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충격패 후' 이임생 감독, 몸싸움하며 성난 팬들에 다가가 '사과'

화성=김우종 기자 / 입력 : 2019.09.19 05:13 / 조회 : 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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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구단 버스를 타기에 앞서 수원 팬들 앞에 선 이임생 수원 삼성 감독. /사진=김우종 기자
약 '30m'의 거리를 사이에 둔 양팀의 라커룸 분위기는 '극과 극'이었다. 화성FC 라커룸에서는 몇 번이고 "악! 악!"하는 선수들의 기합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반면 수원 삼성 라커룸 쪽은 적막이 흐를 뿐이었다.

18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2019 KEB 하나은행 FA컵 준결승 1차전. 전통의 명가 K리그 1부 리그의 수원 삼성이 K리그 4부 리그 격인 K3리그 화성FC에 0-1로 패했다.

90분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수원 서포터즈 쪽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한눈에 보기에도 몇 배 많은 수원 팬들이었다. 그들의 야유가 승리를 거둔 화성FC 서포터즈의 함성을 뒤덮었다.

경기가 끝났지만, 구장 주출입구 쪽은 많은 팬들로 북적북적 붐볐다. 화성FC 선수단이 먼저 경기장을 떠났다. 버스를 타러 가는 화성 선수단을 향해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은 화성FC 서포터즈의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윽고 수원 삼성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버스 타는 모습을 보기 위해 기다렸던 팬들이 또 한 번 이들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이임생(48) 수원 감독도 뒤쪽에서 선수단을 따라 함께 움직였다.

이 감독이 버스 근처까지 온 순간, 성난 팬들이 수원의 패배를 성토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 말을 듣자 이 감독이 그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그런 이 감독을 수원 구단 관계자들이 말렸다. 팬들을 향해 다가가려는 이 감독과 그를 막으려는 수원 관계자들 사이에 가벼운 몸싸움과 승강이가 벌어졌다.

결국 이 감독이 관계자들의 만류를 뿌리친 채 수원 팬들 앞에 섰다. 이 감독은 수원 팬들 앞에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뒤 허리까지 굽히며 인사했다. 그런 이 감독을 향해 "힘내세요"라는 응원 구호와 "이임생 아웃(OUT)"이라는 퇴진 구호가 교차해 날아들었다.

다시 이 감독이 버스에 몸을 실었고, 이후 큰 불상사 없이 구단 버스는 현장을 빠져나갔다. 수원 팬들은 떠나는 버스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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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서 악수를 원하는 팬들과 인사를 나누는 이임생 감독.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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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관계자들의 만류를 뿌리치며 팬들에게 다가가겠다고 하는 이임생 수원 감독.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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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구단 버스가 팬들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이날 경기 후 공식기자회견에서 이임생 감독은 침통한 목소리로 폭탄 발언을 했다. FA컵에서 우승을 하지 못할 경우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이 감독은 "준비했던 게 나오지 않았다. 상대는 우리보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그걸 핑계로 대고 싶진 않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전체적으로 원하는 게 잘 되질 않았다. 감독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서포터즈 분들께서 멀리까지 오셨는데…. 내가 FA컵 우승 트로피를 못 드린다면, 거기에 대해 생각한 것이 좀 있다. 우리 선수들을 끝까지 좀 믿어주시길 부탁드린다. 결과는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FA컵 우승 실패 시, 사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 감독은 "팬들께 너무 죄송스럽다. 아직 홈 경기가 남아 있다. 우리가 다시 반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며 2차전 필승을 다짐했다.

올 시즌 리그서 6위(10승9무10패)에 자리하고 있는 수원은 FA컵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FA컵 최다 우승 공동 1위의 수원(4회·포항 스틸러스)이 벼랑 끝에서 살아날 수 있을까. 수원과 이 감독의 명운이 걸린 FA컵 4강 2차전은 10월 2일 오후 7시 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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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패한 뒤 수원 삼성 선수들이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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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수원 삼성-화성FC의 경기에서 1-0으로 화성FC가 이기자 수원 팬들이 야유를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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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지켜보는 이임생 수원 삼성 감독(오른쪽)과 박성배 코치.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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