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광대들' 조선판 서프라이즈..상상력과 현실 사이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9.08.14 10:40 / 조회 : 1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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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광대들' 포스터


사실만을 기록했다는 조선왕조실록에 적힌 기이한 이야기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세조실록에는 부처님이 헌신하고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렸다고 적혀있는데 이것은 사실일까?

영화 '광대들 : 풍문조작단'(감독 김주호)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했다. 영화는 조선왕조실록에 대한 호기심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바꿔 재치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조선왕조실록 속 사실(팩트)에 상상력(픽션)을 더해 팩션 사극으로 탄생시켰다. 여기에 조진웅, 손현주, 박희순 등 쟁쟁한 배우들로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만들어 냈다.

조선 팔도를 돌며 풍문을 조작하는 광대패 5인은 늘 하듯이 풍문을 조작하는 작업을 하다가 조선 최고의 권력자 한명회(손현주 분)를 만난다. 조카를 죽이고 왕이 된 세조에 대한 민심이 흉흉하자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 좋은 평판을 만들어 내라는 주문이다. 광대패의 리더인 덕호(조진웅 분)는 이 같은 제안을 수락하고, 목숨을 걸고 풍문 조작의 판을 짠다.

이들은 세조실록에 기록돼 있는 기이한 일들을 하나씩 만들어 낸다. 임금의 가마가 지나가니 소나무 가지가 절로 일어나고, 회암사에서 부처가 헌신하고,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게 만든다. 이들의 풍문 조작으로 인해 세조는 '하늘에서 내린 임금'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니 성공인듯 싶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한명회의 권력욕에 광대들이 이용당하고, 덕호는 자신들이 만든 공갈로 인해 사찰 근처의 농민들이 집을 잃고 쫓겨나는 모습을 본다. 부처님이 헌신한 사찰에 일반 백성들이 살 수 없다며 이들을 몰아내고 사찰을 넓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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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광대들' 스틸컷


이미 때는 늦었고, 한명회는 세조를 끌어내릴 계획을 세우고 덕호를 계속해서 이용한다. 결국 광대들은 진실을 깨닫고 '조선공갈패'가 아닌 '조선진실패'가 되자며 각성하고 절정을 향해서 나간다.

'광대들 : 풍문조작단'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김주호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서빙고의 얼음을 통째로 턴다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490만 명의 관객을 모았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후 또 한 번 팩션 사극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상상력은 좋았으나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조금 아쉽다. 얼음이라는 하나의 사건에 집중해 웃음을 전했던 전작과 달리 '광대들'은 5명 광대들의 이야기를 세조와 한명회의 세도 정치 속에 녹이려다 보니 웃음은 줄고 진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영화 초반 광대들이 재주를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마치 판타지 같은 코미디가 펼쳐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주제를 관통하는 이야기들이 무거워진다.

광대들이 하는 것이 '마법'이 아니라 '조작'이고 조선시대가 배경이기 때문에 표현에 제약이 있다. 김주호 감독은 그 가운데서도 상상력을 펼쳐 실록 속 미스터리들을 그럴싸하게 표현해 냈다.

다만 풍문 조작을 위해 만든 불상이나 꽃비 그리고 뜀박틀(러닝머신) 등은 신기하면서도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각종 조명 장치나 기술적인 장치 역시 '어떻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영화에 빠져들기 쉽지 않다. 영화 밖을 겉돌고 있는 관객에게 광대들의 입으로 직접 전하는 '입바른' 교훈들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 108분의 짧은 러닝타임 속에 코미디와 사극 드라마를 모두 녹이려다보니 둘 다 녹다 만 모양새다.

신박한 아이디어를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전달한 것은 배우들의 공이 크다. 첫 사극영화를 촬영한 손현주는 한명회로 영화에 무게를 잡고 갈등을 만든다. 조진웅 역시 광대들의 두목으로서 다른 멤버들을 인솔하며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흔히 그려진 강력한 수양대군이 아닌, 집권 말기 힘 빠진 세조를 연기한 박희순도 인상 깊다. 고창석, 김민석, 윤박, 김슬기는 풍문조작단의 멤버로서 각자의 캐릭터를 적절히 소화해 낸다.

조선시대판 '서프라이즈'를 상상력으로 풀어낸 뒷이야기가 궁금한 관객이라면 배우들이 부리는 재주를 구경해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8월 21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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