'


늘 유쾌했던 그가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없냐'는 질문에 잠시 고개를 떨궜다. '제구력 아티스트' 유희관(33)이 세상의 편견을 이겨내며 7년 연속 10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유희관은 지난 20일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 7⅓이닝(106구) 5피안타 5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시즌 10승(8패) 달성에 성공했다. KBO 리그 역대 4번째, 역대 좌완으로는 2번째, 그리고 두산 구단 프랜차이즈로는 최초로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쌓기에 성공한 유희관이었다.

경기 후 그는 '기쁨'보다 '감사'를 먼저 떠올렸다. 유희관은 "돌이켜보면 정말 두산 베어스에 입단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좋은 감독님과 코치님을 만났다. 저 혼자 이뤄낸 기록이 아니다. 두산이라는 팀, 좋은 야수들과 포수들을 만나 이런 기록을 세웠다. 제 기쁨보다 고마운 분들이 더 생각난다"고 입을 열었다.

유희관은 "저까지 4명이 기록을 세운 걸로 아는데, 돌이켜 보면 이런 기록을 제가 써 내려온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조금이나마 여전히 편견과 싸우고 있고, 그런 부분들이…. 뭔가 이슈가 다른 선수들보다 덜 되고 인정을 못 받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마지막에 제 기록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기록들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곧이어 유희관은 "아, 약간 울컥하네요"라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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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인터뷰 중 울컥한 순간 유희관의 모습. /사진=김우종 기자


다음날(21일) 다시 만난 유희관은 "어제 저한테 '할 말이 없냐'고 해서 약간 감정이 북받쳤던 것 같다. 늘 제 밝은 모습만 보셨을 텐데, 많이 놀라셨을 것 같다. 예전에 비해 편견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런 걸 써내려가는 게…. 입단할 때부터 지나온 시간들이 순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밝게 이야기했다.

사실 유희관을 향한 편견 중에는 이른바 '희관존'이라는 말도 있다. 유희관만의 유리한 스트라이크 존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희관은 "저도 들어서 알고 있다"면서 "솔직히 말씀드려서 제 존이라는 게…. 만약 제 존이 있으면 볼을 무조건 던져도 스트라이크를 잡아주실 텐데, 그런 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그런 게 있으면 절대 안 되지 않을까. 심판님들께서 정확하고 공정하게 봐주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유희관을 향한 편견에서 비롯될 지도 모르는 또 하나의 불운, 바로 태극마크다. 2013년 처음 10승을 거뒀고, 2015년에는 무려 18승을 따냈지만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12, 2017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 프리미어12까지 그는 계속 A대표팀의 외면을 받고 있다.

유희관은 "솔직히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죠"라면서 "태극마크는 야구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 선수들의 꿈이다. 18승을 거뒀을 때도 저는 (대표팀에) 가지 못했다. '느린 공이 과연 국제대회서 통할까' 라는 의문점도 분명 갖고 계실 것이다. 제가 부족해 안 뽑힌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편견을 깨트려 보이고 싶은데, 그래서 해보지도 못 하고 못 가서 아쉽긴 하다. 만약 기회가 돼 나가게 된다면 최선을 다해 던지고 싶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럼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은 어떻게 생각할까. 유희관은 "그 말은 좋다. 뭔가 저만의, 제 이름 앞에 붙을 수 있는 그런 걸 만든 거 같아 좋다"며 웃었다.

순간, 이날 훈련 중 공을 주우러 뛰다가 왼쪽 종아리 근육을 다친 김원형(47) 투수코치가 절룩이며 문 밖으로 나왔다. 유희관은 "코치님 괜찮으세요! 왜 계속 여기에 계세요. 어서 들어가세요. 왜 그렇게 열심히 하셨어요"라고 넉살 좋게 웃으며 김 코치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김 코치는 "네가 잘해서 기분 좋으니까 그랬지"라며 허허 웃었다.

유희관의 말처럼 그는 늘 '느린 공 투수는 안 돼'라는 편견과 싸워왔고, 어쩌면 그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지 모른다. 유희관은 "공이 느리지만 성공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다는 걸 끝까지 보여드리고 싶다"며 다시 한 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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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두산 베어스 신인 선수 포토 데이 행사에서 투구 포즈를 취하고 있는 유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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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아이언맨(가운데) 세리머니를 하거 있는 유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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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의 7년 연속 10승 달성 기록을 알린 잠실야구장 전광판의 모습.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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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연속 10승 달성을 축하하는 두산의 캡틴 오재원(왼쪽). 유희관과 함께 둘 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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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오른쪽)의 7년 연속 10승 달성을 축하하는 김태형 두산 감독(왼쪽)이 밝게 웃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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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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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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