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몽' 남규리 "달콤살벌 미키, 카타르시스 느꼈죠"[★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19.07.15 15:07 / 조회 : 3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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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규리 /사진=코탑미디어


남규리(34)가 배우로서의 경력을 차근차근 쌓고 있다. 점차 주체적인 인물의 역할을 맡으며 극 중에서 보이는 활약이 커지고 있다. 남규리는 "지금은 연기하는 순간을 위해 산다"고 말한다.


남규리는 2006년 그룹 씨야로 데뷔, 가수로 활동하다 2010년부터 배우로 전향해 활동하고 있다. 그는 드라마 '49일' '그래, 그런거야' '내 뒤에 테리우스', 영화 '고사: 피의 중간고사' '신촌좀비만화' '데자뷰' '질투의 역사' 등으로 '가수' 이미지를 탈피하는 과정을 거쳤고, MBC '붉은 달 푸른 해'와 '이몽'으로 극의 중축에 서며 활약했다.

'붉은 달 푸른 해'에서 강력계 형사 전수영 역을 맡았던 남규리는 이번 '이몽'에서 밀정으로 마지막까지 활약했다. 그는 경성구락부 가수 미키 역을 맡아 해맑은 모습의 재즈가수에서 이영진(이요원 분)의 밀정이 돼 독립운동을 위해 목숨을 건 인물로 성장한 과정을 보여줬다. 이영진과 단짝 친구가 된 후 후쿠다(임주환 분)를 사이에 두고 속으로 갈등하기도 했다.

'이몽'은 일제 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일본인 손에 자란 조선인 의사 이영진과 무장한 비밀결사 의열단장 김원봉(유지태 분)이 펼치는 첩보 액션 드라마.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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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규리 /사진=코탑미디어



-'이몽'은 사전제작 드라마였다. 촬영을 마친 상태에서 드라마를 어떻게 모니터링했나.

▶사전제작은 두 배 이상으로 긴장하면서 보게 되더라. 회차가 지나갈수록 감정 표현을 자신있게 보여주려고 했는데, 잘 담겼는지 모르겠어서 방송이 되는 날에는 아침부터 긴장됐다.

-미키 역할이 처음이 어떻게 다가왔나.

▶역사의 한 인물이라기보다 역사 속에서 그 시대를 살았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는 점이 나에게는 크게 다가왔다. 또 내가 가수 출신이어서 재즈가수인 미키 역이 맞을 것 같았다. 미키는 내가 해야 했고 하고 싶었고, 기다려왔던 캐릭터다.

-미키란 인물을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나.

▶내가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으면 잠을 잘 못 자는 성격인데, 감독님께 잘 촬영한 건지 물어볼 때도 많았다. 내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긴 한데 작가님께 '미키는 후쿠다를 사랑하지 않게 되는 건가요? 미키의 마음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등 많이 물어봤다. 사람이 그토록 가지고 싶어 했던 것을 막상 갖게 됐을 때 드는 생각, 그런 걸 여유 있는 환경의 미키의 입장에서 많이 생각했다.

-미키가 후쿠다를 사랑하는 과정은 어떻게 이해했나.

▶나도 처음엔 이해가 바로 되지 않았는데, 충분히 이해하고 연기를 하고 싶어서 감독님과 작가님께 질문도 했다. 미키가 후쿠다를 왜 갑자기 좋아하는지에 대해 생각했더니 조국을 위해 참는 인물들끼리 공감했을 것 같다. 작가님 말로는 미키는 그 상황 속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 있다가 자기가 학대 당하지 않고 살 수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것에 흥미가 생겼다고 했다. 결국 미키도 여유가 생긴 상황에서 그 시대를 산 인물로서 독립운동에 동참하게 된 것이었다고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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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규리 /사진=코탑미디어


-미키는 극 초반 영진에게 왜 까칠하게 대했을까.

▶영진에게 이유 없이 까칠하게 대한 건 아니었다. 미키가 가지지 못한 멋진 모습에 질투를 느꼈을 것이다. 막연하게 미웠으면 친구도 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미키에 대한 감정은 눈빛, 호흡, 표정으로 많이 표현하려고 했다. 나도 실제로 누군가를 부러워할 수 있겠고 누구나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진이 앞에서 더 도도하고 까칠하게 대한 것 같다.

-'밀정'으로 연기하면서 실제로도 먹먹한 순간이 있었을 것 같다.

▶송병수(이한위 분)가 죽었을 때부터 많이 먹먹했다. 내가 '밀정'으로 활약하면서부터 주체적으로 활동하게 됐고, 연기도 더 재미있어졌다. 미키로 멋있는 여자를 그린 것 같은데 막 재미를 느끼던 찰나에 드라마가 끝나서 아쉽다. 역사 속의 인물을 캐릭터로 표현했지만 소소한 일상을 그릴 때 더 마음이 먹먹했다.

-'이몽'은 월북 논란이 있는 김원봉을 미화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논란을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겠다. 매 작품마다 애정이 있었지만 '이몽'은 물리적인 걸 뒤로 하고 손에 꼽힐 만큼 애정을 가졌다. 그만큼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얻은 게 많은 작품이었다. 일단 좋은 현장이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도 노력의 결과이겠지만 좋은 호흡을 맞춘 것만으로도 얻기 힘든 현장이라 생각했다. 이런저런 논란을 뒤로하고 나는 한 작품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했고, 그걸 사명으로 생각했다. 미키 캐릭터로 인해 이 무거운 주제를 조금이나마 벗어나길 바랐다.

-'이몽'이 3.1운동 100주년 작품이었다. 독립운동가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됐나.

▶3.1운동을 통해 우리가 현재도 편안하게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 드라마를 만나게 된 건 행운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선조들의 노고, 피와 땀으로 우리가 잘 살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다. 작가님께서는 한 인물에 치중하지 않고 그 시대의 삶을 드라마로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나도 피부로 느끼며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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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규리 /사진=코탑미디어


-'이몽' 마지막회를 촬영하고 든 생각은?

▶변화에 대한 만족도가 아주 크다. 구락부 안에서 모든 일들의 결말이 지어졌는데 그걸 미키가 주도해서 만들었다. 그래서 미키가 끝나는 게 더 아쉽다. 힘든 여정이 끝나고 아쉬워서 눈물이 나더라. 나에게 미키는 짧지만 강렬했고 반쪽 같으면서 딸 같은 느낌이었다. 나의 주체적인 모습이 보였던 캐릭터여서 그런 것 같다. 미키는 달콤 살벌한 악녀의 느낌이 있었지만,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했다. 연기에 대한 갈망이 어느 정도 있었나.

▶솔직히 말하면 나는 늘 작품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이 작품도 운명적으로 만난 거라 생각했다. 내가 작품을 한다는 것 자체로도 굉장히 큰 행운이었다. 이전에 내가 저예산 드라마도 찍었고, 시청률이 안 나오는 드라마도 찍었는데 내가 이렇게 좋은 작품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배우는 운명을 타는구나 생각한 게, '붉은 달 푸른 해'를 촬영할 때 '여성성'에 힘이 실어지는 상황이었다. 나도 시간이 가면서 더 주체적이 된 것 같다.

-남규리가 생각하는 '배우'란?

▶나는 사실 혼자 노는 것도 좋아하고 활동적인 걸 좋아한다. 그런 '갬성'(감성)이 있다.(웃음) 최근엔 그런 걸 꺼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 배우가 '그냥 얻는 작품'이란 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배우'란 자신을 알아가는 직업인 것 같다. 내가 관심을 가진 부분이 생기면 어느 순간 그런 캐릭터와 작품을 하고 있는 것 같더라.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관심을 가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최근 '대화의 희열'에서 이정은 선배께서 "배우는 하루를 살아도 그냥 사는 게 아니다"라 하셨는데, 그게 연기를 위한 삶인 것 같다. 거기에 너무나 큰 공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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