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범가너, 30세 생일에 입고 있을 유니폼은 무엇일까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7.23 15:53 / 조회 :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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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범가너.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향한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7월31일 오후 4시(미 동부시간 기준, 한국시간 8월1일 오전 5시)인 데드라인까지 이제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

지난해까지와 달리 올해부터는 이 데드라인이 지나가면 더 이상 어떤 트레이드도 허용되지 않기에 많은 MLB 팀들은 남은 시간동안 팀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과연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바이어로 나설지, 셀러가 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어떤 팀들에겐 물어볼 필요도 없이 빤한 문제지만 어떤 팀에겐 정말 아무리 머리를 쥐어뜯어도 쉽게 해답을 찾기 힘든 난제이기도 하다.

지금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팀 중 하나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불과 약 3주 전만 해도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던 문제가 갑자기 커다란 두통거리로 등장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올 시즌 첫 두 달 간 21승34패라는 최악의 스타트를 끊어 100패 시즌을 향해 가는 듯 했다. 더구나 같은 NL 서부지구의 LA 다저스가 쾌속 항진으로 까마득히 달아나면서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꿈을 접어야 했다.

사실 선수들의 평균연령이 30세가 넘는 메이저리그 최고령 팀 중 하나로 어차피 세대교체 기로에 서 있던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통해 팀의 미래가 될 어린 유망주들을 다수 확보하는 것이 시급했다. 더구나 팀에는 '포스트시즌 황제'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와 특급 마무리 윌 스미스, 톱 불펜맨 토니 왓슨과 샘 다이슨 등 트레이드 시장에서 다른 팀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블루칩들이 많아 짭짤한 수확을 기대할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팬들조차 이번 시즌 가능성이 낮은 포스트시즌에 도전하는 것보다는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팀의 새 도약의 발판이 될 유망주를 얼마나 수확할 것인가에 더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한 달여 앞두고 예기치 않았던 반전이 나타났다. 갑자기 팀이 이기기 시작한 것이다. 6월말 승률 5할선에서 12경기나 밑에 있던(35승47패) 꼴찌 팀이 지난 주말까지 다음 18경기에서 15승을 쓸어 담으며 갑자기 승률 5할팀(50승50패)으로 변신한 것이다. NL 서부지구 최하위였던 순위도 공동 2위까지 올라섰다. 물론 지구 선두 다저스와는 아직 까마득한 16경기차로 뒤처져 있지만 플레이오프 막차티켓이 주어지는 와일드카드 2위와 격차는 불과 2.5게임차로 따라붙었다. 아직도 시즌이 62경기나 남아있으니 충분히 와일드카드를 꿈꾸고도 남을만한 위치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서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임하는 팀의 아이덴티티가 모호해졌다. 충분히 포스트시즌 도전이 가능해진데다 팀을 3차례나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끈 브루스 보치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의사를 밝힌 마당에 명장의 마지막 시즌에 한 번 더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주자는 낭만적인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셀러에서 바이어로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실 포스트시즌에만 나간다면 불세출의 포스트시즌 에이스 범가너를 앞세운 샌프란시스코는 단기전에서 그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기에 충분한 팀이다.

하지만 아무리 와일드카드에 근접했다고 해도 아직 경쟁 팀들이 다수인 상황에서 섣불리 바이어로 나섰다가 실패한다면 이번 시즌 뿐 아니라 다음 10여년 이상 구단의 미래까지도 송두리째 흔들린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장기적 안목에서 계획했던 유망주 수급계획이 물거품이 될 뿐 아니라 바이어로 나서는 과정에서 이미 가진 유망주들마저 내줘야 한다면 팀 리빌딩 과정이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충분히 가능은 하지만, 확실치 않은 현재의 도전을 위해 장기적인 차원의 팀 리빌딩 과정을 연기하는 것은 결코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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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사장. /AFPBBNews=뉴스1

샌프란시스코 입장에선 오히려 최근의 뜨거운 상승세가 자칫 장기적으로 보면 팀 리빌딩 노력에 제동을 건 부메랑이 될 수도 있는 곤혹스런 처지가 된 것이다. 지난 오프시즌 샌프란시스코의 구단사장으로 취임한 파한 자이디 사장은 사장으로 맞는 첫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최고의 어려운 난제를 받게 됐다.

자이디 사장은 22일 뉴욕 메츠와의 연장 12회 접전에서 3-2로 승리한 뒤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팀의 (포스트시즌) 경쟁 가능성과 트레이드 마켓이 우리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해줄지 두 가지 관점에서 볼 때 다음 열흘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점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해 아직까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그리고 그런 자이디에게 또 다른 난제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바로 범가너가 쥐고 있는 트레이드 거부권이다. 현재 범가너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시카고 컵스, 보스턴 레드삭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밀워키 브루어스, 뉴욕 양키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8개 팀에 대해 트레이드 거부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8개 팀은 거의 다가 이번 트레이드 시장에서 바이어로 나설 것이 유력한데다 범가너 영입에 나설 가능성도 높은 후보들이 거의 다 망라돼 있다. 범가너 트레이드 협상이 본격화된다면 범가너가 쥐고 있는 트레이드 거부권이 상당한 발언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범가너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난 트레이드에 털끝만한 관심도 없다. 난 이 팀에서 이기려고 경기를 하고 있고 지금 우리가 하는 것은 바로 그것을 위한 것"이라고 말해 트레이드 논의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는 올해로 10년째 몸담으며 3차례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샌프란시스코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가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범가너 트레이드 협상이 진행된 뒤에 그의 거부권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상황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그 때문이다.

자이디 사장은 범가너가 자신을 둘러싼 트레이드 루머에 대해 욕설과 함께 지겹다는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서 "선수로서 그런 자세를 보인 것은 매우 바람직하며 특히 다른 선수들이 종종 그의 행동에서 동기부여를 받는 것은 생각하면 팀 입장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팀이 만약 범가너를 트레이드한다면 보치 감독의 은퇴시즌을 멋지게 장식하겠다는 팀의 소원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 계획이 망쳐질 수 있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답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제 자이디 사장은 앞으로 9일 안에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

범가너는 트레이드 데드라인 다음날인 8월1일(현지시간) 자신의 30세 생일을 맞는다. 그가 30세 생일 날 과연 어떤 유니폼을 입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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