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 "3가지가 없다" 팬들이 직접 답했다, 야구장 덜 가는 이유

정리=한동훈 기자 / 입력 : 2019.09.10 10:04 / 조회 : 97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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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 관중의 잠실구장.
KBO리그 구장이 썰렁하다. 팬들의 발길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일시적인 문제라고 보기엔 어려워 야구계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스타뉴스는 창간 15주년 기획으로 KBO리그 관중 감소의 현황과 원인, 대책 등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야구팀


① '최종 예상 732만' 등돌린 팬심, 야구인들이 밝힌 원인과 대책은

② "3가지가 없다" 팬들이 직접 답했다, 야구장 덜 가는 이유

2019 KBO리그는 9일 현재 정규시즌의 90%인 647경기를 소화했다. 누적 관객은 657만6996명, 경기당 평균 1만165명이 입장했다. 지난 3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 구단이 공표한 올 시즌 목표 관중은 878만 명이었다. 그러나 이런 추세라면 산술적으로 시즌 최종 관객은 731만9068명으로 계산된다. 3년간 이어진 '800만 시대'가 마감되고, 2년 내리 관중이 줄게 된다.

스타뉴스는 프로야구가 열리는 각 구장에서 관중들을 직접 만나 야구장을 향한 발길이 뜸해진 이유를 들어봤다. 팬들이 스스로 진단한 이유는 다양했다. KBO리그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롯데와 KIA가 하위권에 처져 관중몰이에 실패했고, SK 김광현이나 KIA 양현종 외에는 팀을 초월할 정도의 전국구 스타가 사라졌다는 점도 한 몫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종합적으로 경기력 하락과 응원팀 부진, 스타 플레이어 부재, 공인구 교체로 인한 홈런 급감, 팬 서비스 부족, 선수들의 사생활 논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됐다.

◇ "재미가 없다"

우선, 야구 보는 재미가 뚝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삼성 팬이라고 밝힌 20대 남성 A씨(회사원)는 "예전과 비교해 경기력이 많이 떨어졌다. TV로도 보기 아까울 정도인데 직관은 생각하기도 어렵다"고 성토하며 "심판 판정도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많다. 이 역시 경기를 보기 싫은 이유 중 하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삼성팬인 20대 여성 B씨(회사원)는 "응원 팀 성적이 나쁘다. 이기길 바라는 팀이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주면 야구장에 갈 의욕이 떨어진다. 응원 팀이 못하면 표 값도 아깝다. 솔직히 야구장을 가기도 전에 팀이 질 것 같아 두렵다. 왕조 시절이 그립다"고 아쉬워했다.

한화팬이라 밝힌 20대 여성 C씨(회사원)는 홈런이 줄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공인구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홈런이 나와야 야구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편이다. 공인구의 영향으로 홈런이 줄면서 재미가 반감되는 것 같다"고 짚었다.

롯데팬인 30대 남성 D씨(회사원)도 직관 흥미를 뚝 잃었다. 그는 "직관 자체가 즐겁다고는 하지만 결국 지는 경기는 보고 싶지 않다. 예전의 롯데같은 화끈한 야구를 보지 못한지 오래 됐다"고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날씨도 영향이 있다. 6월부터 8월까지는 아무리 야간경기라도 (더위 때문에) 직관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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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텅 빈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관중석 모습.
◇ "슈퍼스타가 없다"

'국민타자' 또는 '라이언킹'으로 불린 이승엽(전 삼성)이나 한일전의 영웅 '봉의사' 봉중근(전 LG)과 같은 전국구 스타가 실종됐다는 점도 결정적 이유로 지목됐다.

LG팬인 40대 남성 E씨(자영업)는 "과거에 비해 LG서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줄었다. 이병규, 박용택, 봉중근 등은 LG 프랜차이즈 스타이면서도 국가대표급이다. 예전에는 봉중근이 등판하는 날을 기다렸다 야구장을 찾곤 했지만 요즘에는 그런 재미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다른 LG팬인 20대 남성 F씨(대학원생) 역시 "예전에 비해 슈퍼스타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이병규, 박용택 등 타석에 들어서면 위압감이 드는 타자들이 있었지만 최근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F씨는 공인구의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야구의 꽃인 홈런이 줄어든 것도 조금 아쉽다. 개인적으로는 공인구가 다시 예전 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50대 남성 KIA팬 G씨(자영업)는 "팬들이 '무조건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만드는 스타가 없지 않나 싶다. KIA에는 양현종 한 명 정도 같다. 해태 때부터 봤지만 예전하고는 차이가 있다"고 돌아봤다. 이어 "재작년에 (KIA가) 우승을 해 작년에는 성적이 떨어져도 짬을 내 야구장을 종종 가는 편이었다. 올해는 내키지가 않는다. 확실히 덜 간다. KIA가 못하니까 재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 "팬서비스가 없다"

경기 외적인 문제도 팬들을 경기장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올 시즌에는 선수들의 사생활 논란, 경기 중 태도, 팬서비스 문제 등이 여느 때보다 많이 도마에 올랐다. 팬들이 바라고 기대하는 '스타'로서의 모범적인 모습과 거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키움팬인 10대 여성 H씨(학생)는 "팬서비스가 좋아졌다고 하는데 확 와 닿을 만큼 느끼지 못하겠다. 솔직히 돈을 주고 가기 아까울 정도"라고 비판하면서 "K리그 인기가 뜨고 있다. 자연스럽게 프로야구 인기가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LG팬이라 밝힌 20대 남성 I씨(회사원)는 "야구 선수들이 올해 초부터 사건 사고를 많이 일으켰다. 반면 축구는 야구에 비해 (사건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한 마디로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자 하는 열정이 예전처럼 우러나오지 않는다"고 아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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