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의 실크로드', 예술가와 즐기는 시공간 초월 실크로드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9.09.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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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특집다큐 '매혹의 실크로드'


예술가와 함께 실크로드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본방사수 다큐멘터리가 온다.

KBS 특집다큐 '매혹의 실크로드'는 한국의 예술가 3명이 경주에서 출발해 중국, 중앙아시아, 인도, 이란까지 실크로드 곳곳을 다니며 춤과 음악, 기예 등 무형문화유산을 직접 체험하는 실크로드 예술 기행 다큐멘터리다.


이 여행은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찾고, 실크로드를 현재 관점에서 재해석하기 위한 것이다. 예술가들은 실크로드에서 받은 예술적 영감을 바탕으로 새로 창작한 음악과 춤을 경주 황룡사지 터에서 선보인다.

4부작으로 꾸며지는 '매혹의 실크로드'에서 다룰 실크로드, 수 천 년 인류 문명의 교류를 상징한다. 선사시대부터 시작해 지금까지도 작용하고 있는 이 거대한 흐름이 역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여 년 전의 일이다. 길 위의 유적과 유물은 무지한 약탈의 대상이 되거나 세월의 무게에 낡고, 바래고, 스러졌다. 하지만 강력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은 것이 있다. 실크로드를 통해 인간 대 인간의 교류로 이어져 온 예술이다. 춤추고, 노래하고, 서로를 매혹하며 어우러지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인간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다.

거대한 시공간의 역사를 품은 실크로드는 현대 예술에 강렬한 영감을 주는 공간이다. 지금, 한국의 예술가들이 '실크로드의 시작이자 끝' 경주에서부터 일본, 중국, 우즈베키스탄, 이란, 인도로 이어지는 실크로드 기행을 시작한다. 춤, 음악, 그림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는 이들은 그저 문명의 원류를 쫓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예술을 만나고 현재와 미래의 예술을 창조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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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특집다큐 '매혹의 실크로드'


◆1편 '길 위의 몸짓'

최치원 '향악잡영오수(鄕樂雜詠五首)'의 다섯가지 연희

통일신라 대문장가 최치원은 '향악잡영오수'에서 당시 저잣거리에서 유행한 다섯 가지 놀이를 소개한다. 그런데 이 연희의 묘사가 우리에게 '익숙한 옛 것'들과는 무척 다르다. 눈이 쑥 들어가고 코가 높은 낯선 생김새의 가면을 썼는가 하면 당시 신라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자의 꾸밈을 하고 있는 것.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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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특집다큐 '매혹의 실크로드'


가면을 쓴 이들은 어디서나 춤을 추네

한국의 가면극에는 술에 취한 취발이와 팔먹중이 등장한다. 이야기 구조는 물론 가면의 모양이 중국, 일본에서 전승되는 전통 가면극과도 매우 유사해 과거의 교류를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이 가면들의 모습 역시 동북아시아인의 전형적인 외모와는 동떨어져 있다. 오히려 신라 설화에서 ‘괴이한 용모’로 묘사되는 처용과 흡사하며, 느리게 원을 그리는 처용무의 춤사위는 동아시아와는 멀리 떨어진 실크로드의 곳곳에서 비슷한 형태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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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특집다큐 '매혹의 실크로드'


무용가 차진엽, 길 위의 몸짓을 만나다

"Being in the moment, 그냥 그 순간에 머무는 것, 그 순간에 존재하는 것

그 말이 저는 굉장히 가슴에 와닿았고, 내가 춤을 추는 이유가 그 말에 다 담겨 있는 것 같았어요."

원을 그리는 형태의 춤은 삶의 본질과 진리를 찾아가는 몸짓이다. 중국 당나라 시기 호선무, 인도의 까탁댄스, 이란의 수피댄스, 인도 유목민들의 깔벨리아 춤에서도 그 몸짓이 엿보인다. 한국의 현대무용가 차진엽은 실크로드 곳곳을 돌며 세계적인 무용가들을 만나고, 전통 춤을 전승하고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 춤추고 부대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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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특집다큐 '매혹의 실크로드'


◆2편 '길 위의 소리'

실크로드를 관통하는 악기들

고대의 음악은 악보가 남아 있지 않다. 공연 모습을 묘사한 유물, 바래진 그림 속 악기들로 당시 음악가들의 교류 흔적을 더듬어 갈 뿐이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쿠처는 화려한 불교 문화를 꽃피우며 독자적인 음악과 춤을 발전시킨 구자국이 전성기를 누린 곳으로 ‘실크로드 음악의 보고’로 불렸다. 완함, 5현 비파, 피리, 요고 등이 키질석굴에 벽화로 남아있는데, 그 중 비파만이 실크로드를 아우르는 원형을 완벽하게 추적할 수 있는 유일한 악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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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특집다큐 '매혹의 실크로드'


길 위에서 함께 연주하다

소리는 전해지지 않지만 정신은 음악가들을 통해 수천 년간 보존되었다. 신의 나라 인도에서는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지혜와 음악의 여신 사라스바티를 숭배하며 연주를 바친다. 종교적인 이유로 음악이 금지된 이란의 음악가들은 이전보다 더 절실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악기를 다룬다.

"사파비 정부 이후 이란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또 정치적인 이유로 음악이 금지되었습니다. 수많은 음악가들이 핍박받았고 희생당했습니다. 시대적 상황은 이란의 음악가들을 투쟁가들로 만들었고 우리도 역시 지금까지 투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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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특집다큐 '매혹의 실크로드'


작곡가 원일, 전통과 현대를 잇는 영감을 얻다

"동발, 비파, 요고, 횡적 그렇게 해서 4중주단이 있는 거잖아요. 분명히 인도나 이란 쪽에서 영향을 받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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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특집다큐 '매혹의 실크로드'


"옛날에는 훨씬 더 간절함이 있었던 것 같거든요. 그리고 그 간절함을 통해서 먼 곳에 있는 어떤 문화나 예술을 만났을 때 훨씬 더 큰 감동과 발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란과 인도에서는 여전히 전통음악이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고, 전통음악을 현대적 감각으로 향유하는 위대한 음악가들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의 작곡가이자 연주자 원일은 실크로드 곳곳을 누비며 만난 길 위의 음악가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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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특집다큐 '매혹의 실크로드'


◆3편 '길 위의 재주'

고대 신라에 마술이 있었다

고도의 기술이 결합된 놀이는 마치 마술과 같다. 다양한 연희 장면을 기록한 일본의 고서 <신서고악도>에는 신라의 연희 장면 ‘입호무’를 인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사람이 한 항아리로 들어가서 다른 항아리로 나오는 유술과 절묘하게 결합된 마술 공연이다. 당시 이같은 현란한 기예를 선보인 이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실크로드를 떠돌던 방랑자들이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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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특집다큐 '매혹의 실크로드'


마술, 서커스가 되다

산동성에서 출토된 '악무백희도'에는 다양한 잡기 장면이 표현되어 있다. 과거 실크로드 곳곳에서 비슷한 기예들이 연희되었음을 짐작해볼 수 있는 귀한 자료다. 고대의 기예는 잡기 또는 산악백희로 불렸는데, 오늘날 서커스의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 중국 최고의 잡기예술 교육기관으로 꼽히는 하북성 오교잡기예술학교에는 실크로드를 누비던 재주꾼들의 끼를 잇는 어린 기예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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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특집다큐 '매혹의 실크로드'


기예와 무예의 사이에서

이란에서 볼 수 있는 페르시아식 활쏘기는 달리는 말에서 뒤를 돌아보며 활을 쏘는 방식이다. 고구려 무용총 고분벽화에도 같은 자세로 활을 쏘는 장수가 그려져 있어 고구려와 서역의 교류 흔적을 보여준다. 어마어마한 무게의 곤봉을 자유롭게 다뤄 묘기에 가깝게 느껴지는 이란 전통 무예 주르허네나 인도의 전통무예 조리는 조선의 곤봉 무예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기예에 가까운 무예, 무예가 된 기예의 모습들은 과거와 현재, 실크로드 어디서든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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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특집다큐 '매혹의 실크로드'


길 위의 방랑자들을 그리다, 일러스트레이터 밥장

"실크로드라는 게 동서양을 잇는 무역로라고 배웠잖아요. 실제로 와보니까 공간적으로 동에서 서로 가는 개념보다는 유목이냐 정착이냐. 그 두 가지의 변화가 계속 섞이거나 긴장감을 넣거나 하는 게 더 많이 느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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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특집다큐 '매혹의 실크로드'


"사진은 순간적으로 모습을 잡아내는 건데 그림은 계속 보면서 관찰하면서 쌓아가는 거거든요"

마치 사진을 찍듯 그려낸 고대의 그림들은 마술과 같은 고대 기예를 사실인 듯 환상인 듯 증명했다. 그리고 지금,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이 길 위의 재주꾼들을 화려하게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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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특집다큐 '매혹의 실크로드'


◆4편 '바람의 길'

"사실 그전에 실크로드에 대해서 제가 갖고 있던 이미지는 굉장히 먼 곳이라는 느낌 굉장히 낯선 사람들이 낯선 무언가를 하는 공간이었거든요."

"실제로 먼 곳을 왔잖아요."

"실제로 멀리 왔죠. 비행기를 많이 타고. 그런데 외따로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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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특집다큐 '매혹의 실크로드'


경주 황룡사지 터에서 새로운 예술을 꿈꾸다

정체성에 대한 질문, 수 천 년 동안 대대로 이루어진 문화 전승의 과정에서 예술은 지켜지고 변화했다. 이제 더 넓은 실크로드의 무대에서 우리는 새로운 예술을 구현해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을 살아가는 음악가와 무용가가 기나긴 실크로드 여정에서 얻은 영감을 가지고 경주 황룡사지 터에서 창작 공연을 펼친다. 신라의 화려했던 문화를 상징하는 황룡사지 터는 지금 주춧돌만 남아 있지만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게 하는 공간이다. 실크로드는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지속될 것이 분명한 '매혹의 길'이다.

한편 '매혹의 실크로드'는 오는 20일, 27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이어 3편은 29일 오후 10시 35분, 4편은 10월 3일 낮 12시 10분 각각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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