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온 17세 파이터 오일학, 무일푼으로 운동한 사연

한동훈 기자 / 입력 : 2019.08.21 06:20 / 조회 :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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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정은, 오일학, 이동혁 관장. /사진=로드FC
'코리안 마우이' 오일학(17, 팀 스트롱울프)이 9월 8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리는 굽네몰 로드FC YOUNG GUNS 44에 출전한다.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일학은 두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어머니, 형과 함께 살았다. 오일학 형제는 운동을 하고 싶었으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여유가 없었다. 그러던 중 봉사활동을 온 로드FC 여성 파이터 박정은(23, 팀 스트롱울프)의 어머니와 인연이 되어 박정은의 소속팀 스트롱울프에서 운동하며 격투기에 입문했다.

체육관에 나온 오일학은 모든 것이 낯설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말도 별로 없었다. 팀원들이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럴 때 박정은을 비롯해 임동환 등 팀 스트롱울프의 파이터들은 오일학을 친동생처럼 도와줬다. 박정은은 한국말이 서투른 오일학이 순조롭게 적응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한국말을 적극적으로 가르쳐줬다. 어려운 가정 형편 얘기를 들은 이동혁 관장은 돈을 받지 않고 체육관에서 운동하도록 해줬고, 임동환 역시 자신의 장비를 지원해주며 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도왔다.

오일학은 "(격투기를) 하고 싶었는데, 돈이 없고 많이 힘들었던 시기였다. 관장님께서 돈 안 내고 다니게 해주셔서 그때부터 운동을 하게 됐다. 임동환 선수는 래쉬가드, 파이트쇼츠, 글러브 등 자기 물건을 지원해주고, 정은이 누나는 서툰 우리의 말을 고쳐주셨다"고 돌아봤다.


이동혁 관장을 필두로 팀 스트롱울프의 파이터들이 모두 오일학을 돕자 적응도 빨랐다. 오일학은 격투기를 하면서 성격이 변했다. 활발하게 바뀌면서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처음 올 때와 달라졌다.

오일학은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올 때는 친구들이 없고, (주변 친구들이) 우리에게 관심이 없었다. 격투기를 시작한 후에 주변 애들이 알아보고 친한 애들이 더 많아졌다"며 변화에 대해 얘기했다.

항상 곁에서 오일학을 지켜봤던 박정은도 "처음 봤을 때는 표정이 별로 없었다. 운동을 하면서 무뚝뚝한 게 아니라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서 표현을 못했다는 걸 알게 됐다. 관장님께서 동생들 많이 챙기라고 항상 가르쳐주셔서 동생들을 챙기려고 많이 노력했다. 지금은 굉장히 잘 웃는 든든한 친구이자 동생이자 우리 막내"라 말했다.

성격이 변하면서 오일학은 더 열심히 운동하게 됐다. MMA라는 게 쉽지 않은 운동임에도 불구, 포기하지 않았다. 박정은이 '잡초 같은 친구'라고 표현할 정도다.

프로 무대 데뷔를 앞둔 오일학의 격투기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오일학은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 그리고 팀 동료들을 위해 승리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오일학은 "(어머니께서) 저를 키워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잘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관장님과 우리 팀 누나, 형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도와주신 것을 잊지 않고 열심히 해서 보답하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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