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에움길' 피해자 아닌 할머니들의 진짜 매력

강민경 기자 / 입력 : 2019.06.1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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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에움길' 포스터


그동안 많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소개됐다. 그러나 '에움길'은 여타 다큐멘터리와 다르다. 피해자가 아닌 할머니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영화 '에움길'은 나눔의 집에서 20여 년간 생활해 온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영상일기다. 소소하지만 특별한 일상 속 그들의 모습을 통해 묵직한 울림을 선사하는 휴먼 다큐멘터리다.


'에움길'에는 9명의 할머니들이 등장한다. 이 9명의 할머니들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로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9명의 할머니들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텃밭에서 상추를 키우기도 한다. 사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인 할머니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눈물을 쏙 뺄 것이라고 예상됐다. 예상과 달리 눈물 보다는 웃음이 나온다. 할머니들의 일상 생활은 옆집이나 윗집 등 여느 사람들의 일상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중 이옥선 할머니의 이야기는 특별함을 더한다. 이옥선 할머니는 어릴 적 일본군에 의해 중국으로 끌려갔다 수십년이 지난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왔더니 국적을 잃었다. 이옥선 할머니는 국가와 씨름 끝에 국적을 회복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자신의 인생사를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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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에움길' 스틸


'에움길'을 보기 전엔 왜 제목이 '에움길'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에움길의 사전적 의미는 굽은 길 또는 에워서 돌아가는 길이다. 할머니들의 모습을 본다면 '에움길'일 수 밖에 없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에움길'은 할머니들의 일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할머니들의 투쟁적인 모습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할머니들은 지난 1992년부터 지금까지 일본군 위안부 조직에 대해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고, 부당함을 규탄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 정기 집회를 열고 있다. 위안부라는 말은 잘못된 용어다. 할머니들 역시 자신은 위안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할머니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꿈쩍하지 않고 있다. 할머니들은 말한다. "일본 총리 아베가 우리 앞에 무릎 꿇고 사과 할 날이 오겠냐"고 말이다. 정기 집회 때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고 지나간다고 말한다. 쳐다보는 그 시선도 싫다고 말한다. 쳐다보는 얼굴 표정에서 그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들의 표정에서 마치 자신들을 피해자로 보는 것 같다고.

할머니들은 많은 것을 바라고 있지 않다. 일본 정부의 사과, 배상 그리고 우리의 역사를 널리 알려야 하는 것이다. 할머니들의 말은 다시 한 번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교훈을 던져준다.

'에움길'은 할머니들의 현재 모습과 나눔의 집에서 20년 동안 찍은 영상이 어우러진다. 과거와 현재가 오가고 있기에 투박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 투박함이 '에움길'만의 매력이다. 그 투박함과 할머니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에움길'을 응원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6월 20일 개봉. 러닝타임 76분.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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