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불펜으로? 다저스 팬들도 'WS 우승'엔 절레절레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7.19 15:44 / 조회 : 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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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왼쪽) 감독-켄리 잰슨. /AFPBBNews=뉴스1
올해 LA 다저스의 ‘아킬레스건’이 불펜이라는 것은 다저스 팬이라면 너무도 잘 아는 사실이다.

막강한 팀을 구축하고 메이저리그 최고의 성적으로 쾌속 순항하고 있지만 가장 열정적인 다저스 팬들조차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자신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은 바로 ‘불펜’ 때문이다. 갈수록 불펜의 ‘구멍’이 크게 느껴지고 있고 현재 불펜 라인업으론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끝까지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상당수가 직감하고 있다.

지난 2년 연속 월드시리즈까지 올랐으나 두 번 모두 고배를 마신 다저스 입장에선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하면 구단 역사상 최다승을 올리더라도 실패한 시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압박감이 크기에 불펜에 대한 답답함의 크기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저스 불펜은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계속해서 원치 않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보스턴과 필라델피아를 도는 7게임 원정 여행으로 후반기를 시작한 다저스는 이 기간을 4승3패로 마쳤는데 4승과 3패는 사실상 불펜이 잘 던진 날과 못 던질 날에 따라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7경기에서 다저스 선발투수들은 평균자책점 2.70(36⅔이닝 11자책점)을 기록한 반면 불펜투수들은 5.40(26⅔이닝 16자책점)으로 선발진의 꼭 2배를 기록했다. 이것 만으로도 불펜 문제를 짐작할 수 있지만 다저스가 이긴 4경기와 패한 3경기를 나눠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문제의 정도가 더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다저스 불펜은 승리한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1.89(19이닝 4자책점)라는 빼어난 투구를 했다. 하지만 패한 3경기에선 평균자책점이 무려 14.09(7⅔이닝 12자책점)까지 부풀어 올랐다.

상대적으로 다저스 선발진은 승리한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80(20이닝 4자책점), 패한 3경기에선 3.78(16⅔이닝 7자책점)으로 패한 경기 성적이 당연히 나쁘긴 하지만 그 편차가 불펜진과는 비교도 안 되게 안정적이었다. 바꿔 말하면 선발진에 비해 불펜진의 기복이 엄청나게 심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다저스 불펜의 기복은 스코어가 팽팽한 경기냐, 일방적인 경기냐에 상당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다저스 타선이 폭발해 여유 있는 리드를 잡은 경기에선 불펜진도 상당히 안정된 투구를 하는 반면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경기에선 속절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번 7경기 원정 여행에서도 팀이 압승을 거둔 3경기에선 불펜이 총 14이닝동안 단 2자책점만 내줘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한 반면 팽팽한 승부가 펼쳐진 나머지 4경기에선 총 12⅔이닝동안 14자책점을 내줘 평균자책점이 9.95까지 치솟았다.

결국 다저스 불펜은 점수 차가 큰 경기에선 쓸데없이(?) 잘 던지면서 꼭 잘 던져줘야 할 박빙의 승부에선 오히려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원정여행 중 그런 추세에서 예외였던 유일한 경기는 류현진이 선발 등판한 지난 8일 보스턴과 시리즈 최종전이었다.

다저스 불펜은 이날 연장 12회까지 간 승부에서 마지막 4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 다저스가 7-4로 승리하는 데 모처럼 제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좀 더 따져보면 이 경기는 4-2로 앞선 8회 류현진에 이어 등판한 페드로 바예즈가 연속 홈런을 얻어맞고 동점을 허용해 연장까지 넘어간 것이었다. 실제론 이 경기마저 불펜이 ‘병 주고 약 준’ 케이스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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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페드로 바예즈(오른쪽). /AFPBBNews=뉴스1
이렇게 팽팽한 경기에서 쉽게 무너지는 다저스 불펜의 특성은 거의 매 경기가 박빙의 승부를 예상해야 하는 포스트시즌에선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잘 던져줘야 할 상황에서 가장 취약하다면 결국 불펜을 전혀 믿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서 안심하고 이기기 위해선 타선이 초반부터 폭발해 많은 점수를 내주거나 선발투수가 긴 이닝을 막아주는 것밖에 없다. 다저스의 라인업은 그렇게 할 만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긴 하지만 그걸 믿고 이대로 포스트시즌에 들어가는 것은 큰 도박이다.

다저스는 불펜의 앵커인 마무리 켄리 잰슨마저 이번 필라델피아 원정에서 여러 면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잰슨은 지난 17일 필라델피아와 시리즈 2차전에서 다저스가 8-6 리드를 지키던 9회말 1사 후 4연속 안타를 맞고 3실점, 시즌 4번째 블론세이브와 함께 워크오프 역전패를 당했다.

이것만으로도 다저스로선 속상한 일인데 더 큰 문제는 경기 후에 터졌다. 그가 기자들과 인터뷰 도중 첫 타자인 애덤 헤이즐리와 대결할 때 타구를 발목에 맞은 사실을 언급하며 “발목 통증 때문에 평소처럼 던지기 힘들었다. 그 때 마운드에서 내려왔어야 했다”고 말한 것이다.

잰슨은 타구에 맞았을 당시 다저스 트레이너들에게 자신은 아무렇지 않다면서 바로 내려가라고 했고 투구를 계속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는데 결과가 안 좋게 나온 뒤 기자들 앞에선 부상을 핑계로 댄 셈이 됐다.

당연히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확실하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 뒤에 나중에 말을 바꿔 ‘그 때 내려왔어야 했다’고 하는 것은 조금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실망의 뜻을 드러냈다. 거의 한 번도 자기 팀 선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이 없던 로버츠 감독마저 이번엔 정말로 참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리고 이로 인해 잰슨에 대한 신뢰도에도 상당한 금이 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미 잰슨은 구위가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일까지 터지며 더욱 다저스 팬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결국 다저스로선 31년 만의 월드시리즈 정상 복귀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불펜 보강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7월31일 오후 4시(미 동부시간 기준, 한국시간 8월1일 오전 5시)인 트레이드 데드라인까지 무조건 불펜을 보강해야 한다. 다저스는 추가 연봉 부담 여력은 물론 트레이드 미끼로 쓸 만한 유망주들도 풍부해 과다한 대가라도 지불하겠다고 작심하고 나서야 하는 처지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그런 대가를 지불하고 데려올 만한 후보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다저스 불펜을 확실하게 안정시켜줄 만한 트레이드 후보로 꼽히는 선수는 피츠버그의 펠리페 바스케스(21세이브, 평균차책점 2.01), 샌디에이고의 커비 예이츠(31세이브, 1.07),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윌 스미스(24세이브, 2.75) 등이 있다.

문제는 이들 3팀이 모두 현재 와일드카드 순위에서 4게임 차 이내에 있어 아직 플레이오프 희망이 있는 데다 특히 피츠버그와 샌디에이고의 경우는 바스케스와 예이츠를 포기할 생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을 잡으려면 거의 말도 안되는 수준의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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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윌 스미스. /AFPBBNews=뉴스1
한편 샌프란시스코의 경우는 얼마 전까지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와 함께 스미스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팀이 최근 맹렬한 상승세로 순식간에 와일드카드 레이스에 복귀하면서 이들이 트레이드 시장에 나올지조차 알 수 없게 됐다.

더구나 스미스가 트레이드 시장에 나와도 다저스가 그를 데려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가 영원한 앙숙 관계인 것은 필드에서뿐 아니라 트레이드 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돕는 트레이드는 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양팀은 서로 트레이드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다저스와 자이언츠가 브루클린과 뉴욕에서 각각 LA와 샌프란시스코로 본거지를 옮긴 이후 지난 60여 년 동안 서로 선수를 맞바꾼 트레이드 횟수는 딱 3번밖에 없었고 마지막 트레이드는 12년 전인 지난 2007년 8월에 있었다.

왼손 파워피처인 스미스는 다저스 입장에서 필요한 모든 조건을 모두 채워줄 만한 맞춤형 선수처럼 보이지만 샌프란시스코가 다저스를 도와줄 트레이드에 응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 문제다. 다저스의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이 과연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어떤 방식으로 어떤 선수를 불펜에 보강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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