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가 체질' 이병헌 감독, '비운의 수작' 남기다[★FOCUS]

한해선 기자 / 입력 : 2019.09.22 13:00 / 조회 : 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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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멜로가 체질'이 '비운의 수작'으로 종영을 앞두고 있다.

현실 공감 멜로가 담긴 극본, 세련된 감각의 연출, 배우들의 연기 삼박자가 다 들어맞았거늘, '멜로가 체질'의 '1%대 시청률' 딱 하나가 아쉽게 남는다.

'멜로가 체질'은 JTBC 하반기 기대작이었다. 영화로 유명했던 이병헌 감독이 선보일 첫 정규 드라마는 어떨지 기대가 쏠렸다.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 이후 TV드라마로는 처음이었다. 시기 좋게 이병헌 감독은 올해 상반기 영화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을 달성해 주가가 치솟아 있었다. '멜로가 체질' 편성 자리는 최근 시청자들의 주목도가 높은 '금토드라마'였다.

'멜로가 체질'은 20대 남자 청춘들의 리얼 고민을 그린 '스물'의 30대 여자판이란다. '스물'은 이병헌 감독 대표작. 배우 천우희, 안재홍이 주연으로 뭉쳤고 변주는 성공적이었다. 임진주 역의 천우희가 엉뚱한 캐릭터의 드라마 작가로 사회생활 적응기를 보여줬고, 손범수 역의 안재홍은 까칠한 스타 감독이 임진주와 사랑에 빠진 후 로맨틱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큐멘터리 감독 이은정 역의 전여빈은 연인 홍대(한준우 분)의 죽음 이후 홍대의 환영을 보는 이상 증세로 아픔을 줬고, 드라마제작사 마케팅 PD 황한주 역의 한지은은 워킹맘으로 힘겹게 직장생활을 하며 아들을 키우다 직장 후배 추재훈(공명 분)을 만나고 다시 사랑의 안식처를 찾았다. 추재훈도 연인과 마음이 멀어지며 아파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안타까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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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멜로가 체질'에선 주연 외에도 모든 인물이 나름의 '멜로'를 찾아간다. 김환동(이유진 분)은 전 여자친구 임진주가 손범수와 '썸'을 타자 미묘한 질투심을 불태웠다. 배우 이소민(이주빈 분)은 매니저 이민준(김명준 분)이 소속사 대표의 권유로 이직 상황에 처하자 뒤늦게 서로 마음을 확인했다. JTC 드라마국 국장 성인종(정승길 분)는 정혜정 작가에게, 손범수의 동기 PD는 JBC 구내식당 영양사 다미(이지민 분)에게 숨겨진 마음을 꺼내보였다.

세상이 온통 '핑크빛'인 '멜로가 체질' 세계에선 사랑의 형태가 무궁무진했다. 일상 속 뻔할 수 있는 '썸'과 '사랑'의 소재가 이병헌 감독의 극본과 연출을 거치니 꽤 스펙타클했다. 여타 멜로가 사랑의 '아름다운' 찰나를 그리려 했다면, '멜로가 체질'에선 사랑의 '요상한' 찰나를 표현했다. '스물'이 그러했듯 '멜로가 체질'도 인물들이 심하게 지질한 순간에 노출돼 굴욕의 정점을 찍고 결국 성장한다.

이병헌식 인물들의 '속사포 티키타카'는 '멜로가 체질'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서정적이고 거창한 것과는 거리가 먼 이 멜로에서 인물들은 굳이 구차한 화법을 고수하는데, 이 사소하고 촘촘한 밀도에서 '사랑'이란 관념의 고민이 읽힌다.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대사에서 되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니 최고 1.8%인 시청률이 아쉬울 수밖에. 최근 지상파 드라마가 5%를 넘기느니 마느니 고전하긴 하지만, 아무리 종합편성채널이라 해도 '멜로가 체질' 1%대의 시청률이 씁쓸하다. 애청자들과 업계에선 적잖이 의아한 탄식을 쏟아낸다. 아직 멜로의 주류는 '예쁜 것'일까.

그래도 '멜로가 체질'은 기억에 꽤 오래 남을 작품이다. '멋없음'이 곧 이 드라마의 '맛있음'으로 인장을 찍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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