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광 감독 "'타짜3' 지금 안하면 못할 것 같았다" [★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09.03 12:42 / 조회 : 5605
  • 글자크기조절
image
'타짜: 원 아이드 잭'의 권오광 감독/사진=이동훈 기자


비디오키드였던 권오광 감독은 중학교 때 일찌감치 영화감독의 길을 꿈꿨다. '초록물고기'를 보고 "저건 내 이야기 같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 영화 동아리를 만들었다. 영화를 찍었더니 아무도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다. 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아 중앙대 영화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내공을 쌓았다. 그리고 내놓은 첫 장편영화가 '돌연변이'다.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그는, 차기작으로 '타짜: 원 아이드 잭'(이하 타짜3)을 선택했다.


모험이다. 잘해야 본전이다. 비교는 피할 수 없다. 그래도 권오광 감독은 "지금 준비가 안됐다고 안 하면 나중에도 못할 것 같았다"며 독이 든 성배를 들었다. 11일 개봉하는 '타짜3'는 최동훈 감독의 1편과 강형철 감독의 2편에 이은 영화다. 전설적인 타짜 짝귀의 아들인 도일출이 포커판에서 살아남으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박정민 류승범 최유화 이광수 임지연 등 젊은 피들과 함께 한 젊은 감독, 권오광을 만났다. 이 인터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타짜3'는 왜 했나. 그야말로 도전이자 모험인데.

▶도전이다. 원래 영화 '타짜'의 엄청난 팬이었다. 신 바이 신으로 공부했다. 2편도 좋아했다. 많은 감독님들이 고사한 뒤 제게 연출 제안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제안을 받았을 때 지금 기회가 왔는데 못할 것 같다, 준비가 안됐다고 하면, 앞으로도 못할 것 같았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일단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작사 대표님에게 시나리오를 써볼 테니 보고 결정하시라고 했다.

-허영만 화백의 원작만화는 시리즈 중 가장 경쾌하기도 하고, 방대하기도 하다. 등장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사연도 많고. 원작에서 카드라는 소재와 주인공 도일출이 짝귀의 아들이란 설정, 주요 인물 중 마돈나는 도일출과 속고 속이는 관계라는 것만 갖고 오는 것으로 각색했는데.


▶원작을 보면 영화로 담기에 너무 이야기가 방대하다. 인물들의 얽힌 감정도 복잡한데 지금 감성으로는 올드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원작에선 도일출이 대학생인데, 그 시대의 대학생을 바라보는 시각과 지금의 시각과는 전혀 다르지 않나. 원작의 여성관도 지금 시대와는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시대 이야기로 바꾸고 싶었다. 1,2편 모두 개봉 당시보다 과거 이야기를 그렸다. 3편은 동시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지금 청년들의 문제를 담고 싶었다. 짝귀의 아들 도일출이 지금에서 겪을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챕터를 나눈 것도 그렇고, 애꾸와 마귀 등 새로운 캐릭터를 만든 것도 그렇고. 전체 구조 설계를 했어야 했을 텐데.

▶각색을 하면서 트리트먼트를 여러 번 썼다. 버전 중에는 애꾸가 마돈나랑 도망가는 것도 있었다. 누군가 "그래서 '타짜'는 뭐야?"라고 묻더라. 생각해 봤다. '타짜'는 이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캐릭터를 훔쳐보는 재미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캐릭터를 부각하는 챕터들을 만들었다.

-1,2편과 3편의 소재로서 가장 큰 차이는 화투에서 포커(카드)로 바뀐 것일텐데.

▶화투와 포커의 가장 큰 차이가 뭘지 고민했다. 실제 고수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많이 했다. 그분들이 하는 이야기가 화투는 작고, '섯다'는 사용하는 장수도 적다보니 장난치기가 쉽다고 하더라. 반면 포커는 52장의 카드를 사용하고 커서 혼자 장난 치기가 어렵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궁극의 기술을 알려줬는데 "그게 바로 믿음이야"라고 하더라. 앞에 있는 사람이 나를 100% 믿게 하면 눈앞에서 속여도 모른다고 하더라. 그 사람의 세계를 바꿔야 한다. 그래서 팀으로 속여야 하고. 바로 이거다 싶었다. 3편을 그런 방식으로 설계했다.

-3편은 1편의 재해석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틀거리가 닮았다. 주인공이 내공을 쌓은 뒤 절대 고수에게 복수하는 이야기. 다만 3편의 악당인 마귀가 1편의 악당인 아귀만큼 장악력이 적고, 원 아이드 잭 팀이 마지막 대결에선 없다. 그런 식으로 만든 이유는.

▶'타짜'는 기본적으로 영웅서사라고 생각한다. 영웅이 탄생하고 나락에 떨어졌다가 일어난 뒤 복수하고 도박판을 떠나는 서사. 무협지 플롯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플롯 자체는 3편이 1편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다만 이 익숙한 플롯을 2019년 관객이 재밌게 보게 하려면 어떤 부분이 필요할지를 생각했다. 그래서 과감히 생략한 부분도 있다. 그 정도는 관객이 장르를 충분히 이해하리라 생각했다. 마귀가 아귀보다 안타고니스트로 역할이 적은 건, 그 역할을 마귀와 물영감, 마돈나 셋이 나눠 가지도록 했기 때문이다. 마귀를 아귀처럼 그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마귀는 천박하게 보여졌으면 했다.

마지막 승부에 원아이드잭 팀이 없는 건, 다분히 의도다. '타짜3'는 배신의 이야기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팀원들을 배신한 일출이 적들에게 홀로 둘러싸여 있을 때 어떻게 이겨내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애꾸에 대한 헌사는 신호를 "애꾸"로 한다는 것으로 담고 싶었다.

-애꾸는 원작의 포우와는 비슷한 듯 다른 인물이다. 도일출을 구해주는 것 말고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등장은 명징한데 퇴장은 아쉽기도 하고. 그렇게 퇴장한 게 류승범이 언제부터 언제까지만 촬영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더 못 찍어서 그렇다는 소문도 돌았다. 시나리오를 보면 그게 그냥 루머인 걸 알겠지만. 시나리오부터 딱 거기까지였다. 왜 그렇게 그렸나.

▶일단 애꾸란 캐릭터는 카드 중 원아이드잭에서 착안했다. 조커이며 애꾸눈인 잭. 그런 인물이 도일출의 조력자이고 사연이 있으면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애꾸는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길 바랐다. 그래서 류승범이길 바랐다. 류승범이 언제부터 언제까지만 촬영할 수 있다고 한 건 맞다. 아티스트로서 다른 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일정에서 영화를 같이 할 수 있었기에 한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루머는 말도 안된다. 그런 루머가 돈 건, 아마도 류승범이 워낙 좋은 배우이기에 그를 영화에서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

-부제부터 원아이드잭이고, 원아이드잭이 조커로 활용된다는 대사가 많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카드 대결을 할 때 원아이드잭을 조커로 활용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었을텐데. 왜 하지 않았나.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원아이드잭을 조커로 쓰는 것도 생각해봤다. 그래서 그걸 활용한 짜릿한 재미를 넣는 것도 고려했다. 그런데 일반 관객들, 카드를 잘 모르는 관객들은 그런 식으로 설계하면 무슨 내용인지, 왜 승리했는지를 잘 모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쉽지만 쉽고 직관적으로 관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게임 설계를 했다. 같은 그림이나 같은 숫자, 연속된 숫자 등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최유화가 맡은 마돈나 캐릭터는 '타짜3'에서 가장 서사가 분명한데. 등장부터 퇴장, 전사까지.

▶처음부터 여성 캐릭터를 대상화하는 건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사연이 있는 캐릭터이길 바랐다. 사연 있는 악당을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애꾸 만큼이나 도일출과 연결고리가 되길 바랐다. 마지막에 마돈나는 스스로 족쇄를 푼다. 누군가 구해주는 게 아니다. 그녀의 마지막 선택도 고어해 보이더라도 스스로 끝을 내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편집했는데 마돈나가 피가 튄 얼굴로 마귀가 데리고 온 여자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도 찍었다.

-마귀는 1편의 아귀에 해당하는데, 아귀처럼 절대적인 악당으로 그리지 않은 것은.

▶마귀는 일종의 맥거핀이라고 생각했다. 악당인데 끝판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허무하게 죽는다. '타짜3'의 안타고니스트는 마귀와 물영감, 마돈나가 같이 나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귀 만큼의) 무게감은 없는 것 같다. 캐릭터 표현을 윤제문에게 변태같이 해달라고 했다. 징그럽고, 소아성애자 같은 뉘앙스를 풍기기를 바랐다. 그래야 그 최후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총 여섯 챕터로 나눠져 있는데. 각 챕터마다 장르가 다른 것 같은 매력이 있는데.

▶챕터마다 성격이 다르길 바랐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트래픽'이 도시마다 색이 다르듯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챕터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지길 바랐다. 그것이 어떤 밸런스를 갖게 될지,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첫번째 '도일출' 챕터는 컷 분할이 명확한데.

▶그 챕터는 도박판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준다. 일대일 대결이고. 그래서 관객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애꾸' 챕터는 케이퍼 무비인데. 각 실력자들을 한 데 모으고. 그런데 '돌연변이'에서 같이 했던 이광수를 그렇게 뒤태까지 묘사한 이유는. '돌연변이'에서 이광수가 내내 물고기탈을 쓰고 나온 터라 '타짜3'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이야기한 것처럼 '애꾸' 챕터는 애꾸란 캐릭터를 소개하는 동시에 케이퍼 무비 같은 형식으로 만들었다. 이광수는 그런 부분도 있긴 하지만 약속을 했다. 사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지만 '타짜3'를 한다고 했을 때는 다들 우려가 있었다. 비교를 피할 수 없을테니, 두려움도 있었다. 이광수는 자신이 예능인 이미지가 있으니 그런 것을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난 배우 이광수의 힘을 믿고 있다. 그래서 처음 등장부터 기존 이광수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아예 뒤태까지 드러내서 보여주고 싶었다.

-세 번째 '물영감' 챕터에서 도일출이 홀로 카드 기술을 익히는 장면이 나온다. 전작들과도 다르고 원작과도 다른 지점 중 하나가 누군가에게 기술을 배우는 장면이 통째로 사라진 것인데. 무협지 서사에서도 스승에게 기술을 배우는 게 필수인데 생략한 이유는.

▶이 영화에선 무협 서사로 따지면 두 가지가 생략됐다. 고수에게 사사받는 장면과 복수를 하기 전 다짐하는 장면이 없다. 이 러닝타임 안에 넣기가 힘들 뿐더러 관객들이 생략을 해도 장르의 특성을 알고 있으니 용인할 것이라 생각했다.

-'물영감'은 호구에서 악당으로 캐릭터가 변하는데.

▶그게 재밌을 것이라 생각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됐다고 순진하게 생각하는 순간 문제가 시작된다.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 '물영감'은 '호구수술'(순진하고 돈 많은 사람을 도박 사기꾼이 속이는 과정) 단계대로 찍었다. 그걸 순서들을 왔다갔다 하도록 편집했다. 2편에서 호구수술을 순서대로 보여줬으니 지금 관객들에겐 다르게 보여주고 싶었다.

-'마귀'와 '짝귀' 챕터는.

▶원래는 하나의 챕터였다. 찍으면서 '짝귀' 챕터를 따로 만들었다. 그 챕터가 길기도 할 뿐더러 비장한 일출과 이기는 일출을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작이 짝귀였으니 마지막도 짝귀여야 하고.

-1편은 시리즈의 탄생이자 도박 영화의 경쾌함이 있었다면 2편은 발랄했다. 3편은 톤앤매너가 어두운데.

▶아무리 밝게 찍으려고 해도 그렇게 못하게 된다. 내 세계관이 그런 것 같다. 영화세계도 고전적인 것 같고.

-카메라 사용도 핸드핼드를 제외하고는 요즘 트랜드와는 다른데.

▶'타짜3'는 컷이 많은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도박 장면 빼고는 컷이 적다. 카메라를 줌과 무빙을 많이 쓰는 게 시네마틱하다고 생각한다. 카메라가 가벼운 걸 좋아하지 않는다. 2편은 강형철 감독님이 코미디라고 생각하고 찍으신 것 같다. 그래서 발랄하고 카메라 사용도 다르다. 3편은 그렇지 않으니 카메라가 더 무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정민과 최유화의 베드신은 1편 조승우와 김혜수의 베드신과 비교가 피할 수 없을텐데. 신의 목표가 무엇이었나.

▶야하고 섹시한 베드신보다 처연한 느낌이길 바랐다. 베드신 위에 두 사람의 내레이션이 있는 데 그게 마치 정사 후에 둘이 나누는 대화처럼 들려지길 바랐다. 외로움의 정서가 묻어나길 바랐다.

-'돌연변이' 이후 4년이 걸렸는데 불안하진 않았나. 제작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엎어진다 연기된다 등등 말들도 많았고. 촬영 초반에 김민정이 빠지고 최유화가 들어오는 일도 있었는데.

▶불안하진 않았다. 영화 작업이란 게 변수가 언제나 많으니깐. 만드는 입장에선 더 준비했다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든다.

-왜 박정민이었나. 박정민이 되는 순간 주위 배우들의 캐스팅 조합도 달라져야 했는데.

▶내가 박정민을 많이 우겼다. 단편 때부터 팬이었다. 이 배우를 십년 가까이 보면서 확신했다. 박정민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1,2편의 주인공과 3편의 주인공은 다르다. 도일출은 계속 생각하고 고뇌한다. 난 도일출이 소년에서 출발해서 청년으로 끝나길 바랐다. 박정민은 유약해 보이면서도 지적인 이미지가 있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도일출과 맞다고 생각했다.

-왜 류승범이었나.

▶처음부터 박정민과 류승범이길 바랐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류승범과 자기보다 후배인 감독과 작업을 같이 하는 게 처음이었다. 정말 너무 잘 해주고 최선을 다했다.

-김민정이 하차한 공식 이유는.

▶영화와 캐릭터에 대한 이견 차이다.

-김민정 대신 최유하가 마돈나 역을 맡았다. 최유하는 '봉오동 전투' VIP시사회 때 "마돈나 역을 맡은 최유하 입니다"라고 했다가 "어머, 내가 미쳤나봐"라고 할 정도로 마돈나 역에 빠져 있었다던데.

▶나도 그 이야기를 듣긴 했다. 최유화가 갖고 있는 신비로움이 있다. 김혜수 이하늬 선배들과 비교는 피할 수 없는데, 두 사람과 다른 게 있다면 다크함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굉장히 마돈나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음악은 밴드 사운드인데. 여럿이 하나가 되는 걸 담고 싶었나.

▶그런 것도 있고 처음부터 밴드 사운드를 쓰고 싶었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이 갖고 있는 무게감과 사운드가 영화와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방준석 음악감독님과는 처음에 배우로 만났다. '여기보다 어딘가에'라는 영화에 나는 드러머로 나왔고, 방 감독님은 바람둥이 아티스트로 출연했다.

-에필로그가 두 개인데.

▶마지막까지, 지금도 둘 중 하나만 써야 했을지, 그랬다면 어떤 걸 써야 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짝귀 돈가방으로 시작했으니 그 행방을 알려줘야 할 것도 같았고, 시리즈 팬들에게 보너스 같은 느낌도 주고 싶었다.

-제작사에선 '타짜4'도 준비 중인데. 연출 계획은 있나. 차기작은.

▶'타짜4'는 안 한다. 시나리오는 쓰고 있다. 저 감독 다음에 뭐하지,란 궁금증이 드는 감독이 되고 싶다. 그런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