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탄 비지, MFBTY 아닌 솔로로 돌아오다[★FULL인터뷰]

이정호 기자 / 입력 : 2019.08.17 10:30 / 조회 :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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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필굿뮤직


학창시절 힙합에 열광했을 때, 그때 힙합은 지금처럼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었다. 마이너 장르의 음악이었지만 오히려 그게 더 매력적이었다. 남들과는 다른 음악을 듣는다는 허세 아닌 허세가 있었고, "가진 것은 MIC 하나"라고 외치던, 지금 듣기엔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그런 스웨그(SWAG)가 멋있었다. 늘 친구들끼리 서로 좋아하는 래퍼가 더 뛰어나다며 싸우다가도 같이 노래방을 가면 서로 파트를 나눠가며 단체곡을 부르곤 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18번 곡은 'MOVEMENT4'였다.


때문에 래퍼 비지(Bizzy)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비지가 첫 번째 EP를 발매했을 당시 엠넷에서 방송했던 'TAKE 1'을 무한재생했다. 무브먼트 멤버들이 총출동해 부르는 'MOVEMENT4'가 압권이다.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윤도현과 함께 쿨리오(Coolio)의 갱스터 파라다이스(Gangsta's Paradise)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희열에 소리를 쳤던 기억도 생생하다. 비지가 한 공연장에서 프리스타일 랩을 하다 즉석에서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의 '슈퍼스타(Superstat)'를 부를 때 혼자 따라불러 공연장이 조용해지자 나에게 "굿"이라며 엄지를 세운 순간도 생생하다.

거칠고 악에 받친 모습이 강했던 아티스트였는데 이제는 '행복전도사'가 된 내 어린시절 스타와 인터뷰를 나누면서 나 또한 '타임머신(Time Machine)'을 타고 과거로 떠났다.

비지는 2019년 들어서 솔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10년이 넘는 긴 커리어에 비해 내세울 수 있는 개인 결과물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렇다고 그동안 작업을 개을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매번 앨범을 준비했으나 생각이 많아져서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서다.

"제 솔로 앨범을 기다리는 팬분들, 그리고 도와준 친구들한테 가장 미안해요. 피처링도 많이 받아놨는데 결국은 발표하지 못했거든요. 스토리가 있는 앨범을 발표하고 싶어서 준비를 하면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지고 복잡해져서 결국 또 무산되고. 그래서 싱글로 먼저 발표하면서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 다 보여드리고 앨범을 발표하면 부담감이 적을 것이라고 판단해 최근 들어서 계속 신곡을 발매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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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필굿뮤직


비지는 그렇게 벌써 세 번째 싱글 '타임머신'까지 발매했다. 이번 신곡 '타임머신'은 비지를 오랫동안 알았던 팬들에게는 새롭다. 여러 곡을 통해 이미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풀어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따듯하고 행복하게 풀어낸 노래는 없었다. 세상에 대한 한탄, 악에 받쳐 절규하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우선 제가 많이 변했어요. 지금은 매사에 긍정적이고 모든 게 행복해요. 예전에 저는 집착이 강했어요. 돈, 성공 등 모든 걸 가지고 싶었죠.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최근에 몸이 좋지 않아 수술을 하면서 느낀 게 있는데 제가 처음으로 겁이라는 게 생겼어요. 얼마 가지지는 않았지만 제가 가진 것마저 모두 잃어버릴까 두려웠어요. 그러면서 가치관도 많이 변했죠. 사실 돈, 차 이런 것에 열광도 했었고 가져본 적도 있지만 영원한 행복은 아니더라고요. 최근에는 어머니께 차 한대를 사드렸는데 이런 게 요즘 제 플렉스(Flex)입니다."

그래서 비지는 문득 어린 시절은 어땠을지 궁금했다고 한다. 자신도 분명 요구르트 하나에, 감자튀김 하나에 행복했을 때가 있었을 것 같다고. 가족에게 물어봤는데 자신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돼서 이번 '타임머신' 노래를 만들었다. '타임머신'을 부르는 순간만큼은 그때 그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난 기분이라 정말로 행복하다는 게 비지의 설명이다.

"그리고 요즘 방송에 얼굴을 조금씩 비추면서 어르신부터 아이들까지 저를 예전보다 친근하게 다가 와주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러한 분들이 제 예전 노래보다는 행복한 '타임머신'을 들어주신다면, 듣고 마주하게 된다면 서로가 더 행복하고 웃을 수 있을 것 같아 빨리 발표하게 된 것도 있죠. 요즘은 무대 위에 올라가면 관객들 얼굴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져요.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웃지말자'고 다짐해도 그렇게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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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필굿뮤직


작사를 하면서 관찰자 시점으로 자신의 인생을 돌아봤다는 비지다. '타임머신'을 통해 정말 어린 시절로 돌아갔지만, 음악에 대해 고민을 하고 방황을 했던 순간도 되돌아봤을 터. 그 당시에 대해 비지는 "처량하긴 하지만 창피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분명 자랑스러운 모습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당당해요. 리쌍 형들의 '죽기 전까지 날아야 하는 새'처럼 방황했을 때 순간들을 솔직하게 노래한 게 이미 세상에 많이 발표됐어요. 음악을 시작한 것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도 많았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이잖아요. 창피하진 않아요."

그랬던 그를 잡아준 게 MFBTY이기 때문에 비지에겐 이 팀이 더욱 특별하다. 비지는 MFBTY를 두고 "제가 지금까지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된 가족"이라고 표현했다. 어려서부터 다른 것은 다 못해도 개근상은 도맡았다는 비지는 "결국 버티고 버티는 놈이 승리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비지는 지금처럼 싱글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비지는 "이렇게 발표한 싱글들과 발표하지 못한 곡들, 그리고 앞으로 제가 하고 싶은 싱잉랩까지 합쳐서 앨범을 발매하는 게 지금의 목표"라고 밝혔다.

"음악에 대한 갈증이 아직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봤는데 아직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음악이 다시 재밌어졌어요. 특히 타이거JK 형, 미래 형수랑 최근 작업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작업하는 횟수가 많아졌어요. MFBTY 앨범을 준비 중이거든요. 팀으로 작업하면 부담감이 적어지니까 팬도 가벼워져요. 그럴수록 오히려 음악은 잘 나와요. 앞으로 나올 앨범 정말 기대하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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