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먼의 선택, 다저스 불펜은 WS 7차전을 버텨낼 수 있을까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스타뉴스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8.02 18:12 / 조회 :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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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프리드먼 LA 다저스 사장. /AFPBBNews=뉴스1
미국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지난 1일(한국시간) 지나갔다. 1차 데드라인 뒤에도 웨이버를 거치면 8월31일까지 트레이드가 가능했던 지난해까지와 달리 올해부터는 이날 이후로 어떤 트레이드도 허용되지 않는 ‘진짜’ 데드라인이었다. 그래서 예년에 비해 더 격렬한 액션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기대 이하였다.

그나마 애리조나 에이스 잭 그레인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간 것이 하이라이트로 등장하면서 팬들에게 체면치레는 했다. 하지만 매디슨 범가너와 윌 스미스(이상 샌프란시스코), 노아 신더가드와 잭 휠러, 에드윈 디아스(이상 뉴욕 메츠), 펠리페 바스케스(피츠버그), 커비 예이츠(샌디에이고), 로비 레이(애리조나) 등 그레인키와 함께 이번 데드라인에 팀을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됐던 다른 스타급 선수들은 지금도 여전히 원 소속팀 유니폼을 입고 있다.

이날 발생한 트레이드의 대부분은 벤치 선수들과 불펜 멤버들의 이동이었고 그레인키를 제외하면 포스트시즌의 판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만한 트레이드는 없었다. 트레버 바우어(클리블랜드→신시내티)와 마커스 스트로먼(토론토→뉴욕 메츠)의 트레이드는 이들이 합류한 팀이 사실상 플레이오프 도전이 멀어졌다는 점에서 팬들의 큰 흥미를 자아내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의 액션이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결정적인 것은 대부분 팀들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LA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 휴스턴 등은 ‘바이어’, 토론토, 볼티모어, 디트로이트, 마이애미 등은 ‘셀러’로 확실하게 구분될 수 있지만, 나머지 대다수 팀들은 확실한 바이어도, 확실한 셀러도 아닌 상태로 이날을 맞았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확실한 셀러였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갑작스런 상승세로 팀의 와일드카드 레이스에 복귀하자 에이스 범가너를 팔겠다는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팀들의 단장들은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팀의 스타를 팔아야 할지, 그대로 갖고 있어야 할지, 아니면 올인을 부르고 전력 보강에 나서야 할지, 제자리를 지켜야 할지도 확신하지 못한 채 시장의 반응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어정쩡한 태도로 협상에 나섰다. 그렇다 보니 협상이 제대로 신속하게 진척될 수가 없었고 결국은 서로 이야기만 실컷 나누다 데드라인이 다가오자 그냥 모험을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많은 팀들이 이처럼 어정쩡한 자세로 데드라인을 맞은 것은 아직도 시즌이 두 달이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변수가 너무 많아 확신을 갖고 어떤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파이널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7월31일(현지시간)인 것은 너무 빠르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메이저리그 단장들 사이에선 내년부터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과거 두 데드라인(7월31일, 8월31일)의 중간지점인 8월15일로 옮기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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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에서 휴스턴으로 이적한 잭 그레인키. /AFPBBNews=뉴스1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팀으론 메이저리그의 양대 큰손인 다저스와 양키스가 있었다. 이들은 휴스턴과 함께 올해 월드시리즈(WS) 우승후보 톱3로 거론되는 팀들인데 다저스는 불펜, 양키스는 선발진 보강이 절실했다. 우승에 가장 근접한 '큰 손' 팀들이 전력 보강이 시급하다면 데드라인에서 뭔가 블록버스터 트레이드가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조건이 갖춰졌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휴스턴이 그레인키를 영입하는 사이에 다저스와 양키스는 이렇다 할 빅딜 없이 데드라인을 흘려보냈다. 이들 외에도 여러 팀들이 마치 데드라인이 다가온 사실조차 모르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이들 두 팀의 경우는 워낙 필요가 절실했기에 ‘노 액션’에 대한 놀라움과 실망감도 컸다.

더구나 올 가을 이들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날 것이 유력한 휴스턴이 그레인키를 영입해 저스틴 벌랜더-게릿 콜-그레인키로 이어지는 슈퍼 로테이션을 구축하자 상대적으로 결정적인 전력보강에 실패한 다저스와 양키스의 취약점이 더 크게 부각되는 양상이다.

양키스의 경우는 선발진이 워낙 무너져 있는 상태여서 이번에 어떤 형태로든 선발투수 보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사실 그레인키의 경우는 양키스를 트레이드 거부권 행사 대상으로 올려놓고 있었기에 그를 휴스턴에 뺏긴 것을 놓고 양키스 수뇌부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애리조나의 레이 같은 선수는 충분히 보강할 수 있었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실 양키스는 지난 6월 에드윈 인카나시온을 영입한 후엔 그 흔한 불펜투수 보강도 한 번 없이 꼼짝도 하지 않고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흘려보냈다. 이제 양키스는 플레이오프에서 벌랜더-콜-그레인키가 차례로 나설 휴스턴을 만나게 된다면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왜 꼼짝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과 1988년 이후 31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다저스 역시 불펜이 너무도 뚜렷한 아킬레스건으로 등장한 상황에서 우승을 향한 마지막 보강의 방아쇠를 끝내 당기지 않은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 3년간 트레이드 데드라인 때 리치 힐, 조시 레딕, 다르빗슈, 매니 마차도 등 거물급 선수들을 영입했던 앤드류 프리드먼(43) 다저스 사장이 올해는 유독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에 대한 팬들의 아쉬움이 느껴지고 있다. 월드시리즈 우승에 이처럼 가깝게 근접했는데 정상에 오르는 데 필요한 마지막 2%의 투자를 거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우승 기회를 걷어찬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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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펠리페 바스케스. /AFPBBNews=뉴스1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다저스의 넘버 1 타깃은 피츠버그 마무리투수 바스케스였다. 평균자책점 1.87과 삼진 대 볼넷 비율 68대11을 기록 중인 바스케스는 다저스 불펜의 약점을 단숨에 해결해 줄 확실한 처방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프리드먼은 현재 트리플A에 있는 팀의 톱 유망주 개빈 럭스(21)를 포함한 패키지를 요구한 피츠버그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직까지 단 하루도 빅리그에서 머문 적이 없지만 이미 내년 다저스의 주전 2루수로 예상되고 있는 럭스는 현재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타율 0.465를 치고 있다. 아무리 바스케스가 절실해도 그를 얻기 위해 제2의 코디 벨린저(다저스)가 될지도 모를 선수를 내줄 수는 없다는 것이 프리드먼의 판단이었다.

그 대신 그는 팀의 불펜 보강작업을 자체에서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불펜진에다 팀의 마이너리그 피칭 유망주 1, 2위인 더스틴 메이(21)와 토니 곤솔린(25)을 남은 시즌 동안 테스트하기로 했다. 팀의 전체 2번이자 넘버 1 투수 유망주인 메이는 3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와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전에 나선다.

이들은 남은 두 달간의 오디션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포스트시즌 불펜진 합류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여기에 마에다 겐타, 로스 스트리플링, 훌리오 우리아스 등과 기존의 페드로 바예스, 조 켈리, 켄리 잰슨 등으로 불펜을 꾸린다는 복안이다.

과연 이 조합이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뒷문을 책임질 수 있을지는 직접 부딪쳐 볼 때까지는 알 수 없지만 다저스 팬들로선 전혀 확신을 갖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다시 불펜 붕괴로 월드시리즈 우승 가뭄이 32년째로 넘어간다면 이번 데드라인 데이의 결정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될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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