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가 일본을 이긴 날 [천일평의 야구장 가는 길]

천일평 대기자 / 입력 : 2019.08.16 08:33 / 조회 :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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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악수하는 김경문(오른쪽) 한국 감독과 호시노 센이치 일본 감독. /사진=OSEN
지난 15일은 제74주년 광복절이었습니다. 최근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라 그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라지만,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일전은 선수는 물론 우리 국민들에게 절대로 져서는 안 되는 경기로 각인돼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야구 종목에서는 양국의 자존심 싸움이 특히 치열했고, 승리의 감동은 더욱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야구 국가대표 경기가 처음 열린 것은 1954년 제1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였습니다. 장태영, 김양중, 김영조 등이 출전한 이 대회서 한국은 일본에 0-6으로 패했습니다.

한국과 일본 야구의 실력 차는 컸습니다. 야구라는 종목이 도입된 것부터 일본이 30년 정도 빠른 데다 프로리그 출범도 50년 정도 일본이 먼저였습니다. 1930년대 프로팀이 창단된 일본에 비해 한국은 1982년에 프로 리그가 출범했습니다.

한국 야구는 첫 대회에서 패하고 9년 후 1963년 서울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서 처음으로 일본을 꺾었습니다. 김응용이 홈런을 때렸고, 재일동포 신용균이 완투해 3-0으로 승리했습니다. 1971년 서울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일본을 누르고 우승했습니다.

1976년 콜롬비아에서 벌어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서는 김계현 감독의 대표팀이 일본에 6-4로 이겼습니다. 해외 국제대회에서 거둔 첫 한일전 승리였습니다.

이듬해 한국은 니카라과에서 열린 제1회 슈퍼월드컵서 미국과 일본을 연파하고 세계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한국은 준결승격인 일본전에서 좌완 이선희(당시 육군)가 완투하면서 배대웅(기업은행)의 적시타로 선제점을 뽑고 1-1 동점에서 6회에 김봉연(연세대)이 솔로홈런을 날렸습니다. 9회에는 김정수가 적시타를 때려 3-2로 이겼습니다.

다음 날 미국과 우승 결정전에서 선발 김시진(한양대)에 이어 3회부터 나온 최동원(연세대)이 5회말 역전 3점홈런을 맞았지만 6회초 김봉연이 동점 솔로홈런을 날리고 이해창(육군)이 2타점 적시타를 때려 승부를 뒤집었습니다. 이어 5회부터 구원한 유남호(롯데)가 잘 막아 5-4, 한 점 차로 승리하고 한국야구 최초로 세계 정상에 올랐습니다.

1982년 서울 세계야구선수권대회서는 어우홍 감독 체제하에서 선동열, 최동원 등이 잘 던지고 심재원 포수가 잘 리드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일본과 최종전에서 0-2로 리드 당하던 8회 심재원의 안타, 김정수(신일고, MBC청룡)의 2루타, 조성옥의 희생번트,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 이해창의 안타, 한대화의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5-2의 기막힌 역전승으로 세계선수권 첫 제패의 꿈을 이뤘습니다. 선동열이 완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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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응이 2006 WBC 일본전에서 승리한 뒤 에인절스타디움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은 모습. /사진=OSEN
프로 선수들이 출전한 국제대회에서도 일본전 승리의 감격은 뜨거웠습니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예선서 한국은 일본을 3-2로 이겼습니다. 4강전서는 0-6으로 패했습니다.

2006년 WBC는 세계 야구계에 비상한 관심을 모았습니다. 축구 월드컵처럼 야구도 명실상부한 최강팀을 가리는 대회로 만들기 위해 종주국 미국이 야심하게 꺼내든 카드였습니다. 올림픽에 나서지 않던 메이저리거들까지 총망라했습니다. 당시 일본의 야구영웅 스즈키 이치로는 “한국은 앞으로 30년은 일본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오만한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치로의 콧대를 보기좋게 꺾었습니다. 특히 일본 야구의 심장으로 불리는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에서 한국은 1-2로 끌려가다 8회 이승엽이 통렬한 2점 홈런으로 승리를 견인해 '국민 타자'의 명성을 떨쳤습니다. 이 경기에서 이진영은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와 송구로 '국민 우익수'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미국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도 한국은 일본을 격파했습니다. 8회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2사 2, 3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극적인 2타점 2루타를 날렸습니다. 이 승리로 4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 선수들은 태극기를 LA 에인절스타디움 마운드에 꽂았습니다. 이상한 대진 규정으로 2번이나 한국에 졌던 일본이 대회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한국야구가 일본야구에 대등한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일본을 물리치고 동메달을 따내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선 예선 탈락하는 등 부진한 모습이었지만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김경문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모든 이의 예상을 깨고 우승했습니다.

당시 일본 대표팀 감독 호시노 센이치는 "전승 우승"을 한다고 큰소리쳤지만 일본은 한국에 두 번 다 졌습니다. 예선에선 9회초 2사 1, 2루에서 대타 김현수가 일본의 최강 마무리 투수 이와세를 상대로 역전 적시타를 때려 5-3으로 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4강전에서도 일본은 8회 1사 1루에서 이와세가 등판했으나 이승엽이 역전 투런을 날려 6-2로 대한민국이 승리했습니다. 세계 최강 쿠바와의 결승전에선 류현진이 호투하고 정대현이 3-2로 쫓기던 9회말 더블플레이를 잡아내 전승 우승을 확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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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기뻐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2008년 8월 23일은 한국야구 역사에 기념비가 세워진 날이었습니다. 한국 올림픽 역사에서도 두 번째 구기 종목 금메달이었습니다. 이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월 23일을 ‘야구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매년 이날이 되면 KBO리그는 경기에 앞서 팬사인회 같은 이벤트를 열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2015년은 WBC에 이어 또 하나의 굵직한 야구 국제대회가 열렸습니다. 메이저리그가 주도하는 WBC에 맞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창설한 '프리미어12'였습니다.

2015년 1회 대회의 개막전과 4강, 결승 등 주요 경기는 일본에서 열렸습니다. 예선에서 일본은 한국을 상대로 5-0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한 4강전에서 일본이 자랑하는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가 선발 등판해 한국 타선을 완벽히 봉쇄했습니다. 8회까지 3-0으로 앞서 승리를 거두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9회에만 대거 4득점하며 기적같은 역전승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대호가 역전 결승 2루타로 '조선의 4번 타자' 별명을 얻었습니다. 안방에서 잔치를 하려던 일본의 계획을 망가졌고, 한국은 결승전에서 미국에 8-0으로 완승하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어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일본과 결승전에서도 3-0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부터 3개 대회 연속 금메달이었고 아시안게임에서는 5번째 우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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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평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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