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영화 역차별..'유열의 음악앨범'은 내고 '보헤미안 랩소디'는 안내는 돈 [★비하인드]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08.31 08:00 / 조회 : 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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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던 영화 속 뒷이야기를 풀어드립니다.

정지우 감독의 '유열의 음악앨범'은 한국영화 역대 최고 음원 저작권료를 지급한 영화다. 90년대부터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커플의 이야기에 당대의 인기곡들이 삽입됐다. '원스 어폰 어 타임'(야니) '모자이크'(자유시대) '오늘 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신승훈) '처음사랑'(유열) '영원한 사랑'(핑클) '데이트'(이소라) '보이나요'(루시드폴)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토이) '오, 사랑'(루시드 폴) '픽스 유'(콜드플레이) 등 총 10곡이 쓰였다. 가장 비싼 음원사용료는 단연 '픽스 유'다. 12만불(약 1억 4500만원)을 냈다는 후문.

'유열의 음악앨범' 측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에 약 6억원 가량의 저작권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최고다. 이 6억원에는 음원사용료 뿐 아니라 극장 공연료까지 포함됐다. 그렇기에 총금액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한국영화는, 영화에 한국노래든 외국노래든 삽입되면 극장에서 상영될 때 음원사용료 외에 별도로 극장 공연료를 음저협에 내야 한다. 영화를 만들 때 음원사용료를 낼 뿐만 아니라 극장에서 상영되면 별도로 공연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독립영화는 한 곡당 1350원씩을, 상업영화는 1만 3500원씩을 개봉일 스크린수를 곱해서 음저협에 낸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10곡이 삽입됐기에 1만 3500원 곱하기 10, 즉 13만 5000원씩을 첫날 스크린수를 곱해서 음저협에 별도로 내야 한다. '유열의 음악앨범'이 첫날 800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면 1억 800만원을 추가로 내는 식이다.

이는 한국영화계와 음저협이 소송전을 벌이다가 합의한 결과다. 음저협은 저작권이 있는 노래가 삽입된 영화들이 극장에서 상영될 경우 공연에 해당한다며 극장을 상대로 소송을 벌였다. 대법원에서 극장이 공연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확정판결이 났지만 그와 별개로 한국영화계와 음저협이 제작,공연 사용료를 일괄 징수하기로 합의했다. 극장이 공연료를 내지 않고, 영화를 만드는 쪽(제작사,투자사)이 공연료를 내는 것으로 정리됐다.

문제는 이 합의가 한국영화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극장에서 상영하면서 외국노래인 '픽스 유'와 한국노래인 '영원한 사랑'을 똑같이 공연료를 낸다. 반면 퀸의 노래가 삽입된 '보헤미안 랩소디'나 엘튼 존의 노래가 담긴 '로켓맨'은 극장에서 상영해도 별도로 공연료를 내지 않는다. 한국영화 역차별이다.

최근 한국 뮤지컬 영화가 잇따라 제작되고 있다. 동명 뮤지컬을 영화화하는 '영웅', 이문세 노래가 삽입되는 '인생은 아름다워' 등이 만들어진다. 이들 한국 뮤지컬영화들은 극장에서 상영되면 공연료를 내야 한다. 외국 뮤지컬영화들은 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음저협은 '보헤미안 랩소디'와 관련해 CGV에 공연료를 내라며 문제를 제기해 협의 중이다. 음저협은 퀸 음원 저작권자를 대행해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GV 관계자는 "이미 극장 공연료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사안을 새삼 문제 삼는다"며 "아직 법적인 분쟁은 아니고 그쪽에서 제기한 것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음저협은 CGV를 상대로 한국영화 상영시 한국노래 공연료를 내지 않았다며 2012년 4월 소송을 제기해 2016년 1월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법정다툼을 벌인 전례가 있다. 당시 음저협이 패소했다.

음저협과 CGV가 '보헤미안 랩소디' 공연료를 놓고 어떻게 협의하느냐에 따라 외국영화에 삽입된 노래들의 극장 공연료 문제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결과에 따라 CGV에 이어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다른 극장들로 도미노처럼 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다만 '보헤미안 랩소디'와 관련한 음저협과 CGV 협상은 이번에도 극장이 아닌 수입사로 불똥이 튀기 쉽다. 한국영화지만 이미 대법원 판례가 나온 탓이다. 그럴 경우 '보헤미안 랩소디'나 '라이온 킹' 같은 음악영화들을 배급한 할리우드 직배사와 '비긴 어게인' 같은 음악영화들을 수입하는 중소 수입사들과 충돌이 예상된다.

이쯤되면 음저협이 열심이라고 해야 할지, 발목을 잡는다고 해야할지, 한국영화 역차별은 시정될지, 이래저래 한국영화산업에 뜨거운 감자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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