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폭투'가 지배하는 KBO리그, 포수 탓인가 투수 문제인가

김동영 기자 / 입력 : 2019.06.25 05:10 / 조회 : 6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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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현수(왼쪽)가 6월12일 잠실 롯데전서 끝내기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폭투로 결승 득점을 올린 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오른쪽은 폭투를 범한 롯데 투수 구승민. /사진=롯데자이언츠
올 시즌 KBO리그에서는 유난히 '폭투'가 화제에 오르고 있다. 지난 해 같은 경기수와 비교하면 폭투 개수는 오히려 다소 줄었지만, 임팩트가 너무 크다. 자연스럽게 공을 받는 포수에게 비판의 목소리가 향한다. 하지만 오롯이 포수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공을 던지는 투수의 지분도 만만치 않다.

폭투에 울고 웃고... 승부의 큰 변수로

지난 23일에도 폭투는 승부를 들었다 놨다 했다. 수원 경기 NC의 1회초 공격 2사 1루에서 양의지 타석 때 KT 선발 김민수가 폭투를 범해 주자를 2루에 보냈다. 곧바로 양의지의 중전 안타가 나와 NC는 손쉽게 선제 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결국 폭투로 웃은 팀은 KT였다. 1-2로 뒤진 5회말 무사 2, 3루에서 NC 투수 장현식의 폭투로 가볍게 동점을 만들고, 계속된 무사 3루서 유한준의 중전 안타로 3-2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KT는 장성우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보태 4-2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12일에는 폭투와 관련해 사상 초유의 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잠실 경기에서 롯데가 3-3이던 연장 10회말 2사 1, 3루에서 폭투를 범해 LG에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올 시즌 세 번째 끝내기 폭투. 게다가 비공인 역대 최초 '끝내기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폭투'였다.

롯데의 경우 이날만이 아니다. 24일까지 올 시즌에 무려 67개의 폭투를 기록했다. 최소 공동 1위인 두산-KT의 27개와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20일 한화전에서도 7-3로 앞선 채 시작한 9회말 폭투 2개가 빌미가 돼 결국 이성열의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7-10 대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폭투 수는 오히려 감소... 그러나 임팩트 강해

사실 폭투 수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늘어난 것이 아니다. 지난해 개막 후 6월 27일까지 385경기를 치렀고, 폭투는 361개 나왔다. 올 시즌은 6월 24일까지 384경기가 열렸고, 폭투는 353개다. 경기당으로 계산하면 지난해 0.94개, 올해는 0.92개다. 그러나 승부를 지배한 폭투가 유난히 많아 더 결정적으로 느껴지는 감이 있다.

아무래도 폭투가 나오면 포수에게 시선이 쏠리기 마련이다. 공을 잘 '잡는 것'과 '막는 것'이 포수의 기본 임무이기 때문이다. 롯데에 유독 많은 폭투가 나오면서 포수 나종덕과 안중열 등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포수가 잘 막아주지 못하면 아무래도 투수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좋은 포수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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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포수 안중열. /사진=OSEN
하지만 폭투의 책임을 무조건 포수에게만 지울 수는 없다. 던지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즉, 투수가 잘 던지는 것도 중요하다. 이쪽이 안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구단의 배터리코치는 "어떤 공이 와도 포수가 다 막아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포수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공도 있지 않겠나. 예를 들어 변화구가 너무 앞쪽에서 원바운드로 떨어지면 막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다. 모든 책임이 포수에게 있다기보다, 투수와 포수 모두의 책임이라고 봐야 하지 않나 싶다. 포수가 잘 막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투수의 제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포수 책임? 결국 시작은 투수다

같은 구단의 투수코치는 "변화구, 특히 포크볼의 경우 스트라이크 존으로 오다가 떨어져야 한다. 그게 잘 된 제구다. 그런데 너무 앞쪽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막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포크볼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아지면서 이런 문제가 나오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물론 포수 역시 투수의 변화구 궤적 등의 정보를 머리에 모두 넣고 있어야 한다. 결국 복합적인 문제 아니겠나"라고 더했다.

투수의 제구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가 볼넷이다. 지난해 385경기까지 볼넷은 2408개 나왔다. 올해는 384경기에서 2692개다. 경기당 6.25개에서 7.01개로 늘었다. 타고투저 흐름이 완화됐지만, 볼넷은 오히려 더 증가했다.

기본적으로 포수들이 블로킹을 잘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포수가 막아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면, 투수들도 더 자신 있게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다. 하지만 도저히 잡을 수 없는 공을 던지고 무조건 막아주기만을 바라는 것도 무리다. 결국 '잘 던지고 잘 막아야' 폭투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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