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롯데 이대호 "제 앞에서 고의 4구, 자존심 상했지만..."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19.07.01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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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롯데 이대호가 1타점 2루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뉴스1
"자존심은 상해도 제 할 일은 해야 하니까요."

두산 벤치가 전준우(33)를 거르며 만루를 채우고서라도 승부를 택한 타자는 이대호(37)였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4번 타자' 이대호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침착하게 희생플라이 타점을 올리며 제 몫을 다했다. 다음 타석에서는 쐐기 적시타까지 터트리며 롯데 팬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와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 원정 경기에서 4-0으로 승리했다. 전날(6월 29일) 두산전 9연패 사슬을 끊었던 롯데는 위닝시리즈에 성공하며 31승2무48패를 기록했다.

이날 롯데는 2회 뽑은 한 점을 잘 지킨 채 6회까지 1-0 살얼음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이어 팀이 여전히 1-0으로 앞선 7회초. 롯데는 선두타자 신본기가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포일로 1루 출루에 성공한 뒤 민병헌이 좌전 안타를 치며 1,2루 기회를 잡았다.

다음 타자는 손아섭. 한 점 차 리드 상황에서 양상문 감독은 2번 타자 손아섭에게 희생 번트를 지시했다. 좀 더 확실하게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갖다 놓아 점수를 뽑겠다는 계산이었다. 손아섭은 초구에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했다.


1사 2,3루 기회. 다음 타자는 전준우였다. 두산 불펜 김승회(38)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은 뒤 2구째 볼을 던졌다. 볼카운트는 1-1. 이어 3구째를 준비하던 순간. 두산 벤치가 갑자기 자동 고의4구를 지시했다. 비어있는 1루를 채우고 가는 '만루 작전'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대기 타석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 이대호가 서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 벤치는 이대호와 정면승부를 택한 것이다. 발이 느린 이대호를 선택한 건, 내야 땅볼로 유도해 더블 플레이를 기대해보겠다는 심산으로 보였다.

초구는 볼. 2구째. 이대호의 배트가 힘차게 돌아갔다. 타구는 좌측 외야를 향해 뻗어 나갔고 김재환의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다. 3루에 있던 신본기가 태그업 해 홈을 밟았다. 점수는 1-0에서 2-0이 됐다.

이대호의 활약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롯데가 3-0으로 앞선 9회 무사 1루 기회였다. 이대호는 3루수 옆을 총알처럼 빠져나가는 적시 2루타를 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어 대주자 정훈으로 교체된 이대호를 향해 3루 롯데 팬들의 큰 박수가 쏟아졌다. 그런 롯데 팬들을 향해 이대호는 모자를 벗으며 답례 인사를 전했다.

경기 후 만난 이대호는 자신의 타석 앞에서 고의 4구를 본 심경을 묻자 "저쪽(두산)에서도 점수를 주면 안 되는 상황이라 이해한다. 병살타를 유도하기 위해 만루 작전을 써야 하는 상황이니까…"라면서 "자존심은 상해도 제 할 일은 해야 했다"고 말하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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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가 7회 희생플라이 타점을 올리는 순간.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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