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들' 김슬기 "코미디가 좋다..그런 내가 자랑스럽다" [★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08.22 12:09 / 조회 : 2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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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사진제공=눈컴퍼니


시원하게 욕 잘하는 코믹한 모습부터 감초 조연에 섬세한 내면 연기까지, 김슬기는 또래 배우 중 확고한 자기 영역을 구축한 배우다. 캐릭터에 대한 명확한 이해.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해. 김슬기는 연극부터 TV드라마, 영화, 예능까지 차근차근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시행착오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배워나가고 있다.

21일 개봉한 '광대들: 풍문조작단'(감독 김주호)은 김슬기의 어떤 모습들이 다양하게 보여지는 영화다. '광대들'은 조선 세조 시대를 배경으로 역사에 기록된 정이품송 등 숱한 이적들이 알고 보면 조작된 것이었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영화다. 김슬기는 여론을 조작하는 광대패들 중 근덕 역을 맡았다. 김슬기는 영화 속에서 때로는 무당으로, 때로는 음향 조작으로, 때로는 부처로, 때로는 문수보살로 여러 모습을 선보인다. 어떤 모습은 김슬기가 그대로 보이고, 어떤 모습은 김슬기가 전혀 안 보인다. 티끌을 쌓아 태산을 만들 김슬기와 이야기를 나눴다.

-'광대들'은 왜 했나.

▶시나리오가 좋았고, 역할이 좋았다. 근덕은 광대패 중 홍일점인데 주체적인 인물이다. 조선 시대 신분이 낮은 광대지만 전문직이기도 하다. 여러 면에서 지금 시대와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비중이 더 컸을 법한데.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그저 감사하다. 더 보고 싶다는 뜻이었을테니. 시나리오에 있는 분량만큼 나왔다. 근덕은 중심이 분명하되 다양하게 변신하는 캐릭터다. 음향을 담당하지만 무당으로 변해 영업도 하고, 부처님도 되고 문수보살도 된다. 8색조 같은 캐릭터라 다양하게 보여지고 싶었다.

-'SNL코리아'로 쌓인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그런 이미지를 담은 캐릭터들을 하곤 하는데. '광대들'에도 그런 모습이 있고.

▶익숙한 건 더 익숙하게 보여주되 하이라이트에는 그런 모습과는 다른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특정한 이미지로 소비된다는 우려는 사실은 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금 내 나이와 내가 갖고 있는 어떤 이미지, 그리고 지금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잘해야 나중에 다른 모습도 또 다르게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

-'광대들' 속 광대들은 지금은 예인과 닮았는데. 그래서 공감하는 부분이 컸나.

▶그렇다. 배우가 곧 광대니깐, 뭔가를 세상에 이야기하는 사람이니깐 아무래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내가 배우인데 광대 역할을 안해서 되겠어, 이런 생각도 들었다.

-'광대들'은 사극으로 현대사를 빗대 이야기한 영화다. 정권 옹호를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이용하는. 그 가운데 광대들이 바른 말을 하려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문화 블랙리스트가 떠오른다. 영화 속에서처럼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바른 말을 하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그 때의 선택은 그 때가 아니면 모를 것 같다. 그런 상황이 닫치면 내가 어떤 자극을 받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다만 배우가 됐을 때, 배우가 되려 했을 때, 이왕이면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었다. 지금은 좋은 영향력보다는 나쁜 영향력이라도 주지 말자는 마음이 더 크긴 하지만.

-나쁜 영향력이라면.

▶음. 요즘은 배우로 평가받기 보다는 그 사람 자체로 평가 받는 시대인 것 같다. 그렇기에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잘살아야 하고, 더 조심하고 살려 한다.

-최근에는 JTBC '서핑 하우스' 같은 리얼 예능 프로그램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는데.

▶'해피투게더'도 그렇고, '라디오스타'도 그렇고, '나혼자 산다'도 그렇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되게 어렵다는 걸 경험했다. 할 때마다 새로운 걸 배운다. 공부한다는 느낌이고, 그래서 또 공부를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국 도전적으로 살 것인가, 안정적으로 방어적으로 살 것인가 선택의 문제였다. '서핑하우스'를 그래서 했다. 정말 많은 걸 배웠고, 좋은 경험을 했다. 마인드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원래는 집순이였는데 '서핑하우스'를 하면서 밖으로 움직이게 되더라. 더 건강해지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집순이였고, 더 조심하려 살려 했는데 밖으로 움직이게 됐다면 정말 큰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

▶내게는 굉장히 큰 도전이었다. 그리고 정말 좋은 마음의 변화를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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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사진제공=눈컴퍼니


-'광대들'에서 김주호 감독과 호흡은 어땠나.

▶현장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매일 회식이었다. 감독님은 굉장히 편하게 디렉션을 주셨다. 감독님이 요구하는 바와 내가 생각하는 버전이 다르면, 각기 다르게 연기해보도록 하고 선택할 수 있게 배려해주셨다.

난 애드립도 못하고 대본대로 연기하는 배우다. 대본이 좋으면 잘하고, 나쁘면 못한다. 주어진 데서 자유롭게 하려 하는 편이다. 그래서 사실 연기가 어렵다.

-그런 점에서 '광대들'에서 같이 한 조진웅, 손현주는 또 다른 본이 됐을텐데. 때로는 대본을 넘어서기도 하고, 때로는 대본 안에서 톤을 조정하는 배우들인데.

▶조진웅 선배는 정말 신기했다. 대본 전체를 안과 밖을 살피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이끌어 가더라.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손현주 선배는 직접 붙는 장면이 적긴 했는데 연기할 때 카리스마와 카메라 밖의 소탈한 모습이 정말 다르다. 반전 매력이 엄청나다.

-그런 부분을 배우려 하나.

▶음. 음. 음. 어떤 캐릭터에선 내가 더 나와야 하고, 어떤 캐릭터는 내가 아예 없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걸 조절할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실 연기할 때는 그런 생각 안 한다. 캐릭터와 장면이 잘 맞는지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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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들' 김슬기 스틸


-'광대들'에서 무당으로 나왔을 때는 김슬기인가 싶더라. 전혀 다른 느낌이어서.

▶아. 오늘은 좋은 꿈을 꿀 것 같다. 사실 난 김슬기가 강한 배우다. 그렇기에 내가 한 연기를 보고 "누구지?"라고 생각해 준다면 정말 감사하다. 난 스스로를 무채색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색깔을 입힐수록 다양한 모습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가 좋다. 한편으론 그래서 캐릭터성이 또렷한 게 좋다. 캐릭터성이 또렷하지 않으면 연기하기가 힘들다. 숙제다. 희극과 정극을 넘나드는 배우가 되고 싶기에 그런 점을 더 노력하려 한다. 기름칠이 더 필요하다.

-'광대들'에서 온 몸에 금칠을 하고 허공에 매달리는 부처님 모습을 선보인다. 금칠을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테며, 허공에 와이어로 오랜 시간 매달렸을 테며, 조명도 강하게 쳤을텐데. 어떤 기분이었나.

▶즐거웠다. 금칠을 하는데 웃기고 귀여워서 좋았다. 이야 내가 이렇게 부처님이 잘 어울리는 배우였냐며 사진도 많이 찍었다. 와이어에 매달려 있을 때도 즐거웠다. 관객들이 이 장면을 보면 웃기겠다고 상상하니깐 너무 재밌었다. 이렇게 했을 때 관객들이 웃어줄거야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문수보살을 했을 때도 또 다른 사람 같아서 좋았다.

-MBC 드라마 '하자 있는 인간들'을 찍고 있는데.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지금 내 기분도 그렇고, 보는 분들도 재밌는 이야기를 좋아할 것 같았다. 재밌는 걸 하면 센치한 걸 하고 싶고, 센치한 걸 하면 재밌는 걸 하고 싶다. 사실 난 코미디가 좋다. 그런 연기를 할 때 행복해지니깐. 코미디를 잘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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