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의 특급 어시스트, 대학 골프팀을 50년 만에 부활시키다 [댄 김의 NBA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8.23 13:09 / 조회 : 4119
  • 글자크기조절
image
한 골프 대회에 참가해 샷을 하는 스테판 커리. /AFPBBNews=뉴스1
지금은 상당히 대중화됐지만 아직도 골프는 ‘중산층 이상의 스포츠’로 통한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상당한 돈이 필요해 경제적 측면에서 진입장벽이 높다. 공만 있으면 어디서나 바로 플레이할 수 있는 축구나 공과 농구대만 있으면 되는 농구와 달리 시작하려면 초기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기본적으로 골프채와 볼이 있어야 하고 제대로 공을 치려면 레슨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코스에 나가는 것도 돈이 들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이런 사실은 골프의 대중화에 상당한 걸림돌이고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백인들의 전유물같은 스포츠였던 골프가 지금은 상당히 대중화, 일반화됐지만 아직도 유색인종들, 특히 흑인들에겐 진입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스포츠인 것은 그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프로골프 투어에서 흑인선수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고 우즈의 성공 후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프로투어에서 흑인선수들은 거의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정도다. 흑인과 동양인 혼혈인 우즈 외에 현재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정기적으로 뛰는 흑인선수는 해롤드 바너와 캐머런 챔프(흑백 혼혈선수) 정도가 전부다. PGA투어에서 정기적으로 뛰는 한국 선수 수보다도 적다.

프로뿐 아니라 대학골프에서도 그 비율은 극도로 낮다. 미 대학체육협회에 따르면 현재 미 대학팀에서 백인과 동양계가 아닌 흑인과 중남미계 등의 비율은 6% 정도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런 미국에서 이번 주 한 가지 뉴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슈퍼스타 스테판 커리(31)가 워싱턴 DC에 위치한 하워드 대학교의 골프팀을 스폰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9일 하워드대 캠퍼스 인근 랭스턴 골프코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최소한 6년간 하워드대 골프팀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프로그램이 자생능력을 갖출 때까지 후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지원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워싱턴포스트는 7자리 숫자(100만 달러 이상)라고 보도했고 추가로 언더 아머사가 팀의 유니폼을, 캘러웨이사가 클럽 등 골프용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image
스테판 커리가 한 재단의 행사에 참여해 어린이들과 게임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1867년에 설립돼 150년이 넘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하워드대는 전통적으로 주로 흑인학생들이 진학해온 대학으로 전 미 연방대법원 판사 터굿 마샬을 비롯한 많은 유명인사를 배출한 명문 블랙 칼리지(흑인대학)이다.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랭스턴 골프클럽은 하워드대 법대의 첫 번째 학장이자 1890년 버지니아주 의회에 흑인으로는 최초로 선출된 존 머서 랭스턴의 이름을 딴 코스다. 하워드대는 1970년대까지 골프팀이 있었으나 재정문제로 없어졌다. 그런데 커리의 ‘특급 어시스트’ 덕분에 거의 50년 만에 골프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골든스테이트를 3차례 NBA 챔피언으로 이끌었고 두 차례 리그 MVP로 뽑힌 커리는 열렬한 골프광으로도 유명하다. 고교 시절 학교 골프팀에서 뛰었고 NBA 스타가 된 뒤에는 여러 셀러브리티(유명인사) 토너먼트에 나섰을뿐 아니라 정식 프로대회인 웹닷컴 투어의 엘리 메이 클래식에도 스폰서 초청으로 출전했다. 비록 모두 컷탈락했으나 74타와 71타를 치는 등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그는 개인적으로 하워드대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다.(그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데이빗슨대를 나왔다) 그럼에도 커리가 자기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하워드대 골프 프로그램을 재건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은 한 하워드대 학생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골프팀 재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동기를 하워드대 재학생 오티스 퍼거슨과의 우연한 만남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image
스테판 커리. /AFPBBNews=뉴스1
지난 1월 커리는 자신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가한 다큐멘터리 영화 ‘임마누엘’ 시사회를 위해 하워드대 캠퍼스를 찾았다. 이 영화는 지난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한 흑인교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의 총격으로 성경공부 중이던 흑인신도 9명이 피살된 사건을 조명한 것이다.

시사회 후 건물을 나서던 커리를 본 이 학교 재학생 퍼거슨은 커리가 골프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자신도 골퍼였기에 그와 골프를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퍼거슨은 자신이 이 학교에서 골프클럽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을 소개했고 이 과정에서 학교에 골프팀이 없다는 사실을 들은 커리는 그에게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주며 연락하라고 했다. 그리고 이들의 우연한 만남이 있은지 7개월 만에 하워드대 골프팀 부활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막을 올린 것이다.

커리는 “골프는 인내와 집중이라는 정신적 자산에 도전하게 해 주며 무엇보다도 마스터하는 것이 불가능한 게임”이라면서 “보이는 것 이상으로 내 삶에 영향을 미치고 내 삶을 바꿔놓은 스포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열정적인 대학생들이 재능은 있지만 골프에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가슴이 아팠다. 이번 프로젝트로 하워드대의 역사에 자그마한 역할을 맡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리가 시작한 이번 여정을 나는 끝까지 빠짐없이 함께 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골프나 하워드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큰 의미가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