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불스'는 옛말... '떠돌이 슈퍼스타' 시대, 원클럽맨이 사라진다 [댄 김의 NBA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7.12 13:53 / 조회 : 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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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브론 제임스(왼쪽)-앤서니 데이비스. /AFPBBNews=뉴스1
르브론 제임스, 앤서니 데이비스, 케빈 듀랜트, 카이리 어빙, 카와이 레너드, 폴 조지, 러셀 웨스트브룩, 크리스 폴….

지난해 여름부터 현재까지 약 1년 사이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이나 트레이드로 소속팀을 옮긴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들이다. 뇌리에 떠오른 진짜 알짜배기 슈퍼스타들만 꼽았는데도 명단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야니스 안테토쿤보(밀워키)와 제임스 하든(휴스턴), 스테판 커리와 클레이 톰슨(이상 골든스테이트) 정도를 제외하면 현재 NBA를 대표하는 톱스타들은 거의 다 이 명단에 모여 있는 것 같다. 이 중 제임스를 제외하면 모두 이번 달에 팀을 옮긴 케이스이고, 그 중에서도 웨스트브룩과 폴의 트레이드 뉴스는 바로 12일(한국시간) 나왔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슈퍼스타들이 팀을 옮길지는 아직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NBA 역사상 이렇게 많은 거물급 슈퍼스타들이 집단으로 팀을 옮긴 오프시즌은 없었다. NBA 파워구도는 완전히 상전벽해가 됐고 다음 시즌은 지난 시즌과는 전혀 딴판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 다음 시즌의 판도를 점치기 위해선 이젠 누가 어디로 옮겼는지 정리해줄 가이드가 필요할 지경이다.

바야흐로 NBA에 새로운 시대가 왔다. 바로 다음에 뛸 새 팀을 찾아 떠도는 ‘떠돌이 슈퍼스타’ 시대다. 유목민들이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목초지를 찾아 끊임없이 떠돌며 살아가듯 현대의 슈퍼스타들은 돈과 우승, 고향, 친구 등 자기들에게 가장 큰 만족을 주는 팀을 찾아 계속 이동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제임스가 과거 클리블랜드와 마이애미, 클리블랜드를 거쳐 LA 레이커스로 이동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지만 이번 오프시즌엔 그런 트렌드가 한 단계 더 나아가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엔 리그를 대표하는 초특급 메가스타들의 경우 커리어 내내 한 팀에 머물며 그 팀의 전설로 자리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매직 존슨’ 하면 레이커스, ‘래리 버드’ 하면 보스턴 셀틱스, ‘마이클 조던’ 하면 시카고 불스, ‘팀 덩컨’ 하면 샌안토니오 스퍼스, ‘코비 브라이언트’ 하면 레이커스로 자동 연결되는 프랜차이즈 스타 시대였다.

물론 조던은 야구선수 시도를 위해 잠깐 은퇴했다가 다른 팀(워싱턴)으로 복귀해 커리어를 마쳤지만 팬들에게 조던의 팀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백이면 백, 불스를 꼽을 것이다. 그 때는 리그를 상징하는 슈퍼스타라면 그들을 대표하는 ‘한 팀’이 있는 것이 당연했다. 이런 거물들은 팀도 내보낼 생각도 하지 않았고, 그들 자신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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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이 레너드. /AFPBBNews=뉴스1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는 그야말로 옛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제임스를 대표하는 팀이 어디냐고 물으면 지금 당장에도 클리블랜드와 마이애미, 레이커스를 놓고 주저해야 한다. 듀랜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 골든스테이트, 이제 브루클린으로 계속 옮겨 다녔기에 먼 훗날 그의 커리어를 돌아볼 때 과연 어떤 팀을 대표하는 스타로 기억될지 오리무중이다. 데이비스와 어빙, 레너드, 조지 등 다른 슈퍼스타들도 모두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NBA에서 특급스타들 가운데 커리어 내내 한 팀에서만 뛰는 ‘원 클럽맨’은 커리와 톰슨 정도뿐이다. 안테토쿤보의 경우는 아직 원 클럽맨이지만 내년 여름에 현 계약이 만료돼 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기에 그가 제임스와 듀랜트, 레너드 등의 발자취를 따라 다른 빅마켓 팀으로 떠나갈지, 아니면 밀워키에 남아 ‘원 클럽맨’을 향한 본격적인 첫 걸음을 내디딜지 지켜봐야 한다.

사실 안테토쿤보의 경우는 밀워키에 대한 애착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고 또 원 소속팀에서만 받을 수 있을 슈퍼맥스 FA 계약 자격을 얻을 것이 확실해 NBA 역사상 최고액 계약 신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 밀워키에 남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런 떠돌이 슈퍼스타 시대는 이번 오프시즌에 레너드와 조지가 클리퍼스에 모이는 과정에서 또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 과거 제임스와 듀랜트 등은 FA 자격을 얻은 뒤 새 팀으로 떠나가는 방식으로 이동했고 그것은 레너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레너드는 이 과정에서 파워 브로커 역할까지 겸했다. 바로 지난해 오클라호마시티(OKC)와 4년짜리 FA 계약을 체결한 조지를 클리퍼스로 함께 이동시킨 것이다.

그는 먼저 조지에게 자신과 함께 클리퍼스에서 뛰자고 설득해 OK를 받아낸 뒤 클리퍼스에 자신과 계약하고 싶으면 무조건 조지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라고 주문했다. 클리퍼스는 그런 레너드의 요구를 받아들여 팀의 주전 2명과 함께 1라운드 지명권을 무려 7장이나 OKC에 내주고 조지를 받아왔다. 웨스트브룩과 조지 두 스타를 앞세워 정상도전을 꿈꾸던 OKC는 졸지에 조지를 빼앗기는 날벼락을 맞자 서둘러 웨스트브룩마저 트레이드시키고 아예 리빌딩 모드로 발 빠르게 전환하고 말았다.

4년 계약을 체결한 뒤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슈퍼스타의 엄청난 파워는 그런 계약조차 무의미하게 만든 것이다. 계약 상황에 관계 없이 모든 스타들은 잠재적인 FA들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소속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트레이드를 요구해 팀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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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라호마시티 시절의 폴 조지.
물론 팀이 이를 거부할 권리는 있지만 현재 슈퍼스타들의 파워가 워낙 엄청나기에 이들의 요구에 끝까지 맞선다는 것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데이비스의 레이커스행 트레이드 요구에 극도의 반감을 드러내며 버티던 뉴올리언스가 오프시즌 시작과 함께 바로 그를 레이커스에 넘긴 것도 이를 잘 말해준다.

OKC도 이미 마음이 떠난 조지를 끝까지 붙잡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간파하자 아예 조지뿐 아니라 웨스트브룩까지 트레이드하며 엄청난 트래프트 지명권을 쓸어 모아 미래를 대비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구단 운영의 장기적인 계획이 한 선수의 기획에 따라 송두리째 뒤바뀐 것이다.

그런데 이런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며 클리퍼스에 합류한 레너드가 체결한 계약은 겨우 3년짜리였다. 그나마 마지막 1년은 선수 옵션이라 실제론 2년 계약이다. 함께 온 조지의 남은 3년 계약 중 마지막 1년은 선수 옵션이라는 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레너드는 벌써 2년 후 조지와 함께 패키지로 FA로 다시 나설 것을 염두에 두고 계약 기간을 정한 것이다.

조지를 데려오기 위해 1라운드 지명권만 5장에다 1라운드 지명권을 맞바꿀 수 있는 권리 2개까지 총 7개의 지명권 권리와 함께 올-루키 포인트가드 샤이 길저스-알렉산더, 포워드 다닐로 갈리나리까지 OKC에 내준 클리퍼스로선 앞으로 2년 안에 우승에 실패하고 이들이 FA로 떠나간다면 상당히 뼈아픈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생겼다. 물론 이들이 그 2년 안에 NBA 타이틀을 안겨준다면 불만이 있을 수 없다. 어쨌든 지금 NBA는 극소수의 초특급 슈퍼스타들이 리그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기형적인 구조로 변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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