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유열의 음악앨범' 사진과 노래로 새긴 사랑의 기억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08.21 11:52 / 조회 :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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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만나야 되는 사람은 만나게 되는 것일까. '유열의 음악앨범'은 그렇다고 말한다. 우연은 필연이 되고, 필연은 인연이 된다.

1994년. 유열이 라디오DJ를 처음 하던 날.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친언니 같은 은자와 빵집을 하던 미수에게 우연히 현우가 찾아온다. 말갛고 빙그레 웃는 현우는 소년원에서 갓 출소했다. 현우는 미수 빵집에서 일을 시작한다.

잘생긴 알바 총각 보러 동네 빵집에 손님이 몰린다. 미수와 현우는 서로에 설레는 마음을 품는다. 그것도 잠시.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둘은 연락이 끊긴다. 시간이 흐른다. 모든 게 바뀐다. 그동안 적어도 두 사람에게 바뀌지 않은 건, 유열이 라디오DJ를 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3년이 흐른 어느 날, 또다시 미수와 현우는 우연히 만난다. 그렇게 만남과 이별은 반복되지만, 둘의 우연은 필연이 되고 어느새 인연이 된다. 현우가 감추고 싶지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비밀을 미수가 알게 되기까지는.

말갛다. '유열의 음악앨범' 주인공 김고은과 정해인의 얼굴은 참 말갛다. 정지우 감독은 김고은과 정해인의 말간 얼굴들을 파스텔 화폭에 담고 음악에 실어 인연으로 그렸다. 미수와 현우가 멈춰 있는 시간들은 그대로 음악 있는 사진이다.

자칫 뮤직비디오 같았을 이 예쁜 사진들을, 정지우 감독은 스릴러 같은 긴장으로 장과 장을 연결해 앨범으로 완성했다. 앨범을 펼치면 사진들마다 이야기로 채워져 있듯, '유열의 음악앨범'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사진처럼 채웠다. 때로는 설레게,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긴장되게, 때로는 안타깝게 채웠다. 그 이야기 위로 음악이 흐른다.

라디오와 카메라. 들리는 라디오는 어느새 보이는 라디오가 됐다. 필름으로 채웠던 카메라는 어느새 휴대전화에 자리를 건넸다. 그래도 듣고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은 달라지지 않았다.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들. 정지우 감독은 '유열의 음악앨범'에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들을 담아내려 한 것 같다. 노래를 들으면 떠오르는 기억, 다시 보면 생각하는 추억을, 지금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파스텔풍 추억은 선명한 지금으로 바뀐다.

미수를 맡은 김고은은 매우 좋다. 비로소 눈으로 연기한다. 웃고 있어도 눈으로 울고, 울어도 눈으로 웃는다. 영화 안에서 배우가 성장하는 걸 보는 즐거움을 준다. 현우 역을 맡은 정해인은 말갛다. 말갛게 웃어서 무장해제시킨다. 동기의 헐거움을, 정해인의 말간 얼굴이 채운다. 두 사람의 호흡도 좋다. 연인 같다. 두 사람의 키스신은 베드신 같다. 정지우 감독은 파스텔풍 영화를 만들어도 농염함은 놓을 수 없는 모양이다.

은자 역을 맡은 김국희는 '유열의 음악앨범'의 발견이다. 참 좋은 배우를 세상에 소개한다. 묵묵한 세월을 그려냈다. 금수저 출판사 사장 종우 역의 박해준은 비중은 적어도 능글능글하게 제 몫을 다했다.

'유열의 음악앨범'에 또 하나의 주인공은 음악이다. 추억의 노래들이 감정을 소환한다. 핑클 노래에 박수 칠 관객이 적잖을 것 같다. 적어도 천리안의 추억이 있는 관객이라면, 뭉클할 것 같다.

앨범은 추억을 담아서 앨범이다. 사진을 담든, 노래를 담든, 앨범이라 부르는 건 기억을 새겨놓기 때문이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사진과 노래로 어떤 사랑의 기억을 새겼다. 설레고 달콤하고 안타깝고 특별한. 사랑이란 누구에게나 그렇다.

8월 2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추신. 12세를 동반하고 영화를 봤다가 당황할 만한 장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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