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카, 남은 8경기 모두 완봉해도 류현진 1.45 못 잡는다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8.13 17:43 / 조회 :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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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AFPBBNews=뉴스1
“류현진의 ERA(평균자책점)는 이미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낮다. 그리고 그 수치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다저스의 매직 넘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AP통신>
“류현진의 ERA는 정말 말도 안 되는 황당한(Utterly Absurd) 수준이다." <12up.com>

지난 12일(한국시간) 류현진이 부상자명단에서 돌아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7이닝 동안 산발 5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 12승째를 올린 뒤 미국 언론에선 당연히 류현진에 대한 찬사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류현진이 현재 기록 중인 ERA 1.45(142⅔이닝 23자책점)에 대해서는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급 기록 페이스라는 언급과 함께 거의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는 경탄들이 따라붙었다.

올해 메이저리그 유일의 1점대 평균자책점 선수인 류현진은 이날 1.53이던 ERA를 1.45까지 끌어내렸다. 이 부문 메이저리그 전체 2위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루키 마이크 소로카(2.32)와는 0.87이라는 엄청난 격차를 벌렸다. 현재 류현진과 소로카의 격차는 소로카와 15위인 마커스 스트로먼(뉴욕 메츠·3.20) 사이의 간격과 거의 같다. 말 그대로 ‘군계일학’의 모습이다.

현재 ERA 1, 2위 사이에 0.87이라는 차이가 어느 정도냐 하면 남은 시즌 동안 류현진이 현 수치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현 랭킹 2위인 소로카가 류현진을 추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물론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한 수준이다.

현재 다저스나 애틀랜타 모두 120경기를 치른 가운데 남은 42경기에서 두 선수 모두 최다 8번 정도 더 등판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현재 128이닝을 던지며 33자책점을 기록 중인 소로카가 마지막 8경기에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모두 ‘9이닝 완봉승’을 거둔다면 그의 시즌 최종 ERA는 1.49(200이닝 33자책점)가 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8연속 완봉승’의 황당한 시나리오로도 현재의 류현진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참고로 소로카는 아직까지 완투나 완봉은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두 경기에서 8이닝을 던진 것이 그의 빅리그 커리어 한 경기 최다 이닝 투구 기록이다. 현 시점에서 ERA 0.87이 얼마나 엄청난 격차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결국 류현진의 ERA 타이틀 획득 여부는 추격자의 성적과는 거의 관계가 없고 류현진 자신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이미 누군가가 류현진을 따라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그가 마지막 8경기에서 완전히 무너지거나, 아니면 부상으로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류현진은 남은 시즌 동안 19⅓이닝만 던지면 시즌 규정 이닝을 채운다)가 아니라면 올해 메이저리그 ERA 타이틀은 그의 것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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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소로카. /AFPBBNews=뉴스1
현재 류현진의 ERA 1.45는 단순히 올해만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 역대 최고 수준이다. 우선 다저스 구단에서 역대 최고기록을 향해 진군하고 있다. 다저스의 한 시즌 최저 ERA 기록은 1916년 브루클린 다저스 소속이었던 명예의 전당 멤버 루브 마콰드가 기록한 1.58이다. 이 기록은 야구공의 반발력이 지금보다 훨씬 떨어지는 '데드볼 시대'에 세워진 기록이다.

라이브볼 시대(1920년 이후) 다저스 최고 기록은 2015년 잭 그레인키가 기록한 1.66이고 이어 2016년 클레이튼 커쇼(1.69)와 1966년 샌디 쿠팩스(1.73), 1964년 쿠팩스(1.74)가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류현진이 현재 기록을 유지한다면 그는 라이브볼 시대는 물론 데드볼 시대에 세워진 다저스 역사상 최고기록마저도 가볍게 뛰어넘는 것이다. 다저스에 그동안 전설적인 투수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생각한다면 정말 믿어지지 않는 대기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저스 기록만이 아니다. 베이스볼 레퍼런스닷컴에 따르면 류현진의 현재 ERA 1.451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일 시즌 ERA 순위 33위에 해당된다. 데드볼과 라이브볼 시대를 통틀어서다.

전혀 다른 경기가 펼쳐진 두 시대의 기록을 비교하는 것은 불공평하기에 범위를 라이브볼 시대로 한정한다면 류현진보다 ERA가 낮은 선수는 1968년 밥 깁슨(1.123·세인트루이스) 단 한 명밖에 없다. 류현진의 현재 ERA가 실질적으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2위인 것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거의 소름 끼치는 정도의 대기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또 하나 고려할 점이 있다. 깁슨이 대기록을 세운 1968년은 워낙 투수들이 압도적인 강세를 보인 탓에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투수들의 시즌’으로 명명된 해였다는 사실이다. 당시 메이저리그에선 깁슨의 1.123을 필두로 1점대 ERA를 기록한 투수가 무려 22명이나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해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들의 평균 ERA는 2.98이었다. 올해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평균 ERA는 4.50이다. 1968년 평균 ERA인 2.98이 올해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11위에 해당된다.

너무나 압도적인 투수들의 강세로 인해 메이저리그는 시즌 종료 후 곧바로 피칭 마운드 높이를 15인치에서 3분의 1이나 후려쳐 현재의 10인치로 낮추는 것으로 규칙을 개정하는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마운드가 워낙 높다 보니 공중에서 내리꽂다시피 하는 투구에 타자들이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깁슨의 메이저리그 라이브볼 시대 최고기록은 투수 마운드가 지금보다 5인치나 높았던 시절에 세워졌고, 이후 투수들이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마운드 높이를 낮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깁슨의 대기록을 무조건 평가절하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지금에 비해선 투수에게 한결 유리한 조건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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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AFPBBNews=뉴스1
류현진은 ERA만 놓고 볼 때 어쩌면 150년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닌 셈이다. 만약 그가 남은 시즌 동안 ERA를 깁슨의 수치에 어느 정도 가깝게 근접시킬 수 있다면 사실상 깁슨을 넘어 역대 가장 뛰어난 시즌을 보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류현진은 올해 22번의 선발 등판 가운데 딱 한 번 콜로라도 원정(6월29일·4이닝 7자책점)을 제외한 21경기에서 2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사실상 특이한 예외 케이스로 분류해야 할 쿠어스필드 경기를 제외하고 계산한다면 류현진은 최근 8번의 선발등판에서 52⅔이닝을 던지며 3자책점을 내줬다.

만약 그가 남은 8경기에서도 최근 8경기와 같은 성적을 올린다면 시즌 최종 ERA는 1.20(195⅓이닝 26자책점)이 된다. 과연 류현진의 이 어마어마하고 위대한 도전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너무도 기대되고 흥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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