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현수(왼쪽)가 6월12일 잠실 롯데전서 끝내기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폭투로 결승 득점을 올린 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오른쪽은 폭투를 범한 롯데 투수 구승민. /사진=롯데자이언츠 |
폭투에 울고 웃고... 승부의 큰 변수로
지난 23일에도 폭투는 승부를 들었다 놨다 했다. 수원 경기 NC의 1회초 공격 2사 1루에서 양의지 타석 때 KT 선발 김민수가 폭투를 범해 주자를 2루에 보냈다. 곧바로 양의지의 중전 안타가 나와 NC는 손쉽게 선제 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결국 폭투로 웃은 팀은 KT였다. 1-2로 뒤진 5회말 무사 2, 3루에서 NC 투수 장현식의 폭투로 가볍게 동점을 만들고, 계속된 무사 3루서 유한준의 중전 안타로 3-2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KT는 장성우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보태 4-2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12일에는 폭투와 관련해 사상 초유의 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잠실 경기에서 롯데가 3-3이던 연장 10회말 2사 1, 3루에서 폭투를 범해 LG에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올 시즌 세 번째 끝내기 폭투. 게다가 비공인 역대 최초 '끝내기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폭투'였다.
롯데의 경우 이날만이 아니다. 24일까지 올 시즌에 무려 67개의 폭투를 기록했다. 최소 공동 1위인 두산-KT의 27개와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20일 한화전에서도 7-3로 앞선 채 시작한 9회말 폭투 2개가 빌미가 돼 결국 이성열의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7-10 대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폭투 수는 오히려 감소... 그러나 임팩트 강해
사실 폭투 수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늘어난 것이 아니다. 지난해 개막 후 6월 27일까지 385경기를 치렀고, 폭투는 361개 나왔다. 올 시즌은 6월 24일까지 384경기가 열렸고, 폭투는 353개다. 경기당으로 계산하면 지난해 0.94개, 올해는 0.92개다. 그러나 승부를 지배한 폭투가 유난히 많아 더 결정적으로 느껴지는 감이 있다.
아무래도 폭투가 나오면 포수에게 시선이 쏠리기 마련이다. 공을 잘 '잡는 것'과 '막는 것'이 포수의 기본 임무이기 때문이다. 롯데에 유독 많은 폭투가 나오면서 포수 나종덕과 안중열 등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포수가 잘 막아주지 못하면 아무래도 투수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좋은 포수가 중요한 이유다.
롯데 포수 안중열. /사진=OSEN |
한 구단의 배터리코치는 "어떤 공이 와도 포수가 다 막아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포수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공도 있지 않겠나. 예를 들어 변화구가 너무 앞쪽에서 원바운드로 떨어지면 막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다. 모든 책임이 포수에게 있다기보다, 투수와 포수 모두의 책임이라고 봐야 하지 않나 싶다. 포수가 잘 막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투수의 제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포수 책임? 결국 시작은 투수다
같은 구단의 투수코치는 "변화구, 특히 포크볼의 경우 스트라이크 존으로 오다가 떨어져야 한다. 그게 잘 된 제구다. 그런데 너무 앞쪽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막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포크볼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아지면서 이런 문제가 나오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물론 포수 역시 투수의 변화구 궤적 등의 정보를 머리에 모두 넣고 있어야 한다. 결국 복합적인 문제 아니겠나"라고 더했다.
투수의 제구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가 볼넷이다. 지난해 385경기까지 볼넷은 2408개 나왔다. 올해는 384경기에서 2692개다. 경기당 6.25개에서 7.01개로 늘었다. 타고투저 흐름이 완화됐지만, 볼넷은 오히려 더 증가했다.
기본적으로 포수들이 블로킹을 잘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포수가 막아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면, 투수들도 더 자신 있게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다. 하지만 도저히 잡을 수 없는 공을 던지고 무조건 막아주기만을 바라는 것도 무리다. 결국 '잘 던지고 잘 막아야' 폭투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