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잡고 정말..." 유희관이 1루로 '광속구' 뿌린 사연 [★현장]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19.08.17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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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경기 후 만난 두산 유희관. /사진=김우종 기자
"(김)현수 잡고 정말 기분이 좋아 저도 모르게 그랬다. 또 보이지 않는 기 싸움도 있었다."

지난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두산전이었다. 두산이 3-0으로 앞선 가운데, LG의 2회초 공격. 선두타자 LG 김현수(31)가 타석에 들어섰다. 두산 선발 투수는 유희관(33)이었다.


유희관은 초구와 2구째 모두 스트라이크를 꽂은 뒤 3구째 볼을 하나 뺐다. 그리고 4구째. 유희관이 던진 속구(131km)를 김현수가 공략했으나 배트에 빗맞고 말았다. 타구는 힘없이 유희관 앞으로 굴러갔다.

이 공을 잡은 유희관은 잠시 숨을 골랐다. 이어 별다른 스텝 동작 없이 1루로 공을 뿌렸다. 그런데 이 송구의 속도가 평상시 일반 송구보다 좀 특별하게 빨랐다. 직선 타구처럼 쭉 뻗어 나가는 수준의 속도였다. 유희관이 힘을 잔뜩 주고 뿌린 공은 1루수 오재일의 미트 안으로 정확하게 들어갔다. 이 장면을 본 일부 야구 팬들은 '1루로 뿌리는 광속구가 타자한테 던지는 투구보다 빠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승리투수가 된 이후 만난 유희관은 이 장면에 대해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입을 연 뒤 "두산에 입단했을 때부터 (김)현수는 동생이지만, 정말 저를 많이 챙겨줬다. 제가 차가 없을 때 현수가 집에서 데려다주고, 현수 집에서 많이 자기도 했다. 지금도 가장 친한 선수를 말하라면 현수를 꼽을 정도로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친한 동생이라도 경기장에서 승부는 승부였다. 유희관은 "(친분과는) 별개로 경기에서는 제 공을 엄청나게 잘 치더라. 김현수 타석 때 던질 곳이 없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빗맞은 투수 땅볼로 잡아 저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기운이) 올라왔던 것 같다. 또 1루에 세게 던지는 것도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자신 있게, 위풍당당하게 던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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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잠실 LG전, 6회 1사 1,2루 위기서 채은성을 병살타로 유도한 뒤 주먹을 불끈쥐고 있는 유희관.


이날 유희관은 6⅓이닝(104구)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호투하며 두산의 7-4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8승(7패)에 성공한 유희관은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까지 2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평균자책점은 3.07로 토종 투수들 중 3위이자 전체 9위다. 하지만 5회에는 2사 후 유강남에게 솔로포를 얻어맞기도 했다.

유희관은 '유희관에게 강한 남자, 유강남(27)이 홈런을 쳤다'라는 취재진의 언급에 "같은 유씨끼리 이래도 되는 건가"라고 농담을 던진 뒤 "이상하게 (유)강남이와 승부할 때 실투가 들어가는 것 같다. 제 잘못이다. 그걸 또 강남이가 놓치지 않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더 잡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힘이 들어갈 수도 있다. 실투는 여지없이 맞는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유희관은 두 자릿수 승수 달성에 대해 "이룰 때까지는 이룬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중한 기록이긴 하지만, 개인 기록보다는 팀 승리에 보탬이 돼야 한다. 10승을 거둘 때까지 최선을 다해 집중해 던지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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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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