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유강남(왼쪽). /사진=뉴스1 |
사실 현대 야구에서는 도루 저지 능력의 무게 중심이 포수에서 투수로 많이 이동했다. 투수가 스타트를 빼앗기면 포수가 제 아무리 좋은 송구를 해도 잡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중론이다. 때문에 유강남을 향한 '자동문 오명'은 과대 해석된 측면이 크다.
유강남은 19일 현재 도루 69개를 허용하고 20개를 잡았다. 300이닝 이상 마스크를 쓴 포수 12명 중 도루 저지율 8위다. 중하위권이다.
하지만 도루는 투수와 공동 책임의 영역이 된 지 오래다. 한 전력 분석원은 "포수의 팝타임(포구 직후부터 송구가 2루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투수의 슬라이드 스텝 시간(투구 동작에 들어간 직후부터 공을 놓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더 중요하게 체크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개 도루를 많이 주면 투수 쪽을 보완한다"고 덧붙였다.
LG 유강남. /사진=뉴스1 |
LG의 경우에도 외국인 투수의 도루 허용 지분이 제법 크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6명 중 도루 저지율 24위와 26위가 LG 윌슨과 켈리다. 윌슨이 17개를 허용하고 3개를 잡아 15%, 켈리는 9개를 허용하고 1개를 잡아 10%다. 유강남의 기록에서 윌슨, 켈리를 제외하면 개인 도루 저지율은 27.1%까지 올라간다. 최고 포수로 불리는 양의지(NC)와 강민호(삼성)의 올해 도루 저지율 27.8%, 26.9%와 비슷한 수준이다.
류중일 LG 감독은 도루 저지에 관해 투수에게 1차 책임이 있다고 봤다. 류 감독은 "일단 투수가 1.30초 안에 던져야 한다. 빠른 투수들은 1.10초에도 들어온다. 마지노선이 1.30초다"라 설명했다. 유강남의 송구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올해에 조금은 빠르게 꽂히는 느낌이 줄어든 것 같다"고 짚었다.
유강남도 마음이 아팠다. 그는 "시즌 초반에는 송구하는 밸런스를 잃었던 것이 사실"이라 털어놨다. 2루 송구 또한 투구처럼 기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어깨에 미세한 통증이 남아 애를 먹었다고 한다. 유강남은 "처음에 어깨가 좀 아파서 잡을 것도 놓친 적이 있다. 투수들에게 정말 미안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이제 감을 거의 다 찾았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실제로 유강남은 후반기 들어 도루 저지율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후반기만 놓고 보면 24개 중 8개를 잡아 33.3%다. '자동문'이라는 오명도 알고 있었다. 최근에는 타격감도 살아나고 있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유강남은 "방망이보다 무조건 수비와 팀 승리가 우선이다. 안정감을 더 높이는 포수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고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