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김주환 감독 "마블 같은 영웅 이야기 만들고 싶었다" ②

[빅4특집]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9.07.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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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김주환 감독 / 사진=김휘선 기자


올 여름 극장가에서 한국형 오컬트 대작이 관객을 만난다. 그 주인공은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과 박서준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영화 '사자'(감독 김주환, 배급 롯데 엔터테인먼트)다. '사자'의 장르를 한 단어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미스터리 액션이면서 판타지 공포 영화이기도 하고,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오컬트 영화이기도 하다. 김주환 감독은 '사자'를 '슈퍼내추럴 스릴러'에 두 남자의 따뜻한 드라마가 있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 분)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 분)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惡)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구마 사제가 등장하고 알 수 없는 악과 힘에 대해 그리며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가득 풍긴다.


영화 투자배급사에서 일하다가 상업영화 데뷔작 '청년경찰'로 56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대박을 터뜨린 김주환 감독은 직접 시나리오를 쓴 '사자'를 통해 한국형 슈퍼 히어로 세계관의 시작을 이야기했다.

'사자'는 어떤 영화인가.

▶ 마블 같은 영웅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시나리오 작가로서 영웅이야기가 쓸 게 많다. 영웅 서사는 기이한 운명에 기반해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한국에서 어떤 영웅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고민했다. 영웅 영화는 그 자체가 판타지성이 있어야 한다. 아무래도 무서운 이야기나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영적인 세상에서 싸우는 게 재밌겠더라. 그쪽으로 이야기를 열어보자고 생각해서 '사자'를 썼다. '사자'는 '신의 사자'라는 뜻이다. 크게 '사자'와 '사제', '사신', '법사'까지 네 명의 주인공을 내세운 각각의 영화로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 '어벤져스'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처럼 공유하는 세계관을 가진 영화를 하고 싶었다. 예언자 캐릭터, 오라클(신탁) 캐릭터, 샤머니즘, 영적 세상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이야기 등을 생각했다.


'청년경찰' 이후 2년 만에 다시 여름 텐트폴 영화로 돌아왔다. 박서준과 또 함께 하게 됐는데.

▶ '청년경찰'을 2017년 2월 말에 끝냈다. 제가 분량을 계산하고 찍는 편이라 후반 작업을 길게 하지 않는다. 후반작업은 촬영처럼 24시간 돌아가는 게 아니다보니, '청년경찰' 후반 작업을 하면서 마음먹고 썼다. 제가 시나리오 쓰는 것을 좋아하고, '사자' 같은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다만 이런 작품은 아무래도 구현하는데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니까 '청년경찰'이 잘 안됐으면 못했을 것이다.(웃음) 박서준에게는 '청년경찰' 할 때부터 이야기했는데 좋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일단 시나리오 써놓을게'라고 이야기해서 함께 하게 됐다. 일단 서준이랑 또 같이 하고 싶었고, 그래서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서준이랑 같이 캐릭터를 이야기하며 용후 캐릭터가 확장됐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이야기인데 박서준의 피지컬을 어떻게 이용해서 캐릭터에 녹일까 하다가 '이종 격투기 하는 사람이 구마한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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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사자' 스틸컷


'구마'(엑소시즘, 사람이나 사물에서 악마나 악의 세력을 쫓아내는 행위)를 중심으로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쉽게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데 사전조사나 취재는 어떻게 진행됐나.

▶ 구마는 실제로 있다. 실제 신부가 구마 행위를 하기도 하고. 그래서 가상의 조직을 만들었다. 영화는 감정과 인물 관계에 대한 것이 기본이지만 뼈대를 만들었다. 실질적으로 바티칸 예하에 국제 엑소시스트 조직이 있다. 구마 행위는 바티칸의 신부를 통해서 취재했다. 완벽히 차용해서 리얼리티를 살리자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본은 배웠다. 어떤 논리와 체계로 싸우나 봤더니 방어기도와 공격기도를 하더라. 기도문은 거기서 그냥 그대로 가져왔다. '사자'가 카톨릭 구마를 다루고 있지만 어떤 종교든 선과 악이 있다면 구마도 보편적인 것이 있다. 동양에서는 선과 악보다 음과 양의 싸움으로 간다. 그런 것들은 중심으로 세계관을 만들고 싶었다.

구마사제로 안성기를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인가.

▶ 안성기 선배님은 독실한 카톨릭 신자다. 그래서 촬영하며 제가 모르는 것을 디테일하게 알려 주셨다. 그분의 삶 자체에서 풍기는 선한 기운에 설득이 되더라. 신부가 하는 선한 행동을 안성기 선배님이 하니까 설득되는 지점이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안신부로는 안성기 선배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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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김주환 감독 / 사진=김휘선 기자


'사자'는 오컬트 장르영화로서 많은 예산이 들어간 대작 영화다. 이 영화와 다른 오컬트 영화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 결국에는 관객과 손을 맞잡고 가는 인물은 배우이기 때문에 저는 박서준과 안성기의 조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배우와 대세 배우의 크로스오버 지점이 있다. 그것이 좋다. 또 우도환의 매력으로 작품의 결이 달라졌다.

'사자'는 액션이나 CG등도 역시 기존의 영화들과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것 같은데, 어떤 점이 다른가.

▶ 저희는 캐릭터의 세팅에 충실하자는 생각이었다. 용후가 이종격투기 선수지만 활극적인 것보다 캐릭터 맞는 액션을 하자고 생각했다.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액션을 많이 해서 뭔가 활극적으로 새롭게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다만 작품 특성상 구마자들의 움직임이 다르기 때문에 합을 맞춘 액션보다는 새로운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박서준과 우도환의 액션에 공을 들었다. 악마를 섬기는 제사장과 신에 대한 증오가 있는 주인공이 격돌하는 장면이다. 최대한 아날로그적으로 촬영했다. 아날로그라는 전통적인 방법과 디지털적인 방법에서 어떤 균형을 잡았다. 크로스오버가 중요했기 때문에 균형을 지키면서 후반 작업을 계속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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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김주환 감독 / 사진=김휘선 기자


후반 작업도 공을 많이 들였을 텐데, 힘든 점은 없었나.

▶ 제가 '청년경찰' 할 때 함께 했던 분들과 해서 팀워크가 좋았다. 새로운 도전이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고,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한 게 많다. CG로 하던 것을 안하기도 하고 촬영 방법 같은 것도 민주주의적으로 계속 이야기 많이 나눴다. 제일 중요한 것은 테스트를 많이 했다. 결과적으로는 발로 많이 뛰니까 에러가 많이 줄어들더라.

'청년경찰'을 함께 한 박서준과 '사자'를 찍고, '사자'에 출연한 최우식과 차기작 '멍뭉이'를 한다. 배우들과 굉장히 사이가 좋은 것 같다.

▶ 박서준이랑 술을 많이 마셨다. 순댓국도 많이 먹고. 박서준과 최우식이 친해서 같이 자주 보게 됐다. 최우식은 박서준과 다른 방식으로 저와 말이 통하는 부분이 있다. 둘이 절친인데 좀 다르다. 최우식은 섬세하고 다각적이고 박서준은 남성적이고 확실한 자신만의 장점이 있다. '멍뭉이'는 저를 위해 썼다. 제가 2006년부터 키우던 강아지가 '사자' 원고 쓸 때 죽었다. 그게 마음 아팠다. 반려견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때 '사자' 촬영 마치고 따뜻한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다. 제 안의 즐거움을 찾기 위한 내적 여정이었는데 쓰고 나니까 웃기더라. 좀 더 천천히 찍으려고 했는데 배우들 스케줄 때문에 진행됐다. 제가 얼마 전 딸을 낳아서 아빠가 됐는데 그래서 그런지 감정이 더 풍부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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