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고 저녁 먹으러..." LAC 감독이 밝힌 레너드-조지 영입 비화 [댄 김의 NBA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9.20 12:10 / 조회 :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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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LA 클리퍼스의 닥 리버스 감독, 카와이 레너드, 폴 조지, 스티브 발머 구단주. /AFPBBNews=뉴스1
카와이 레너드(28)와 폴 조지(29)가 LA 클리퍼스에 합류한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이번 여름 미국프로농구(NBA) 최고의 빅뉴스였다.

토론토 랩터스를 구단 역사상 첫 NBA 챔피언으로 이끈 뒤 프리에이전트(FA)가 된 레너드가 과연 어느 팀과 계약할 것이냐는 ‘다음 NBA 챔피언이 누구냐’는 질문과 마찬가지라고 해도 될 정도로 오프시즌 최대 관심사였다. 그가 누구와 계약하든 NBA 파워 구도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빅딜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레너드의 행선지로는 우승을 함께 한 토론토와 함께 고향 LA의 두 팀 레이커스와 클리퍼스가 꼽혔는데 이들 3팀 가운데 누가 그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미스터리였다. 결국 승자는 클리퍼스였고 그것도 레너드 혼자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또 다른 MVP 후보 조지가 함께 클리퍼스 유니폼을 입으면서 NBA의 구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렇다면 레너드는 어떤 과정을 통해 클리퍼스를 선택했을까. LA타임스가 19일(현지시간) 닥 리버스 클리퍼스 감독과 인터뷰를 통해 레너드의 계약이 이뤄지게 된 뒷이야기를 상세히 소개했다. 리버스 감독조차 계약 체결 직전까지 레너드를 놓쳤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협상이 순탄치 않았던 것이 밝혀졌다. 레너드와 계약이 조지의 트레이드와 직접 연계돼 있었는데 그 트레이드 협상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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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이 레너드. /AFPBBNews=뉴스1
클리퍼스의 레너드 영입전은 1년 전부터 시작됐다. 레너드와 협상은 물론 직접 접촉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클리퍼스는 구단주 스티브 발머와 구단 사장 로렌스 프랭크, 제리 웨스트 고문, 그리고 또 다른 팀 중역들이 돌아가며 토론토 홈코트 스코티아뱅크 아레나를 찾아갔다. 물론 레너드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였다.

토론토가 클리퍼스의 의도를 모를 리 없었다. 리버스 감독에 따르면 “더 이상 클리퍼스 관계자는 토론토에 오지 말라”는 경고까지 받았다고 한다. 리버스 감독은 “우리의 행동이 불법은 아니었지만 발머 구단주가 토론토의 코트 사이드에 앉아 있는 모습이 이상했던 건 사실이었다”면서 “우리는 (레너드에게)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우리가 관심이 있다는 것을 그에게 보여주려고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클리퍼스는 레너드와 계약 가능성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토론토가 NBA 타이틀을 차지하고 레이커스가 데이비스 트레이드에 성공, 르브론 제임스와 함께 슈퍼팀을 만들면서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레너드가 우승을 함께 한 토론토로 돌아가거나 레이커스와 계약해 르브론-앤서니와 함께 ‘슈퍼 빅3’를 이루는 것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됐다.

하지만 리버스 감독은 FA가 된 레너드와의 첫 미팅을 위해 말리부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와 달라고 초대했을 때 레너드가 이를 선뜻 수락하자 그가 클리퍼스에 오길 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레이커스는 레너드와 미팅을 위해 새 훈련시설에 완벽하게 준비를 갖추고 그를 초대했는데 레너드가 ‘그러지 말고 당신들이 내 호텔 방으로 오라’고 했다”면서 “그런 그가 우리들의 초대를 받아들인 것은 여기에 오길 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생각됐다”고 했다.

사실 리버스 감독은 레너드에 대해 개인적으로 거의 몰랐다고 한다. 그는 과거 ESPN과 인터뷰 도중 “카와이는 우리가 본 가장 (마이클) 조던 같은 선수”라고 말했다가 리그 사무국으로부터 5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지만 실제론 이날 자기 집에서 레너드와 만난 것이 사실상 둘 사이의 첫 대화였다고 한다.

리버스 감독은 “사실 지난 시즌 두 번 정도 그가 옆으로 걸어갈 때 뭔가 말을 붙여보려 했지만 그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가버렸다”면서 “그래서 무슨 말을 할까 하고 준비를 많이 했는데 오히려 그가 미팅에서 대화를 주도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계약 조건을 말했다”고 밝혔다.

레너드는 리버스 감독에게 “난 당신을 위해 뛰고 싶다”고 말한 뒤 돌아서 발머 구단주에게 “미스터 발머, 당신이 하고 있는 일들과 모든 것이 맘에 듭니다. 하지만 당신의 팀은 아직 (우승할 만큼) 뛰어나지 못합니다. 만약 당신의 팀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나는 오지 않을 겁니다”라고 못 박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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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 리버스 감독. /AFPBBNews=뉴스1
클리퍼스로선 최고의 굿뉴스와 배드뉴스를 동시에 받은 것이었다. 레너드가 오고 싶다고 한 것은 굿뉴스였지만 그가 원하는 ‘러닝메이트’ 없이는 오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클리퍼스는 레너드에게 그들이 데려올 수 있고 레너드와 궁합이 잘 맞을 것으로 평가된 러닝메이트 후보들의 명단을 레너드에게 제시했다. 그 가운데 조지의 이름이 있었고 레너드는 “그와 플레이하고 싶다”고 점찍었다.

하지만 리버스 감독은 이 명단 자체가 실수였다고 털어놨다. “사실 우리는 그에게 함께 뛰길 원하는 선수를 알려 달라고 했어야 했지, 우리가 먼저 명단을 만들어 제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명단에 그가 원하는 선수(조지)가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레너드는 다른 선수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조지만을 원했다”면서 “미팅이 끝난 뒤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조지를 데려와야 한다는 걸 알았다. 어떻게 하면 데려올 수 있을지는 몰랐지만 OKC(오클라호마시티)가 팀을 해체하려고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희망을 가졌다”고 밝혔다.

결국 클리퍼스는 조지를 얻기 위해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6장과 전 1라운드 지명선수 샤이 길저스-알렉산더, 다닐로 갈리나리를 내줘야 했다. 발머 구단주는 “조지를 위해 1라운드 지명권을 6장이나 내주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매우 불안해 했지만 리버스 감독은 “조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조지와 레너드를 위해서다. 조지를 위해 6장을 내주는 것이 아니라 조지와 레너드를 위해 각 3장씩을 내주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구단주를 설득했다.

문제는 이런 엄청난 제안조차 OKC가 거부했다는 것이다. OKC가 트레이드를 끝내 거부한다면 조지만이 아니라 레너드도 얻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특히 그렇게 될 경우 레너드가 레이커스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리버스 감독을 포함한 클리퍼스 관계자들에겐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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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조지(왼쪽)와 카와이 레너드. /AFPBBNews=뉴스1
리버스 감독은 “트레이드 당일 정오께 협상이 깨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프랭크 사장이 전화해 레너드가 토론토나 레이커스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면서 “난 계속 ‘절대 그렇게 되도록 놔둬서는 안 돼’라고 소리쳤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시애틀로 본거지를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농담이긴 했지만 실제로 정말 그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협상은 오후 4시께 다시 시작됐지만 한 시간 뒤 다시 결렬됐고 오후 6시가 되자 클리퍼스는 모든 협상이 깨졌다고 인정하는 단계에 이르고 말았다. 모든 것을 포기한 리버스 감독은 지인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 말리부에 있는 고급 일식집 ‘노부’ 레스토랑으로 향했고 주차장에 들어서는 순간 전화가 울렸다. 프랭크 사장이었다. “거기가 어디야”라고 물어 “노부에 왔다”고 말하니 “거기는 셀폰 신호가 너무 나쁘니 빨리 전화가 잘 터지는 곳으로 나오라”고 소리쳤다. 협상이 다시 재개됐다는 것이었다.

그는 황급히 다시 차를 타고 셀폰이 잘 터지는 지점을 찾아간 뒤 길가에서 협상을 재개했고 결국 조지 트레이드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기분 좋게 노부로 돌아온 그에게 레이커스 팬인 웨이터는 계속 “우리가 레너드를 얻을 것”이라고 자랑했고 리버스 감독은 ”아직 모르는 일“이라고만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리버스 감독은 ”우리는 여름(오프시즌)에는 이겼지만 아직 시즌을 이긴 것은 아니다“면서 ”진짜 일은 이제부터“라고 밝혔다. 비록 진짜 일은 이제부터라고 하지만 지난 주말 딸 칼리를 댈러스 매브릭스의 가드 세스 커리와 결혼시킨 리버스 감독에게 이번 여름은 정말 생애 최고의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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