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3피트, 또 LG... KBO엔 상황마다 진화하는 규정이 있다 [★이슈]

한동훈 기자 / 입력 : 2019.06.08 11:41 / 조회 : 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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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LG 감독(왼쪽 2번째). /사진=뉴스1
애매모호한 기준과 적용 탓에 논란이 끊이지 않던 '3피트 라인 수비방해' 규정이 이번에는 승패를 가른 실점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LG 트윈스는 지난 7일 대전에서 벌어진 2019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원정 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3피트 수비방해 규칙이 적용됐다면 1점을 잃지 않을 수도 있었으므로 사실상 그 판정 하나 탓에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유독 3피트 규칙으로 손해를 자주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 LG에 또 다시 불리한 판정이 나왔다.

LG가 1-2로 뒤진 6회말 1사 1, 3루, 문제의 상황이 일어났다. 한화 송광민이 스퀴즈 번트를 댔다. LG 선발 윌슨이 타구를 잡았으나 홈에는 늦었다고 판단해 1루로 공을 던졌다. 3루 주자 호잉이 득점하고 송광민이 1루서 아웃됐다.

이 때 송광민이 달려오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정확히 지켜본 LG 1루수 조셉은 수비 방해를 지적하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류중일 LG 감독도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중계 방송사 느린 화면 확인 결과 윌슨이 송구할 시점에 송광민은 '3피트 라인의 페어지역'을 달렸다. 수비 방해가 선언됐다면 송광민은 아웃이 되고 호잉은 3루로 귀루해 득점 없이 2사 1, 3루로 경기가 이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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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LG전 6회 스퀴즈 번트를 대는 한화 송광민. /사진=뉴스1
물론 심판이 못 봤을 수 있고, 심지어 오심이 나올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3피트 라인 수비 방해' 논란의 더 큰 문제는 심판들의 설명이 상황에 따라 바뀌고 추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 시즌 첫 사례였던 지난 3월 27일 LG 이형종의 수비방해 판정 당시 김풍기 KBO 심판위원장은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포구 위치와 상관없다. 주자는 무조건 3피트 라인 시작지점 이후부터는 파울라인 바깥으로 빠지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각 언론의 취재와 보도에 따라 규칙은 하나둘씩 보태지고 달라졌다. 먼저 송구 시점이 추가됐다. 야수가 1루에 공을 던지는 순간에만 파울지역으로 벗어나 있으면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자 나중에는 포구 위치도 정해졌다. 마운드 '앞쪽'에서 벌어지는 상황으로 한정하겠다고 했다. 그 다음에는 또 3루 방향 타구는 1루 송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예외가 된다는 조건이 더 붙었다.

누구는 왜 수비방해이고 누구는 왜 아니냐는 질문에 매 판정마다 정당성을 부여 하려다 보니 조건이 덕지덕지 늘어났다. 명명백백해야 할 규칙이 마치 '진화'를 거듭하는 듯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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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LG 감독(맨 오른쪽). 사진=OSEN
결국 지금까지 나온 심판들의 말을 종합하면 1) 마운드와 홈 사이 2) 가운데에서 1루 방향 타구를 3) 야수가 포구해 1루에 송구하려는 시점에 4) 3피트 시작지점을 지난 주자가 5) 페어지역으로 달리고 있을 때, 수비 방해 아웃이 선언된다. 송광민의 경우 타구 방향이 정확히 한가운데로 보였을 뿐 나머지 조건에 모두 부합했지만 심판들은 잡아내지 못했다.

물론 원칙적으로 이 규칙에는 심판의 '판단'이 개입된다. 공식 야구규칙에는 '타자주자가 본루에서 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는 동안 3피트 라인의 바깥쪽(오른쪽) 또는 파울 라인의 안쪽(왼쪽)으로 달려 1루 송구를 처리하려는 야수를 방해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경우' 아웃이라고 설명돼 있다.

결국 방해 여부는 심판원이 '판단'한다. 객관적 기준이 아니다. 그래서 '엄격하게 보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애매한 상황이 나오지 않도록 라인을 넘으면 방해로 인정하자는 것이 애초에 합의된 내용이다. 염경엽 SK 감독은 "여러 말이 나오지 않도록 조금만 넘으면 그냥 잡자고 이야기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심판과 상황에 따라 판정이 엇갈리는 사례가 계속 이어지고, 각 팀의 혼란과 불만도 가라앉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마치 스트라이크존처럼 어떤 심판은 느슨하고 어떤 심판은 깐깐하다는 이야기가 벌써 돈다. 심판들이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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