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선 감독 ""변신' 선과 악, 극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08.20 11:46 / 조회 : 2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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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선 감독/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김홍선 감독의 매력은 무엇일까? '공모자들'과 '기술자들' '반드시 잡는다'에 이어 신작 '변신'까지. 엄청난 흥행 성과가 있었던 것도 아니요, 엄청난 호평을 받았던 것도 아니다. 그래도 김홍선 감독과 같이 작품을 했던 배우들은 또다시 그와 호흡을 맞춘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배우들도 그와 인연을 계속 이어간다. 투자자들도, 제작자도 김홍선 감독에게 손을 내민다. 분명 그만의 매력이 함께 하는 사람들을 사로잡는다는 뜻이다.


21일 개봉하는 '변신'도 마찬가지다. 제작자가 기획을 건넸고, 신생 투자배급사 에이스메이커가 손을 잡았으며, 전작에서 같이 했던 성동일 백윤식이 선뜻 참여했다. 넉살이 좋은 것도 아니다. 말을 청산유수로 잘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그와 같이 작업했던 사람들은 "(김홍선 감독이)정말 열심히, 치열하게 한다. 그냥 진심으로 한다. 그러니 작업이 힘들어도 믿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변신'은 김홍선 감독이 처음 선보이는 공포영화다. 어느 날 강구 가족에 악마가 스며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때로는 아빠로, 때로는 엄마로, 때로는 동생으로 변하는 악마를 맞닥뜨릴 때 벌어지는 공포를 담았다. 여전히 그의 영화는 표현은 아슬아슬하되 기묘한 온기가 한켠에 있다. 김홍선 감독의 매력이 관객도 사로잡을지, 이야기를 들었다.

-'변신'은 왜 했나.

▶원래는 프랑스 영화 '바디 스내치' 리메이크를 준비했다. 그러다가 '공모자들'을 같이 한 구성목 대표가 '변신' 기획을 보여줬다. '변신'에서 구마사제 중수 역할을 한 배성우에겐 지난해 1월 제안했다고 하고, 나는 6월 즈음에 시나리오를 받았다. 당시 시나리오는 중수 위주의 오컬트였다. 후킹 포인트가 있더라. 그래서 일단 내가 시나리오를 두 달만 고쳐볼 테니 그때 다시 이야기해보자고 했다. 초고는 구마에 실패한 트라우마로 타락한 듯한 느낌의 사제와 형수가 주인공이었다. 아들만 살아남은 일가족 살해사건의 범인으로 강구가 체포되면서 형사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추적하는 액자식 구성이었다. 각색하면서 가족 이야기가 커졌고, 형사 캐릭터가 사라졌으며, 중수 비중이 줄었다.


-배성우가 중수 역할로 가장 먼저 캐스팅됐다. 비중이 줄고 이야기도 톤이 바뀌었는데 흔쾌히 하겠다고 했나.

▶고맙게도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촬영 전까지 배성우와 역할에 대해 치열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변신'은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가 있고, 오컬트 영화로서 주는 공포가 있다. 하이라이트에서 서스펜스가 극대화되는 반면 오컬트적인 엔딩에선 공포가 줄어드는 것 같은데.

▶원래는 하이라이트에서 영화가 사실상 끝났다고 생각했다. 엔딩인 지하실 장면은 에필로그라고 생각했다. 엔딩은 버전이 세 가지였다. 현재 버전과 초고와 같은 결말, 그리고 중수가 악마와 싸움에서 지는 결말. 둘은 베드 엔딩이자 전형적인 공포영화 결말이었다. 현재의 엔딩이 보다 따스한 결말이라 최종 선택했다.

'변신'에서 이 악마는 말 그대로 악마다. 목적 없이 사람을 괴롭히고 그것을 즐긴다. 소녀 안에서 놀고 있는데 중수가 방해를 하니 중수 가족을 괴롭히는 것이다. 그런 설정으로 이야기를 끌고 갔다.

-중간에 가족 중 한 명이 사라지는데 설명이 좀 부족한 것 같은데.

▶그와 관련해서 일곱 신을 편집했다. 어디로 갔는지 찾으러 가고, 전화로 통화하고, 찾으러 가는데 말리는 장면 등이 있었다. 그런데 너무 설명적인 것 같고, 속도감이 주는 것 같아서 편집했다.

-'변신'은 공포 오컬트 영화에서 흔한 악마가 빙의한다는 설정 대신 악마가 사람, 그것도 가족으로 변신한다는 게 다른 점인데. 가족으로 변한 악마가 그 가족의 진짜 속내인 듯한 말로 다른 가족들을 몰아붙이는 게 공포스럽고.

▶내가 만드는 영화들이 그렇듯 선과 악의 극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변신'에선 악마가 가족으로 변하는 게 극대화되는 지점이다. 원래는 악마가 가족으로 변할 때 특별한 대사들이 없었다. 그런데 애들 키우느라 힘든 아빠 엄마가 할 듯한 말들, 동생 때문에 힘든 언니가 들을 법한 말들, 의절하다시피 한 동생이 할 듯한 말들을 채워넣었다. 그게 악마가 사람들의 고통과 분노를 유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아빠로 변한 악마가 딸에게 접근하는 방식 등은 너무 과한 것 같은 부분들은 다 지금 버전으로 조절했다.

-빙의와 달리 악마가 가족으로 변하는 설정이기에 해당 가족과 그 가족으로 변한 악마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신경을 썼어야 했을텐데.

▶그런 개연성을 가장 신경썼다. 시나리오 분량 만큼의 설정북을 따로 만들었다. 예컨대 악마가 변한 엄마가 거실에 있으면, 실제 엄마는 방에 있는 등 그런 설정들을 다 계산하고 찍기도 했다. 설명이 많은 것 같아서 편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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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홍선 감독/'변신' 스틸


-초반은 강구 가족이 이사 온 옆집 남자와 시비가 긴장을 유발시키는데.

▶옆집 남자가 중수가 구마에 실패해 죽은 소녀의 아빠라는 설정이었다. 이혼하고 혼자 사는 남자였다. 거기에 아내로 변신한 악마가 침투했다는 것이었다. 악마가 파괴한 가족과 화목한 가족을 대비하고, 그 화목한 가족에게 악마가 침투하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데미안 허스트 그림에서 모티프를 얻어서 이미지를 구체화하려 했다.

-'변신'도 마찬가지지만 하우스호러 장르는 왜 그 집에서 나가지 않느냐라는 근원적인 의문이 있는데. 그게 장르의 특성이기도 하고.

▶나 역시 왜 집에서 못 나가느냐를 납득하지 못하기에 거기에 대한 설명들을 일부 넣기도 하고 빼기도 했다. 나가려는 가족들을 말리는 장면은 넣었고, 집 밖으려 나가려 할 때 문이 닫혀서 못 나가는 장면은 뺐다. 관객이 충분히 장르의 특성을 이해할 것이라 생각했다.

-악마 설정은 어떻게 했나.

▶이집트 신화에서 비롯된 아몬이라는 악마라고 설정했다. 동물로 변하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 즐기는. 영화 속에서 악마가 사람으로 변하지만 속은 까마귀라는 설정이었다. 그래서 구마하려는 신부들 주위를 까마귀가 맴돌고 방해하는 모습을 담았다.

-악마가 사제인양 구마하는 장면에서 거꾸로 라틴어를 외우는 장면은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데.

▶그래서 엔딩에 악마와 사제가 진짜 라틴어로 구마하는 모습과 거꾸로 라틴어를 읊는 모습을 충돌시켰다. 그렇게 하면 앞선 모습도 알아차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가짜로 구마할 때는 쓰는 복숭아 가지는 이중적인 의미다. 복숭아 가지가 악을 쫓기도 하지만 불러들이기도 한다는 의미가 있어서 차용했다.

-'변신'에서 악마의 모습을 그를 때 CG가 아닌 특수분장을 택한 까닭은.

▶원래 CG는 최대한 안 쓴다는 주의다.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니 미리 예측 가능한 지점에서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번에는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려 특수분장을 초반부터 고민했다. 원래는 뿔도 달리고 턱도 튀어나온 악마의 형상을 보여주려 했지만 너무 판타지스러워지는 것 같아서 지금 형태로 바꿨다.

-김홍선 감독의 영화들은 주인공들이 의사가족을 이룬다. 장르적인 묘사는 강하되 결말은 늘 가족 같은 모습이 돼서 해결한다. 그건 김홍선 감독의 세계관 같기도 한데. 세상은 지독하지만 가족처럼 아끼고 살아가면 버틸 수 있다는.

▶음. 나는 비교적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고 지금도 그렇다. 그렇기에 내게 없는 것, 결핍된 가족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기는 것 같다. 거기서 비롯되는 갈등이 흥미를 발현하는 지점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걸 즐기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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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선 감독/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공포영화는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기 마련인데 '변신'은 필리핀 로케이션이 있는데.

▶예전에 해외에만 방영되는 CF를 필리핀에서 찍은 적이 있었다. 촬영 여건 등 여러가지가 좋더라. 필리핀은 가톨릭을 믿는 데다 구마가 보편적인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한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악마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 현실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제작자가 동의해주고, 협찬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해줘서 잘 찍을 수 있었다.

-배우들, 스태프들과 인연을 계속 이어가는데. 임창정, 김우빈 등등 전작을 같이 한 사람들과 여전히 친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쉽게 말을 놓지 않는다. 술을 잘 먹어도 술자리에서 가진 친분으로 뭘 해보려고 한 적도 없는 것 같다. 내가 포커페이스가 잘 안된다. 그냥 솔직하려 한다. 잘하는 사람들도 물론 좋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하길 바란다. 서로가 장점을 많이 보려 하는 사람들. 그런 점에서 운이 좋다.

-차기작은.

▶언제나 이번 작품이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니 아직 잘 모르겠다. 여자살수가 등장하는 사극도 생각하고 있고, '세렌디피티' 같은 멜로도 하고 싶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구마에 대해 공부한 걸 응용할 수 있는 영화도 아이디어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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