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비지오·4번 게레로' 토론토 라인업에 등장한 전설들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8.09 15:22 / 조회 : 3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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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AFPBBNews=뉴스1
요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1990년대 경기 라인업 카드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게레로, 비지오, 비셰트 등 당시 메이저리그 팬들이라면 누구라도 기억하는 전설의 이름들이 대거 라인업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블라드미르 게레로(44)와 크레이그 비지오(54), 단테 비셰트(56)가 40~50대의 나이로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것은 아니다. 이들의 아들들이 아버지의 대를 이어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비고 있는 것이다. 유격수 보 비셰트(21), 2루수 케이반 비지오(24), 그리고 3루수 블라드미르 게레로 주니어(20)는 모두 올해 빅리그 무대에 올라와 동시에 토론토의 내야를 완전 점령했다.

9일(한국시간) 벌어진 뉴욕 양키스와 경기에서 비셰트와 비지오는 토론토의 1, 2번타자, 게레로는 4번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전 메이저리그 스타의 아들들이 대를 이어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것은 특별한 뉴스는 아니지만 이처럼 동시에, 그것도 한 팀에 모여 있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게 끝이 아닐 수도 있다. 토론토의 싱글A 팀에는 로저 클레멘스의 아들 케이시 클레멘스가 1루수로 뛰고 있고 지금은 토니 존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지만 마크 라이터의 아들 마크 라이터 주니어도 토론토 마이너리그 시스템에 속해 있다. 마치 토론토가 구단 차원에서 일부러 전 빅리그 스타들의 아들을 찾아 모아놓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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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애너하임(현 LA) 에인절스 시절의 블라디미르 게레로. /AFPBBNews=뉴스1
그리고 현재 토론토 라인업을 장식하는 빅리거 2세 ‘아기 호랑이’ 3총사들의 스타트는 토론토 구단이 현재는 어두워도 미래는 상당히 밝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유망주 랭킹 전체 1위였던 게레로 주니어는 올해 엄청난 주목 속에 빅리그에 데뷔한 뒤 지난달 올스타 홈런더비에서 경이적인 슈퍼 퍼포먼스를 펼치며 엄청난 가능성을 과시한 바 있다. 게레로 주니어는 현재까지 86경기에서 13홈런, 49타점을 올리며 타율 0.274를 기록하고 있다.

대학을 거치느라 이들 중 나이가 가장 많은 비지오는 3명 중 유망주로선 가장 랭킹이 낮았으나 지난해 갑자기 급부상한 뒤 올해 빅리그에 진입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현재 3명 가운데 가장 낮은 타율(0.211)에도 61경기에서 벌써 홈런 10개를 때려내는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보이며 아버지의 대를 잇는 빅리거 스타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중 가장 마지막으로 빅리그에 데뷔한 비셰트는 지금 말 그대로 메이저리그에서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9일 양키스전에서 시즌 9호 2루타와 4호 홈런을 때려내는 등 타율 0.408의 맹렬한 스타트를 끊었다. 그는 특히 이날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총 11경기에 나섰는데 이 중 최근 9경기에서 빠짐없이 2루타를 때려 메이저리그 역사상(1900년 이후) 최초로 9경기 연속 2루타를 친 선수가 되는 새 역사를 썼다.

지난달 30일 빅리그에 데뷔한 그는 이제 겨우 열흘 남짓한 빅리그 커리어 만에 벌써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작성한 것이다. 9경기 연속 2루타를 쳤다는 신기록뿐 아니라 가장 짧은 시간 만에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수립했다는 또 다른 기록까지 세운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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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비셰트(왼쪽)와 케이반 비지오. /AFPBBNews=뉴스1
물론 아버지에 이어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비는 젊은 2세 선수들이 토론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박찬호에게 한 이닝에 만루홈런 2방을 친 것으로 한국팬들에게 영원히 잊히지 않을 선수인 페르난도 타니스의 아들 페르난도 타니스 주니어(20)는 올해 빅리그에 데뷔한 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78경기 만에 타율 0.325에 21홈런, 49타점을 치는 엄청난 출발을 보이고 있다.

또 악몽 타티스와 달리 박찬호의 도우미로 알려졌던 라울 몬데시의 아들 아달베르토 몬데시(24)도 올해 타율 0.266, 7홈런, 52타점과 함께 31도루로 메이저리그 공동선두에 올라있다.

한편 이들처럼 올해 데뷔한 선수는 아니고 아버지가 상대적으로 유명한 스타는 아니었지만, LA 다저스의 코디 벨린저(24)는 올해 37홈런, 88타점, 타율 0.321의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MVP에 도전하고 있다. 벨린저의 아버지 클레이 벨린저는 빅리그에서 4시즌을 뛰며 통산 타율 0.193에 그쳤지만,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1999·2000시즌 두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도 차지한 선수였다.

사실 ‘아버지처럼, 아들처럼(Like father, like son)'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빅리그 선수 출신 아버지를 둔 아들들이 역시 메이저리그 스타로 성장하는 것은 어쩌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유전자의 힘은 물론이고 선수로서 성장하기 위한 모든 환경이 일반 선수들에 비해 월등하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비 본즈와 배리 본즈 부자, 켄 그리피 시니어와 켄 그리피 주니어처럼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빈 유명한 부자(父子) 선수들은 한두 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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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왼쪽)와 케이반 비지오. /AFPBBNews=뉴스1
하지만 그렇다고 아버지가 스타라고 해서 아들이 꼭 스타가 되는 것도 아님은 분명하다. 상당수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아들들이 아버지처럼 빅리그 스타를 꿈꾸지만 대부분은 선수로서 아버지의 위치에 전혀 가까이 가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2세 선수들이 빅리그에 진출할 가능성이 일반인의 경우보다는 확실히 높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미국의 통계전문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잇(fivethirtyeight.com)에 따르면 메이저리거 출신 아버지를 둔 선수가 빅리그에 데뷔하는 비율은 지난 10년간 2.1%로 집계됐는데 이는 1990년대 기록(2.3%)에 이어 역대 2위이고 빠르게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또다른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고교 야구선수가 메이저리거가 되는 비율은 500명당 한 명 꼴로 0.2% 정도인데 지난 30년 동안 빅리거에 데뷔한 선수들 가운데 약 2%가 메이저리거 출신 아버지를 둔 선수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리고 그 비율은 최근 들어 더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부자 선수들 톱10에는 본즈와 그리피 부자 외에 알루(펠리페 알루 & 모이세스 알루), 알로마(샌디 알로마 시니어, 샌디 알로마 주니어, 로베르토 알로마), 스토들마이어(멜 스토들마이어 & 토트 스토들마이어), 필더(세실 필더 & 프린스 필더) 부자 등이 꼽히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앞으로 10~20년 정도만 지나가도 그 리스트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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