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당 평균 162개 사용' 흥미로운 메이저리그 공인구 이야기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8.30 16:24 / 조회 : 6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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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메이저리그 공인구. /사진=OSEN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한 경기를 치르려면 도대체 야구공이 몇 개나 필요할까.

MLB 경기 중계를 보다가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 본 야구 팬들이 있을 것이다. TV 중계를 보면 투수가 던진 공이 원바운드로 들어올 때마다 포수가 그 공을 볼보이에게 토스하고 주심으로부터 새 공을 받는다. 또 파울볼이나 홈런이 나오면 당연히 공을 새로 받는다. 새 공을 받은 뒤 공의 그립이 맘에 들지 않으면 또 다른 공을 요구하는 투수도 많다. 언뜻 생각해도 매경기 상당히 많은 공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30일(한국시간) 벌어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32·LA 다저스)은 1회에 총 15개의 공을 던졌다. 그런데 15개의 공을 던지면서 실제로 류현진이 사용한 야구공의 수는 7개였다. 평균적으로 야구공 1개로 2개의 투구를 한 셈이다.

2회는 어땠을까. 1회보단 경제적이었다. 11개의 투구를 하면서 야구공 3개를 사용했다. 결국 첫 2이닝 동안 26개를 던지면서 류현진이 사용한 야구공의 수는 총 10개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날 류현진의 첫 2이닝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한 이닝을 던지는 데 얼마나 많은 공을 사용하는지를 추산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선 두 이닝이 깔끔한 삼자범퇴였고 투구수도 합쳐 26개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투수들은 이날 류현진보다 매 이닝 훨씬 많은 공을 던지기에 사용하는 야구공 수도 많을 수밖에 없다.

당장 류현진도 바로 다음 세 이닝에선 사사구 2개와 안타 10개로 7실점하며 투구수가 확 늘었다. 중도에 카운트를 그만 둬 정확히 몇 개의 공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첫 두 이닝보다 한결 많은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경기당 야구공 사용횟수가 궁금해진 것은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에 실린 한 기사 때문이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메이저리그 야구공과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어 요약해 소개한다.

이 기사에 따르면 올해 메이저리그는 현재까지 경기당 평균 투구수(양팀 합계)가 250개이며 매 경기에서 사용되는 야구공은 대략 12~15박스(박스당 공 12개)라고 한다. 평균 잡아 경기당 13.5박스를 사용한다면 매 경기 162개의 공이 사용된다는 이야기이고 공 하나로 투구하는 횟수는 1.54개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작된 메이저리그 공인구가 실제 경기에 사용되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짐작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마이클 티반 대변인은 메이저리그가 올해 정규시즌 동안 사용할 야구공 총 합계가 114만 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엔 훈련용 공 13만2000여 개와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사용되는 16만8000여 개,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사용될 공은 포함하지 않은 정규시즌 경기 사용구만 계산한 수치다.

흥미로운 것은 모든 새 야구공이 경기에 사용되기 위해선 새 공을 진흙으로 문지르는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이다. 모든 팀들은 클럽하우스에 경기 전 사용할 새 야구공을 ‘길들이는’ 전담 직원이 있고 이들은 새 야구공에 진흙을 문지른 뒤 이를 경기 전에 심판실로 배달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렇게 야구공에 입혀지는 진흙까지도 리그 사무국에서 준비해 각 팀에 배달한다는 것이다. 뉴저지주 델라웨어강가의 특정 지역에서 채취된 진흙이 유리병에 담겨 시즌 개막전에 모두 팀들에 배달되며 이 진흙으로 경기 전 야구공을 문지른다는 것이다.

공에 진흙을 어느 정도나 문지르는가 하는 것에도 원칙이 있다. 타자들은 가능하면 깨끗한 하얀색 공을 원한다. 공을 보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때문에 타격 훈련 때는 진흙을 묻히지 않은 공을 쓴다고 한다.

반면 투수들은 가능한 진흙이 많이 묻은 공을 원한다. 공 색깔이 어두울수록 공의 회전과 실밥 패턴이 잘 보이지 않아 타자들이 구질을 파악하기가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기 전에 공에 진흙을 입히는 작업을 '머딩(mudding)'이라고 하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머더(mudder)'라고 부르는데, 이 머더들은 자기 팀 선발투수들이 어떤 정도의 머딩을 원하는지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머딩된 공이 투수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론적으로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30개 구단에 공문을 보내 모든 경기구는 경기 시작 24~48시간 전에 머딩 작업을 끝낸 뒤 온도 화씨 70도(섭씨 21도)와 습도 50%가 유지되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얼마 전엔 한 경기가 연장으로 밤늦게까지 진행되면서 남은 경기구 수가 위험한 수준으로 줄어들자 한 클럽의 ‘머더’가 한밤중에 정신없이 ‘머딩’을 했다는 일화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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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투구 모습. /AFPBBNews=뉴스1
한편 이렇게 힘든 작업을 거쳐 경기에 데뷔한 뒤 한두 번 정도 사용되고 퇴출된 야구공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홈런볼이나 파울볼처럼 관중이 가져간 공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아 훈련 때 연습공으로 사용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연습공들은 제조사인 롤링스가 제작과정에서 조금이라도 결함이 발견된 제품을 모은 것으로 처음부터 공식경기에는 사용할 수 없는 공들이다.

결국 한 번이라도 정식 경기에 사용된 뒤 모아진 공들은 공인구 인증 작업을 거쳐 기념구로 판매된다고 한다.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제로 이를 통한 구단의 수입은 상당히 짭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MLB는 현재 모든 경기마다 양팀 더그아웃에 ‘공인구 인증인’을 배치한다. 이들은 경기 도중 모아진 모든 사용구에 공이 사용된 상황(예를 들면 4월23일 저스틴 벌랜더가 볼카운트 2-1에서 마이크 트라웃에게 던진 커브볼)을 암호화한 코드로 입력한 UPC코드와 홀로그램 스티커를 부착해 MLB 사용구로 공인하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거친 공들이 기념품매장에서 재판매된다고 한다. 이 공을 사는 사람은 그 공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공의 역사를 바로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LA 다저스의 코리 시거는 지난 8월10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커리어 113번째 2루타를 쳤는데 그 공은 디 애슬레틱의 기사 마감시간까지 다저스타디움 기념품점에 195달러(약 23만6000원)의 가격표가 붙은 케이스에 담겨 진열돼 있었다고 한다. 별로 특별해 보이지도 않는 시거의 통산 113번째 2루타 공의 가격이 200달러에 육박한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판매되는 공은 경기당 5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가격은 얼마나 특별한 의미가 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여기에 다저스의 경우 보통 경기 도중 땅에 바운드된 볼이나 투수들이 토스한 별다른 의미가 없는 사용 공인구들을 20달러(약 2만5000원)씩에 판매하는데 이는 대부분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아마존에서 롤링스의 MLB 공인구 한 박스(12개)가 200달러가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으니 공 한 개에 20달러라면 특별히 비싼 것은 아니다.

한편 진짜 비싼 기념품은 경기에서 선수가 입은 유니폼들이다. 다저스 신인 윌 스미스가 올해 11호 홈런을 때렸을 때 입은 경기 유니폼은 5960달러, 코디 벨린저가 올해 35호 홈런을 쳤을 때 입은 유니폼은 무려 8450달러의 가격표가 붙어 있다고 한다. 물론 이 돈은 선수들이 챙기는 것이 아니고 구단 수입으로 들어가며 이 중 일부는 구단이 후원하는 자선단체에 전달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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