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 韓영화 100주년의 빛과 그림자 ①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09.04 14:40 / 조회 :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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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사업 경과보고 기자회견/사진=김창현 기자

한국영화가 100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1919년 10월 27일 '의리적 구토'가 서울 종로 단성사에서 처음 상영된 날을 기점으로, 올해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 기념이 한창이다.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설립돼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화감독 100명이 옴니버스 기념 영상을 만들고,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들에서 잇따라 기념행사를 연다. 100주년 행사를 코앞에 두고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 100년을 대표하는 영화 10선을 상영한다.

스타뉴스는 창간 15주년을 맞아 한국영화 100주년을 짚어봤다.

한국영화 100주년 행사는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한국영화의 역사와 성취를 축하하는 행사인 한편 현재 한국사회의 여러 모순이 축약돼 있다. 외형적으론 많은 한국영화인들이 100주년 행사를 축하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한국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자리에서 "한국영화 100주년에 대한 선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의리적 구토'를 한국영화 기원으로 삼는 건, 1962년 공보부가 그리 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보부는 '의리적 구토' 상영일인 10월 27일 한국영화 기점으로 보고 영화의 날로 제정했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가 1963년부터 영화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해왔지만 영화계 세대교체 이후에는 주로 원로영화인들이 기념해왔을 뿐 영화계에서 큰 의미는 두지 않았다. 그랬던 행사가 100주년이란 수식어가 붙으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영상자료원 등 각 영화 관련 기관들도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큰 힘을 쏟고 있다. 축하해야 마땅할 일이고, 관련 기관으로서 해야 할 일들이다.

그럼에도 한국영화 100주년 행사에는 이견들도 만만찮다. 우선 과연 '의리적 구토'를 최초의 한국영화로 봐야 하는가를 놓고 설왕설래가 적잖다. 연쇄극인 '의리적 구토'를 한국영화 시작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학계든, 영화계든, 사회적인 합의가 있었냐는 것이다. 이 문제는 현재 한국사회 병폐로 꼽히는 진보-보수 갈등과도 닿아있다.

지난 4월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경과보호 기자회견에서 '의리적 구토'가 한국영화의 기원이 맞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사업회 측은 "지난해 10월 한국영화 99년 세미나를 개최했다. '의리적 구토'가 시작인지, 2019년이 100년인지에 대한 정립이 필요했다"며 "일제시대 문제를 포함한 과거의 문제는 세미나를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공동위원장인 장미희는 "'의리적 구토'는 한국인 순수 자본으로 만들었다. 그 이전 영화는 조선총독부에서 상영한 걸로 되어있다. 또 다른 영화는 계몽영화라는 측면에서 한국영화의 시조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스타뉴스에 "한국영화 100주년은 축하하는 게 마땅하다"면서도 "그런데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 맞는지를 과연 어떤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규정했는지는 아쉬운 일이다"고 말했다.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영화 대표 10선을 선정해 상영하는 행사를 벌이는 부산국제영화제 수장마저 이견을 드러낸 것이다.

이 같은 이견들의 배경에는 학술적인 토론으로 인한 사회적인 합의 없이, 박정희 정권 시절 지정한 영화의 날을, 그간 방치하다시피 한 행사를, 100주년이란 수식어를 위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이냐는 의문이 깔려있다.

두 번째로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면서 빛과 어둠을 같이 논하며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규정하고 있냐는 점이다. '의리적 구토'가 최초의 한국영화인지는, 그 이전 일제 주도로 만들어진 영화들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느냐와 닿아있다. 또한 일제 강점기 친일 행적이 있는 감독들의 영화들은 지워지고 청산해야 하는 역사인지, 부끄럽지만 기억해야 할 역사인지, 이 부분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부끄러운 한국영화 역사들에는, 군사 독재 정권 정책에 부합해 만들어진 영화들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임정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탄생한 레지스탕스영화제에서 친일 행적이 있는 감독 영화들 상영으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 영화 제작자는 "한국영화사에는 두 번의 르네상스가 있었다. 60~70년대와 90년대, 이 르네상스를 조명하기 위해선 일제시대와 군사정권 시대 등 암흑기 또한 같이 논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영화 100년 기념에는 암흑기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한국영화 100년 사업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한국영화산업 현안이 뒤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영화산업에 가장 시급한 당면 문제는 수익성이다. 손익분기점을 넘는 영화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비단 만듦새 때문만은 아니다. 구조적인 측면이 얽히고설켜 있다. 표준계약서 정착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가 껑충 뛰었다. 그간 제대로 된 보상과 혜택을 받지 못했던 영화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가 비로소 정상화되고 있다. 문제는 제작비가 올라가는 만큼, 영화 관람료가 같이 올라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영화 관람료는 담합 논란 등으로 공정위에 신고되면서 사실상 묶여있다.

제작비가 인상하는데 가격이 고정돼 있으면, 해당 산업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선 더 안정적인 장르, 안정적인 감독, 안정적인 배우들로 돈이 쏠리기 마련이다. 참신한 소재와 참신한 배우, 신인 감독에게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영화계 한켠에서는 그간 꾸준히 온라인통합전산망 확립을 요구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확립되면서 극장 관람료가 투명해지고 그에 따라 부율 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온라인통합전산망이 하루빨리 확립돼야 IPTV, VOD 등을 통해 들어오는 수입이 투명해지고 그래야 다음 단계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공감대는 이미 영화계에 형성돼 있다. 영화 관람료 인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부가 판권 시장에서 수익을 찾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영화계에선 시설비와 인건비가 꾸준히 들어가는 극장과 달리 초기비용 외에 부담이 적은 이동통신사가 극장처럼 50% 이상 온라인 수입을 가져가는 건 부당하다는 정서가 팽배하다. 여기에 이통사와 대기업이 설립한 온라인 대행사가 대행료로 10%를 별도로 가져가는 것도 문제로 삼고 있다. 한국영화와 외국영화가 온라인 부율이 다르다는 것과 불만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온라인통합전산망이 하루빨리 확립돼야 하지만 현재는 답보 상태다.

영진위에 따르면 이통사 중 KT만 온라인통합전산망에 관련자료를 서비스한다. 다른 이통사는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문화부 소관인지, 과기부와 산자부 소관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탓에 각 부처가 떠넘기기만 하고 있어 지지부진한 상태다. 문화부 장관이 올해 바뀌면서 희망을 가졌지만 우선 순위에서 밀려있다는 게 영화계의 큰 불만이다.

100주년 기념 영상 작업에 참여한 한 감독은 "100주년 사업도 의미 있지만 정책 당국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게 앞으로 100년이 아니겠냐"며 "지금 정책 순위에서 우선해야 할 건 온라인통합전산망 확립과 그로 인해 영화산업 수익성 증가다.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 정상화된 영화노동자들의 삶과 영화산업 자체가 위기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역사는 영광과 오욕으로 점철됐다. 여느 역사와 마찬가지다. 역사를 기념하는 건, 과거를 익혀 새것을 알기 위해서다.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도 그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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