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최악으로 치닫는 국제정세...K팝이 나아가야 할 방향

[스타뉴스 15주년 창간 기획]K팝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이정호 기자 / 입력 : 2019.09.02 10:30 / 조회 : 7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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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2019 빌보드뮤직어워드 레드카펫 무대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한일갈등을 비롯해 홍콩의 정세불안 등 연이어 악재가 발생하면서 잘나가던 K팝이 궁지에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한류 열풍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급속도로 냉각된 한일관계를 비롯해 동북아를 둘러싼 정세가 심상치 않다. 연예계 또한 정치, 외교 등 외부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2016년 한국 내 사드 배치로 본격화된 한한령(한류금지령)으로 중국 내에서의 활동이 모두 막힌 바 있으며, 이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K팝의 경우는 이제 해외시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그만큼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정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들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것이 일본과의 갈등이다. 양국의 갈등이 장기화가 되면서 여러 영향이 K팝에도 미치고 있다. 먼저 일본시장이 큰 역할을 차지하는 소속사는 일본 내에서의 소속 아티스트 활동을 예전만큼 언론을 통해 알리고 있지 않다. 시기가 민감한 만큼 조심하는 모양새다. 일부 소속사에선 다국적 아이돌 그룹을 론칭하려고 했으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데뷔에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내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아티스트를 향한 무분별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며, 급기야 퇴출하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2016년 한한령 이후 일본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기 때문에 이러한 악재가 계속될 경우 K팝 또한 타격을 피할 수는 없다. 여기에 중국의 우회 시장으로 활용되던 홍콩까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반(反)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활동이 제한되고 있다. 이미 강다니엘, 갓세븐 등 K팝 아티스트들은 현지 안전상의 이유로 공연, 팬미팅 등 일정을 연기했으며, 홍콩과 일본 개최를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엠넷에서 주최하는 음악 시상식 'MAMA' 또한 개최지를 전면 재검토 중이다.

이처럼 분명 K팝을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타격을 입혔다고 보긴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일본의 경우 오랫동안 문화 교류가 이어져 K팝 뿌리가 깊게 자리 잡힌 만큼, 문화 자체로 받아들이며 최근 정치 등 외부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K팝의 주 소비층이 10대~20대인 것도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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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트와이스가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진행된 미니앨범 'FANCY YOU'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이는 최근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의 성적으로도 증명된다. 한일 갈등이 본격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방탄소년단은 7월 3일 발매한 10번째 싱글 '라이츠/보이 위드 러브'(Lights/Boy With Luv)로 '밀리언' 인증을 획득했다. 한국 가수 중 싱글로 '밀리언' 인증을 받은 것은 이번 방탄소년단이 최초이며, 해외 남성 아티스트 중에서도 최초다.

트와이스 또한 지난 7월 17일과 7월 24일 각각 발표한 4번째 싱글 '해피 해피'(HAPPY HAPPY)와 다섯 번째 싱글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로 '플래티넘' 인증을 획득했다. 트와이스는 2017년 6월부터 현재까지 1장의 정규앨범과 2장의 베스트 앨범, 5장의 싱글을 냈는데 모두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두 그룹뿐만 아니라 일본인 멤버들이 다수 포진한 엠넷 '프로듀스 48' 출신 아이즈원은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가 이뤄진 뒤에도 여러 일본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일본에서의 신곡 발매까지 앞두고 있다. 엑소 등 일본 내에서 인기가 높은 아이돌 그룹 또한 일본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분명 과거 양국이 정치적으로 민감할 때 일본 내에서 K팝 아이돌의 활동이 활기를 잃었던 것을 생각하면 전혀 다른 양상이다.

또한 지금의 K팝 열풍은 예전처럼 일본과 중국에 한정되지 않는다. 2010년대에 들어 K팝은 시장을 넓히기 위해 힘을 써왔으며, 동아시아를 넘어 동남아시아, 중동, 심지어 남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팝의 성지라 불리는 웸블리를 꽉 채웠으며,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지만 남미 투어를 성황리에 돌만큼 현지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끄는 그룹들도 상당하다. 외국 K팝 팬들은 N.CUS 등 데뷔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한국 대중에게도 친숙하지 않은 그룹들의 정보까지 공유할 정도로 팬층도 두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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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블랙핑크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팝의 본고장 북미에서의 활약도 돋보인다. 빌보드 차트에서 한국 가수들의 이름을 보는 것은 이제 익숙한 일이 됐으며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몬스타엑스, NCT 127, 블랙핑크 등 그룹들은 북미 투어를 개최할 만큼 높은 인기를 구사한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현지 팬들의 한국어 떼창도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국 유명 시상식에서는 K팝 수상 분야가 생겼으며, 빌보드에선 K팝을 따로 분류해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다.

K팝은 계속해서 이러한 흐름을 타고 가야 한다. 아직까지 K팝 주요 소비 시장이 동아시아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유튜브로 촉발된 싸이 '강남스타일'의 성공, SNS와 콘텐츠의 힘을 증명한 방탄소년단의 성공에서 볼 수 있듯이 보아가 일본에 진출했던 과거와 비교한다면 해외에 진출하기 더욱 쉬워진 것이 사실이다.

베트남 시장 또한 주목할 가치가 있다. V팝은 동남아시아 중 가장 K팝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현지 가수들의 음악과 비주얼 또한 K팝 못지 않다. 베트남 슈퍼스타 중 한 명인 선뚱 M-TP(SƠN TÙNG M-TP·Nguyen Thanh Tung)는 한류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해외가수로 꼽히며, 갱스터 랩을 대표하는 래퍼인 스눕독(Snoop Dogg)이 참여한 신곡 'HÃY TRAO CHO ANH' 뮤직비디오는 공개 3일 만에 4000만뷰를 돌파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K팝이 베트남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시장이 가진 잠재가치 또한 높다는 평가다. 실제로 네이버는 베트남 정부와 손잡고 베트남 유일의 공신력 있는 음원 차트 'V하트비트'를 만든 뒤 매달 'V 하트비트 라이브'(V HEARTBEAT LIVE)를 개최하며 K팝 가수들을 초청하고 있다. 오는 11월 26일에는 '2019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Asia Artist Awards)'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며 이러한 열기의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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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아이돌 그룹 다이버스 /사진제공=RBW


이러한 잠재가치 때문에 업계에선 베트남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마마무로 대표되는 RBW는 이미 네이버와 손잡고 베트남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함께 뛰어들었으며, 현지 아이돌 그룹 Diverse(다이버스) 론칭을 준비 중이며, '히든싱어' 베트남 판 우승자 진주(Jin Ju)는 베트남에서 이미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러한 시장 개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콘텐츠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아무래도 K팝 하면은 화려한 비주얼과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대표되는 아이돌 음악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실제로 이러한 요소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후죽순 여러 그룹이 생겼지만 성공한 그룹은 극소수다. 질보다 양만 늘린다면 오히려 K팝 전체의 완성도를 떨어지게 만드는 일일 수도 있다. 정치, 외교 등 외부요인에 성장의 한계까지 부딪쳤다. 위기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상황인 지금, 슬기롭게 헤쳐나가 3차 한류의 붐이 계속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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